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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29)

 

엄마 말대로 사서 고생이지. 사서 고생이긴 한데 미안하지만 엄마랑 같이 살 때보다는 좋아. 엄마는 내가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에 집을 나왔다고 생각하지? 맞아. 그런 것도 있었어. 낮에는 바쁘게 일하고, 퇴근 후에는 전시 보고 공연 보고 영화관이나 서점에 가볍게 들르고 짬짬이 인문학 강좌도 들으면서 교양 있게 살고 싶었어. 우리 집 근처에는 그런걸 할 수 있는 데가 없잖아.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하나 없는데. 물론 지금도 내가 꿈꾸던 대로 살고 있지는 않아. 그럴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43)

 

사실 좀 속상하더라. 네가 그 미친놈이냐고 남자의 멱살을 잡아줄 사람, 피해자한테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경찰서를 뒤집어 놓을 사람, 당장 이사 나갈 거니까 보증금 내놓으라고 고함을 칠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니야. 괜찮냐고 놀랐겠다고 마음 편안해질 때까지 곁에 있어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힘들었어. (49)

그당시에는 이것이 나도 너무 필요했다. 그래서 그렇게 매진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와서 2019년의 4월에 내가 깨달은 점은 또 다르다. 막상 그당시에 내 곁에서 물리적으로 함께 해주고, 분개해주어도 음.. .... 뭐랄까 성가셨다. 그냥 혼자하는게 마음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요즘 나를 지배하는 가장 큰 생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렇게.

 

그제야 은순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았다. 나는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가. 아니다. 그런데 왜 조급한가. 스물아홉이라서? 은순이 겪은 모든 일들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고 스물 아홉이기 때문에 벌어진 불행은 아무것도 없다. 서른 아홉에도 마흔 아홉에도 쉰 아홉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60)

 

입사 후 첫 회식이 떠올랐다. 신입사원이고 나이도 가장 어려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는 내게 선배들은 술을 권하고 노래를 시켰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데 참을 수 없게 수치스러웠다. 집에 와서 밤새 울었다. (93)

나의 스무 살이 떠올랐다. 술은 마셨겠다, 조금 취했겠다, 마침 룸메도 없었겠다, 이참에 엉엉 울어버렸다. 왜 울었던 건진 모른다. 근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싫었던 것 만큼은 또렷하다. 그래서 아직도 술을 즐기지 않는 건지도. 고작 한 두살 차이로 귀여움을 시키고 술을 강요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배울 점 조차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그들이.
후자의 부분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전자는 여전히 고수하는 생각이다.

 

"형부가 눈치가 좀 없네."
"눈치 없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야."
언니 말이 맞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95)

 

"천천히 와."
힘내라거나 응원한다는 말보다 더 든든한 한마디.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 내내 천천히 오라는 남편의 짧은 인사를 생각했다. (150)

정말 정말 배려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말.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남자는 급기야 저 나쁜 사람 아닌데, 했다.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17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랬다. 그 나쁜 놈이 정말 자기 나쁜 사람 아니라고 했었다. 으윽 소름.

 

결혼 전 나는 작은 마을 금고에서 일했다. 경력을 쌓아서 규모도 크고 안정적인 금융회사로 옮길 계획이었다. 그러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나간 맞선 자리에서 남편을 만났고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었다. 후회하지 안흔다. 남편과 아이들은 모두 성실하고 능력 있고 가정에 충실하다. 나 역시 매일의 시간을 촘촘히 계획해서 보내는 편이고 모든 일정을 마친 저녁에는 혼자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한다. 부족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고 힘들거나 속상한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가. 이게 오순도순 다정하게 사는 건가. (185)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다 큰 딸들은 더 이상 나에게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다. 달래달라고 위로해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은이는 이혼하고 정아는 결혼했다.
내 일상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는 주민센터 요가 교실에 다녀오고 낮에는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은 거의 매일 혼자 먹는다. 오늘도 남편은 약속이 있고 나는 길 건너 새로 생긴 초밥집에 가볼까 싶다. 살면서 한 번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내일은 혼자 영화를 보러 갈 것이고 주말에는 혼자 한강변을 산책할 것이다. (190)

 

 

그런데 우리들 역시 서로를 '초딩'이라고 부르면서 놀립니다. 이제 스스로 무시하는 말을 쓰지 맙시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한 사람만,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만 지적해야 합니다. (260)

이 부분은 뭐랄까,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타인 존중 단원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텍스트다. 이번 수업에 꼭 써봐야지. 초등학교 전교회장 후보 연설이지만, 정말 정독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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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한 권의 책을 쓰기로 계약했었다. 오래 알고 지내던 편집자는 어른 없는 시대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을 써 보라고 나를 격려하고 꼬드겼다. '그 많던 어른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반어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매일 아침 카페에 나가 노트북을 열었지만, 불행히도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때 나는 간절히 궁금했다. 지금 허둥대는 내 손을 잡아 줄 아량 있는 어른은 없는가. 그 많던 어른은 정말 이 세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걸까. (5)

 

우리와 대결하지 않지만 우리와 대결할 정도의 힘이 있는 어른 앞에서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들의 말이 '꼰대의 잔소리'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들의 정직과 결핍과 특유의 다정함 덕분이다. (8)

 

 


니시나카 쓰토무

운이란 무엇인가요?
하늘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늘이란 종교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신비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운이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건 확실해요. (32)

 

그동안 만 명 이상 의뢰인의 삶을 지켜본 결과 확실히 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셨다고요?
맞아요. 재판으로 문제를 해결해도 나중에 비슷한 곤경에 처해 또 찾아와요. 그런 사람은 나쁜 운이 반복되는 거죠. 반대로 법률 자문을 받으러 올 때마다 사업이 잘 되고 나날이 번창하는 운이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가장 큰 차이는 '덕'을 쌓고 있는가 여부지요.

덕이란 무엇이죠?
가능한 다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겁니다.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작은 상황도 분쟁으로 만들고 빈번하게 소송으로 해결하려 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겨도 계속 비슷한 분쟁이 반복될 뿐이예요. 불운을 끊어 내지 못하는거죠. (32)

 

한편으로 봉사와 헌신을 해도 운이 잘 트이지 않는 사람은 왜 그런가요?
교만 때문이예요. 은연중에 타인의 죄책감을 부추기면 고생해도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도덕적 과실과 운을 연결지어 말씀하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도덕적 과실이 운에 치명적인 것은 역시나 타인의 '원한'을 사기 때문인가요?
도덕과학(Moralogy)이란 게 있어요. 법학자인 히로이케 치쿠로 선생이 창안한 학문으로, 도덕을 과학적인 영역에서 연구합니다. 도덕과학에서 인간은 살아있는 한 계속 도덕적 과실을 저지른다고 말합니다. 가령 늘 이용하는 철도나 도로도 이를 건설할 때 사고로 생명을 잃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어요. 도덕과학에서는 이것을 '도덕적 부채'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도덕적 부채를 깨닫지 못하고 평소에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부족하면 타인에게 작은 피해를 입어도 못 참고 달려들어요. 이웃의 상한 감정은 언젠가는 불운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34)

 

마음도 바르고 성실한데 갑작스레 운이 나빠지는 경우는 없나요?
인생은 다 각자 운의 드라마가 있어요. 처음에는 손해 보지만 나중에는 빛을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성급하게 운이 나쁘다고 판단한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지요.

운도 덧셈 뺄셈으로 계산된 각자의 장부가 있습니까?
하늘의 장부라고 하죠.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라도 갚지 않으면 운이 나빠져요. 도덕적 부채가 쌓이면 금전적 부채보다 운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고 내놓지 않으면 오만함이 생기고, 오만함은 운을 좀먹는 곰팡이와 같지요. 그래서 받은 은혜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갚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툼이 생깁니다. (36)

 

성공한 기업인이나 유명인을 만나서 인터뷰해 보면 다들 '운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들은 정말 운을 타고난 특별한 사람들이겠지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보다 겸손하게 운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운이 좋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반대로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금수저'인데도 감사를 모르고 '불운하다'고 불평하다 추락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39)

 

변호사지만 하늘의 법을 더 신뢰해요. 하늘의 법망은 크고 넓어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악인은 빠짐없이 걸러낸다고 생각합니다. (40)

나도 종교는 없지만, 위처럼 하늘에 누군가는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 분은, 그것은 우리를 다 지켜 보고 있고 정직하게 내 삶을 이끌고 계시다고 확신한다. 하늘의 법, 그렇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이 이익이 될 수도 있겠지. 칸트가 말한 내 마음 속의 별이 이것이었을까? 문득 든 생각.

 

야구선수들이 캐치볼 훈련을 하듯이, 서로의 말을 듣고 "아 그래? 그랬구나"라고 되받아 주기만 해도 상대는 말을 이어갈 수 있어요. 아내가 "꽃구경 다녀왔어"하는데 "한가해서 좋겠다"라고 딴소리를 하면 다툼이 생기겠죠.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들어주고 긍정하면 절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귀로 운을 트는 거죠.

개인이 자기 운을 개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운이 방향을 틀려면 운 좋은 사람,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끼리끼리 모입니다. 서로 끌어당기는 법칙이라고 할까요. (41)

 

좋은 운을 유지하기 위해 선생은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고 있습니까?
운은 인연에서 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큰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연말엔 꼭 자필로 연하장을 써요. 지금도 매년 2만장씩 쓰고 있어요. 그리고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10년째 근무하며 연간 1만 명을 상담하고 있습니다. 내 나이 74세지만, 양로원의 경청 봉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100만큼 일하면 보수로 80을 받고 20을 타인에게 돌려줍니다. 잠자리에 들 때는 늘 나한테 베풀어 준 은인을 생각해요. (42)

 

 


노라노

90년을 살아보니 인간은 어떤 존재라는 깨달음이 있습니까?
내가 살아 보니 인간은 근본이 두 가지예요. 첫째로 게을러요. 둘째로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뻔뻔하진 않아. 그래서 좋은 마음이 생기면 오래 생각하고 주저하면 안 돼요. 머리에 떠오르면 바로 액션을 해야 한다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도 나는 5초 만에 기립이야. 미국 유학도, 패션쇼도, 수출도, 심지어 IMF 때 사업을 대폭 축소한 것도 나는 결정을 하면 바로 실행을 했어요. 계속할 수 있게끔 환경을 정비해 가면서요. (49)

 

건달처럼 살려면 돈에 관심이 없고 살면서 자기 비위를 잘 맞춰야 해요. 나는 항상 나한테 물어봤어요. "노라야! 너 뭐 하고 싶니? 노라야! 너 뭐 먹고 싶니?" 남이 내 비위 안 맞춰줘요. 내가 먼저 내 비위를 맞추고 나면, 남의 비위도 즐겁게 맞출 수 있어요. 그게 건달 정신이죠. (49)

 

내가 얼마전 파티에서도 그랬어요. 행복하려면 크게 출세할 생각 말고 웬만큼 살라고. 부러워하지 말고 네 몫만 찾아서 살라고. 크게 출세하고 성공하는 사람 뒷조사해보면 다 분노가 있어요. 내가 얼마전 박경리 선생 수필을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가 부글부글하더라고. 그러니 <토지>라는 그 어마어마한 대작을 쓴 거예요. 하지만 행복하게 살려면 출세할 희망을 버리는 게 좋아요. (51)

 

생각은 옳은 길을 가면 다 만나게 되어 있어요. 일례로 미국 수출할 때도 프린트 공장을 세워서 마티스나 미로 같은 화가의 그림을 도안으로 썼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브 생 로랑도 똑같은 시기에 나와 같은 작업을 했더라고. 나는 서울에, 그는 파리에 있었는데도 멀리서 같은 길을 갔던 거죠. 그런게 참 신기해. 성실과 혁신도 다르지 않아요. 성실이 쌓이면 자연스레 혁신으로 가게 되는 거죠. (55)

 

일하는 게 그렇게 즐거우신가요?
내 행복은 일에 있어요. 일해야 행복해요. 일을 안 하면 봉사라도 해야 해. 사람은 무용지물로 살면 자기 가치를 잃기 쉬워요. 나이 들어도 생산적인 일을 안 하면 죽기만 기다리게 된다니까. (56)

 

그래도 기특한 건 희망이 있었다는 거.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생각지도 못한 어딘가에서 구원의 손길이 오고, 그 누군가에 의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가 됐어요.
90년 동안 하늘에서 많이 봐 주셨어요. 그런데 쉽게는 안 봐 주셨지. 기진맥진해서 쓰러지기 직전에 딱 길을 열어주시더라고. (59)

 

 


최재천

저는 리더로서 누구에게나 강압을 한 적이 없어요. 깍듯이 존재했죠. 가까이 있되 거리를 지키려고 했어요. 당장 업적이 안 나와도 개인의 행복을 더 우선시했습니다.
교수는 학생이 연구자로서 홀로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해요.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재미난 건 제 연구실 출신 90퍼센트가 연구실 시절이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해요. 근처만 오면 들러서 한참을 웃고 떠들다 가죠. (71)

 

핵심이 뭔가요?
제 욕심만 차리지 않고 가능하면 남하고 같이 삶을 추구해도 뒤처지거나 굶어 죽지 않는다는 얘기예요. (75)

 

리더와 청년들이 모두 귀담아들었으면 하는 자연의 지혜를 전해 주시지요.
제가 프란스 드 발의 <공감의 시대>를 번역하면서 배운게 있어요. 공감은 호모사피엔스만의 특성이 아니에요. 진화를 위해 보존되어 온 동물의 본능이죠. 공감력을 새로 기를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공감력이 무뎌지지 않게 해야 해요. 아이들, 청년들의 공감력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어요. (81)

 

'함께 있되 거리를 둘 줄 아는' 최재천의 지혜는 동물에게 배운 것이다. 관찰을 통해서였다. 관찰이란 무엇인가. 섣불리 그 질서에 개입하지 않고 가만히 오래 지켜보는 것.
글을 쓸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아이를 키우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도, 대상을 알고 이해하려면 얼마의 시간 동안은 가만히 바라보고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그 가만히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자세를 낮추고 지루함을 견뎌야 비로소 보인다. (82)

 

 


정성기

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을 텐데요.
<에스겔서>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신이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실 때도 이길 수 있는 것만 허락하신다는 거죠. 다 놓고 싶은 마음과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갈등하다 결국은 사랑과 책임의 마음이 이겨요. (97)

 

 


이순재

지도교수에게 들은 말이 여태 잊히지 않아. "4년간 해서 무슨 철학을 알겠느냐. 어려운 책 읽는 연습했다 생각해라." 맞는 말이에요. (103)

 

욕망도 있고 눈치고 있으면서 질서 정연한 삶을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꽃보다 할배>를 보며 안심이 됐던 건 선생이 그런 '자기'가 살아 있는 노인이어서예요. 우리와 대결하지 않지만, 대결할 정도의 힘이 있는 어른 곁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달까요.
그게 바로 생명력이에요. 나이 들어도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과제를 달갑고 고맙게 받아야 해요. 수선스럽지 않게 일상을 유지하면서. (115)

 

기나긴 인생에서 선생께서 깨닫고 지키는 어떤 룰이 있습니까?
좀 손해 보고 살아야 큰 손해를 안 봐요. 하나 더 먹겠다고 달려들면 갈등이 커지고 적이 생겨. 정치할 때 그걸 배웠어요. 나는 표를 못 받아도 욕은 안 먹었어. 제일 가난한 동네에서 날 한 식구로 받아줬고, 정치적 적과는 친구가 됐지.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지 마세요. 살아 보니 인생이란 건 여러 욕심이 있겠지만 조그만 손해는 감수하고 좀 모자란 듯 사는 게 좋아. (116)

 

 


강상중

정보는 어떻게 흡수합니까?
매일 신문을 읽어요. 신문 읽기는 피부 호흡, 신간 읽기는 폐 호흡, 고전 읽기는 복식 호흡입니다. (121)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말은 유유자적한 듯 보여도 몹시 냉정하고 침착한 예지예요.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또 계속해서 나쁜 일이 이어진다 해도 반드시 '때'가 온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124)

 

하지만 나다움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낳는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요?
그건 '나다움'보다 '나'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나'에 집착해요. '나'라는 우상에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 괴롭죠. 나도 고교 시절에 '나'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정작 '나'에 대한 결론은 못 내리는 심리적 억압 상태에 있었습니다. 실어증도 앓았어요.
대학에 들어가서 재일동포 2세 친구들과 만나면서 치료가 됐어요. 결론적으로 나를 너무 의식하면 부자연스러워집니다. 나를 덜 의식해야 다른 사람과 섞여 살 수 있어요. 일도 마찬가지죠. 때로는 '그냥 해 보자'는 마음으로 사회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접점을 만들어 보려는 게 더 나은 자세예요. (126)

 

자본주의 사회는 돈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조차 돈으로 표현하는 사회예요. 어쩌면 그 무지막지함에 맞서는 힘이 인문학이지요. (131)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다움'을 찾지 않고 직업의 안정성에 의존한 채 계급 사회의 계단을 올라가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거예요. 샐러리맨에 머물지 말고 농사, 자원봉사, 사회 공헌 등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여러개의 정체성을 갖고 사십시오. 그래야 후회가 없어요. 텃밭 얘기도 했지만 머지 않아 사회관계자본이 돈과 상품경제보다 중요한 시기가 올 거예요. 행복과 풍요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500만 엔의 월급쟁이가 200만 엔의 월급쟁이보다 행복할 거라는 단순 비교 시대는 끝났습니다. (133)

 

 


정경화

칠순을 맞은 기분이 어떠세요?
사실 별로 생각을 안 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약간 기분이 이상했어요. 우울증인가 싶기도 하고. 생일 전날엔 가까운 사람들과 모여 단촐하게 저녁만 먹었어요. 그런데 딱 70이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홀가분 한거야. '아! 70이 돼도 어제랑 오늘이 다르지 않구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기 마음 속 세상을 보는 눈은 조금도 늙지 않아요. (138)

나는 이 기분 때문에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내내 슬펐는데,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삶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인데말이야.

 

나의 스승 갈라미언은 하루 열네 시간씩 지독하게 나를 연습시켰어요. 그분 말씀이 "못 견딜 정도로 힘들 때가 제일 잘 될 때다"였죠. 내 어머니도 늘 말씀하셨죠. "화가 복이 되니 힘들 때는 공부하라"고.
모든 게 시간과 인내 그리고 믿음으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맞습니다. 삶에서도, 음악에서도 인내의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142)

화가 복이 된다.
칸트의 말이 또 생각난다. 의무는 당위를 함축한다 !

 

문득 궁금해졌다. 65년의 세월 동안 긴 지옥(악보와 사투를 벌이는)과 짧은 환호의 시간을 반복적으로 치러 온 이 여인의 견고함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주의 별을 향해 온몸으로 모스 부호를 쏘아 올리듯, 그렇게 무대에선 포효하는 암사자였지만, 한편으론 갚아도 다시 늘어나는 빚처럼 몇 년 후의 연주 스케줄에 일상을 저당잡힌 예술 채무자의 삶이 기막히진 않았을까.
그래서였을가. "칠순이 될 때까지 솔리스트로 사랑받으니 얼마나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노려보듯 되물었다. "어떻게 나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볼 수 있어요?" 이어 또 폭죽같은 웃음이 터졌다.
하하. 내가 기가 막혀. 나더러 행복한 인생을 살았냐니?
아냐, 아냐. 대신 난 기가 막히게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어요. 그런데 지구에 태어난 수많은 인구는 다 제 각자 기막히게 축복받은 인생이잖아.
그래도 특별히 행복한 순간들이 많으셨지요?
아니요. 그렇다면 그건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70년을 살면서 가슴이 찢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야. 울음을 너무 울어서 난 울음이 안 나온다고.
그러면 그 현의 소리는 다 눈물의 소리입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두려웠어요, 나는. 공포의 우산 속에서 살았지. 사회의 기대에,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날까, 그게 너무 무서웠고, 그래서 늘 겁에 질려 있었어. 열일곱 살 때 스승인 미스터 갈라미언 손에 이끌려 뉴욕에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섰어요. 무대에서 내려와서 알았지. 내가 어마어마한 일을 했다는 걸. 아직도 기억나는 게 호텔의 벽지야. 호텔에 와서 벽지를 보고 얼마나 슬피 울었던지. '이게 내가 살아갈 인생이구나.' 음악은 청중에게 주는 거고, 내가 받는 박수갈채는 금방 지나가요. 그렇다면 나한테 남는 건 뭐냐? 결국은 내 악기, 내가 사랑하는 소리... 알겠어요? 이게 얼마나 크레이지 러브냐고! (144)

 

"요즘 부모들은 제발 애들 속 좀 썩이지 말라"는 일침도 세트였다.
요즘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있을까요?
자꾸 1등 하라고 재촉하지 마세요. 그러면 안 돼요. 아무리 1등 해도 속이 비면 나중에 망가져요. 그 속을 격려로, 자신감으로 꽉꽉 채워 줘야지. 우리 엄마는 평생 "안 돼" 소리를 안 했어요. (151)

 

그녀의 말대로 심판자는 시간이고, 그 시간 속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걸러질 것이다. (151)

인생은 우리를 한 번도 속인 적이 없었노라고.

 

모 네 번에 윷과 걸이 나오면 한 번에 판이 끝나기도 하죠.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인생은 갬블(도박)이다. 동시에 믿는 사람에겐 블레싱(축복)이다.' 운이 좋아야 하겠지만, 할 노력을 다하면 보이지 않던 길이 뚫려요. 나는 음악도 오감이 아니라 그런 육감으로 해요. 하이 레벨로 올라갈수록 완전히 육감이죠. (153)

 

 


노은님

그림에 억압이 한 줌도 없습니다. 신기하더군요.
(놀라며) 어떻게 억지로 그려요? 그림도 인생도 억지로 해서 되는 게 없어요. 저절로 때가 되면 나옵니다. 작가는 그렇게 되는 거예요. 억지로 싸우다 보면 되는 게 없어. 싸운다는 건 버티는 거야. 그러면 빳빳해져. 부드러워져야 술술 풀리죠. (177)

 

개성을 가르칠 순 없지 않습니까? 선생은 국립대학의 교수로 무엇을 가르쳤습니까?
저는 가르치지 않았어요. 볼 기회를 많이 줬습니다. 장님으로 살다 눈을 뜨면 얼마나 볼 게 많습니까. (웃음)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과 살아 있는 생명을 느끼게 해줬지요. 색채도 가르쳤지만 세상에 미운 색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알려 줬어요. 밉게 보인다면 그건 그 옆에 어떤 색이 모자라서죠. 흰색과 검은색조차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색이 있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색이 섞여 비단처럼 검은색이 되고 흰 장미 한 송이에도 온갖 색이 다 깃들어있지요. 겉으로는 안 보여요. 들여다봐야 보이지요. (184)

 

'내가 누구인가?' '내가 있는 땅이 어딘가?' 그런 질문을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은 남자도 있고 돈도 있는데 나는 왜 하나도 가진 게 없나.' (한숨) 병원 일도 하기 싫어서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 같았지요. 더 무시무시한 건 자고 일어나도 같은 날이 반복된다는 거예요. (188)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머리 검은 모든 짐승은 고난을 안고 사니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189)

 

우주의 정원사로 사는 게 행복한가요?
행복이 뭔가요? 배탈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그렇다면 어떤 감정이 중요한가요?
편안함과 감사함이죠. 눈떴는데 아직도 하루가 있으면 감사한 거예요. 어떤 일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한 세상이 돼요. 매일매일 벌어지는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수고스럽겠지만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요. 비 오고 바람 분다고 슬퍼하지 말고 해가 뜨겁다고 화내지 말고. (웃음) (192)

 

 


하형록

그는 페이버(favor)로 그 원리를 설명했다.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이웃 사랑이 페이버의 핵심이었다. 내가 페이버를 행하면 신이 그 희생을 기억하고 축복을 부어 준다는 것. (196)

 

희생이 없으면 착한 일에 불과해요. 그냥 착한 일은 보통 사람이 다 하는 거예요. 희생이 있어야 감동을 줘요. 착한 일은 눈물이 안 나요. 희생해야 눈물이 나는 거예요. (201)

 

번민이 올 때 그런 지혜로운 결정은 어떻게 내립니까?
기도를 해요. 대부분 오래 걸리지 않아요. 더 희생하는 쪽을 선택하면 됩니다. 당장은 손해지만 1천 불을 잃어도 5천 불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경험으로 알죠.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내가 크게 희생하는 순간, 저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던 사람들이 변해요. (213)

 

 


유홍준

1953년 5월 '남도 답사 일번지'로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이제 10권을 채웠다. 70이 된 지금, 그는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답사기 '중국편'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이 70에 중국어를 배우시다니 대단한 학구열입니다.
이제 회화 3권째 들어갔어요. 할 만해요. 오가는 길에 CD로 열심히 듣지, 허허허. 난 영원한 학생이에요, 영원한 학생! (216)

 

앞장서면 방향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뒤통수만 보고 뛰던 2등이 1등이 돼서 앞에 서면 아득해져요. 점프할지, 좌회전할지. 그래서 휴대폰 기능을 어떻게 하느냐는 인류학의 문제, 심리학의 문제, 민속학의 문제가 되는 거야. 대한민국에서 기업 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대단해져서 인문학을 찾는 게 아니에요. 지금 인문학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된 거예요. (230)

 

 


이성복

어쩌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아름다움(美)의 다른 얼굴은 미완(未完)이에요. 미완성인채로 가는 거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걸 알면, 집에 갈 가능성도 있거든. (245)

 

노화는어떻게 맞이하고 있습니까?
늙고 죽는 것? 얼음판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계속 미끄러지는 느낌. 그때의 막연함 같은 거죠. "어어"하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싶죠. 그럴 땐 시동을 껐다 다시 켜면 돼요. (웃음) 잘 맞이하기 위해 저는 좋은 문장을 많이 외워요.
청년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멀리 보지 말고 자기 발밑을 보세요. 잘 안 되면 똑같이 어느 순간엔 시동을 꺼야 해요. 하지만 상황에 빠지면 끌 생각을 못 하죠. (253)

 

 


송승환

20대 후반이었죠?
그렇습니다. 광고와 드라마로 그때까지 번 돈이 다 거덜이 났어요. 20대 후반에 알거지가 되고 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딱 일하기가 싫어지더라고요. 그때 다시 뉴욕 발동이 걸렸어요. 85년에 부모님 빚 다 정리하고 떠났죠. 드라마, 영화 섭외 다 거절하고서. 어린 나이였지만 이 나이에 돈 모으는 것보다 새로운 곳에서 많이 느끼는게 재산이다 싶었어요. (269)

내게 남을 재산은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살기.

 

 


김형석

그래서 저는 고독을 이기기 위해 80이 넘은 제자들과 만납니다. (웃음) 함께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지요. 고마운 건 교육자는 원래 씨를 뿌리고 그 덕은 사회가 보는 것인데, 오래 살다 보니, 그 열매 맺은 것을 제가 보고 누린다는 거지요. (284)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이 덕을 알 것 같다. 내 친구가 되어준 예쁜이들.

 

청년 시절 저도 식당 웨이터나 가벼운 노동을 해 보았는데, 그때 내 인격과 직업을 소중히 대해 주는 사람 덕에 자존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285)

맞아! 나도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멋진 사람이라는 정의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손님도 친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일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도.

 

따님에게 이런 말씀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것 같다." 어떤 뜻입니까?
수많은 역경을 거치면서 여섯 아이들을 키워 냈는데, 그 동안 불만을 터뜨리거나 화를 내지 않았어요. 어떤 상황이든 자제하는 마음을 유지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어요. (286)

그래서 내가 수업시간에 화를 내거나, 정색을 하고 나면, 꼭 집에 와서 이불을 차는 이유.
너무너무 속상해지고 하루 기분은 그냥 리터럴리 폭망이다ㅠㅠ
아이들이 살면서 고민스러운 순간에, 나를 한 번 떠올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내가 직업을 대하는 자세의 뿌리이다. 그렇게 떠올린 내 모습에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
그래서 그러지 못한 날에는 정말정말 어디가서 숨고 싶어진다. 모범이 되지 못했으니까.

철학은 인간에 대해 알려 주지만, 인간이 처한 문제는 해결을 못 해 줍니다. 그러면 종교가 해결을 해 주느냐? 아닙니다. 나는 그 답을 예수에게서 찾았어요.
안병욱 선생과 내가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인격의 핵심은 성실이라는 겁니다. 성실하게 살면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은 공자예요. 공자는 성실한 윤리학자였어요. 하지만 공자는 영원성, 내세의 문제, 인생의 참다운 자유와 행복에 대한 문제 해결은 못 내렸어요. 그것은 종교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신앙을 가지려면 성실성에 경건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성실한 사람은 악마가 건드리지 못합니다. 유혹을 받는 것은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경건이란 무엇이냐? 호수가 잔잔해야 달 그림자와 별 그림자를 볼 수 있어요. 그 잔잔함이 바로 경건이지요. 철학자 가운데 가장 성실한 사람은 칸트였어요. 칸트는 신을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신이 있는 사회를 희망했습니다. (291)

 

신앙을 가진 사람은 겸손하고, 겸손한 사람이 경건해질 때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입니다. (292)

 

천국은 어떤 곳입니까?
누구도 모릅니다. 천국은 중요하지 않아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아름답게 남길 수 있느냐까지만 우리 문제입니다. 나머지는 종교인들의 문제지요. 
복 받기 위해 종교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 자기 그릇만큼의 신앙을 가질 뿐이지요.  (295)

 

기독교에서는 장수를 큰 복으로 여깁니다. 실제로 장수하니 행복하신가요?
나이 드는 건 경계선을 넘어가는 일이에요. 내가 지금도 강의를 하니, 80이 넘은 제자들이 다시 들으러 와요. 처음엔 97세 노인이 어떻게 하나, 구경하는 셈 치고 왔다가 학교에서 배울 때보다 더 새롭다고 해요. 그러면서 "선생님 120살까지 사실 거예요"합니다. 그럼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20년이나 이 고생을 더 하라고?" 그래요. 남들은 모르죠. 내가 지팡이 없이 걷기 위해, 이 나이에 강의 준비하기 위해 매일매일 얼마나 노력하는지요.
높은 산을 넘으니, 내가 산 넘는 게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고통은 아니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요. 아들 딸도 그 외로움을 몰라요. 오로지 곁에서 오래 살던 가정부만 알지요. (웃음)

 

 


마크 E.윌리엄스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 생산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말년에 다가갈 방법은 무엇인가? (300)

 

혹시 선생도 '늙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까?
직계 가족 중 내가 제일 연장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늙었다고 느끼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숫자만 좀 늘어났을 뿐이죠. 노화란 사실상 허상에 불과해요. 다른 사람의 눈에 늙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서서히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에 설득당하죠. 다행히 저는 아닙니다. (웃음) (301)

 

노인에 대한 편견 중 특히 바로잡고 싶은 것은 있습니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시네요"같은 가식적 접근은 삼가세요. 젊음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노인이 청년보다 불행할 거라고 믿는 공중의 믿음부터 바꿔야 해요. 늙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더욱 성장해 가는 과정이에요. (302)

 

특별히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독특해진다"는 말이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노인들이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독특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아닙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더욱 독특해지고,  차별화되죠. 노인들은 점점 서로를 덜 닮게 됩니다.
나이 들수록 개성이 더 강해진다고요?
그래요. 나이 들수록 우리 각자의 사랑스러운 부분과 불완전한 부분이 더 강하게 돌출됩니다. 오히려 비슷비슷한 젊은이들보다 훨씬 다양해지죠.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도 다 제각각이죠. 노인의 독특함은 오랜 시간을 견딘 대가로 운명이 주는 보상이에요. (304)

젊은이가 비슷비슷하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헐

나이든다고 해서 학습 능력이나 창의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중년인 저조차 젊을 때 비해 총기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요?
80세 노인 중 정상적 인지기능을 가진 사람이 절반이 넘어요. 만약 총기가 떨어졌다면 필시 사고가 편협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그건 습관에 매달려 살기 때문입니다. 습관이란 어제라는 틀을 이용해서 오늘의 곤경에 대처하는 방식이지요. 습관에 의지할수록 예측불허 상황에 대처하는 뇌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집니다. 과거에 매달려 자기 삶을 백미러를 통해 경험하려는 습관을 멈추세요. 총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인도 낯선 상황을 피하면 안 됩니다. (305)

사고가 편협하다는 것은 총기가 떨어지는 것과 동의하다.
낡지 말고 갇히지 말고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받아들이기!

노인이 되어서 우울감과 박탈감이 깊어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건 역설적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기를 바라서죠. 그렇다면 노년의 자존심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우리는 살아왔던 시간만큼 오래 죽은 상태로 기억될 거예요. 당신은 살아 있는 동안에 당신의 평판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요. 본질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위해, 더불어 타인의 삶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306)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은 무엇인가요?
걱정, 두려움, 무능력한 느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어린 아이도 늙게 합니다. 공감은 성공적인 노화에 필수 감정이에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먼 길을 걷는 것"이라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비유를 기억하세요.

 

노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도 그렇게 결정해 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노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내 모습에 통합된 나의 일부입니다. 나의 젊은 육신은 동시에 미래의 육신이기도 합니다. 노인은 젊은이들에게 늙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고,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죽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312)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을 확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죽을 때도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죽습니다. 기존에 스트레스에 대처했던 메커니즘대로 죽음 앞에서 대응하기 마련이지요. 평소 스트레스에 의연하고 낙관적으로 대처하는 연습을 하세요. 죽은 앞에서도 그렇게 될 겁니다.
세상에 살 날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니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과 감정을 관리하세요. 건강하게 늙어 가기 위해 노력 없이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잘 늙기 위해 투자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아요. 뿌린 만큼 거두는 법입니다. (313)

 

 

믿고 읽는 오상진


ㅠㅠ 그가 책 추천(및 소개)를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이 너무 멋진 사람.
랍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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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끈적끈적한 뜨거운 감정도 질척질척한 음울한 감정도 없다. 애초에 가게 주인은 자전거가게의 주인아저씨처럼 손님에게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았다. 보관하고 싶으시면 맡아드리지요. 이런 분위기다. 그렇다고 일을 아무렇게나 대충하는 타입은 아니고 잔잔한 성실함이 있었다. 그런 곳이다.
그래, 가게 주인의 손에서 느껴지던 것이 그거다. 성실함은 왠지 차갑고 납작한 느낌이다. 자전거가게의 주인아저씨에게 느꼈던 것은 좀 더 일그러지고 울퉁불퉁했다. (74)

 

나는 가게 주인의 성실한 손에 이끌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가게 주인은 그냥 맡아만 주지 않고 저 고물 자전거를 관리해주었다. 눈도 안 보이고 자전거 가게 주인아저씨 같은 프로가 아니니까 시간을 담뿍 들여서 닦았겠지.
그 성실한 손으로.
성실함은 소중하다. 공평하니까. 팥색에게도 내게도 가게 주인의 성실함은 꼼꼼히 배분된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성실함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좀 더 뜨거운 것이다. 그게 어떤 색이고 어떤 형태인진 잘 모르겠어도. (79)

시간을 담뿍 들인다는 것 그것은 온 마음을 다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쓰요시는 팥색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거지, 내가 싫어졌거나 질려서가 아니다. 원래부터 나와 쓰요시는 마음이 연결되지 않았으니까. (93)

 

주인아저씨는 이미 샀다고 생각했는지 내 핸들을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성실하지 않으나 울퉁불퉁하고 일그러진 무언가. 뜨겁고 강압적이며 반응이 있는 무언가다.
이것이 '사랑'이다. (97)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노력에는 끝이 없소.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지. 본인도, 주변 사람도." (116)

나도 그 끝없이 노력했던 한 사람을 안다. 매번 나는 속상해했다. 너에게는 오늘이 없냐고, 오늘의 우리가 내일의 우리를 만드는 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내일만 바라보고 살아서 나를 못 보는 것 같았기 때문. 그래서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노력은 나만 하는게 아니라 주변 사람도 함께 해야하는 것임을. 물론 나는 그것을 함께 해주지 못했다.

 

갑자기 코골이가 멈췄다. 오, 죽었나? 그런데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어두워!"하고 불평했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구나. (120)

눈이 보이는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됐다.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참이나 했다.

 

"다음 날에 보니까 신기하게도 이혼 서류가 사라졌지 뭐야."
"헤에."
"아마 아빠, 밤중에 몰래 돌아왔다가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나갔었나봐. 걱정돼서 전화했더니 이혼 서류 따위 모른다는 거야. 틀림없이 어딘가에 버렸겠지. 이 사람은 헤어질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확 풀렸어. 그래서 오늘 저녁은 어묵탕이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서 돌아왔지."
"그걸로 끝이야?"
엄마는 잠시 불단을 바라보더니, 이야기를 마치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부부는 사소한 일로 싸우고 사소한 계기로 화해하거든." (166)

피식.
아주 작지만 믿음이 주는 힘. 그리고 상황을 너무 어렵고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는 태도.

 

신기하게도 내 마음에는 분노가 없었다. 그저 괴로울 뿐이다. 그러니까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 그냥 그뿐이다. 그래도 엄마가 화를 내주어서 조금은 마음이 든든하고 훈훈했다. (172)

맞아! 누군가 내 일처럼 펄펄 뛰고, 길길이 뛰어주면 내가 다 웃음이 난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고 귀엽고 따뜻해서.

 

한참 걷다가 깨달았다. 벌써 단풍이 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보인다. 내일도 또 다른 무언가가 보일까? (175)

 

'잘 다녀오세요'에는 힘이 있다. 나는 등을 떠밀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그 길로 구청에 가서 이혼 서류를 제출했다. 빠뜨린 부분도 없고 도장도 찍혀 있어서 완벽한 서류였다.
몸이 너무도 가벼워져서 둥실둥실하다. (185)

가끔 내 옆자리 샘이 '네~ 다녀오세요'라고 하시면 엄청 기분이 좋다.
물론 그 분이 가진 힘과 다정함 때문이겠지만, 왠지 돌아와도 그곳에 계실 것 같아서 좋다.

 

그런데 고양이 털이 붙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손님은 그 상태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내 털 역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여행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191)

너무 예쁜 상상력이다. 나의 일부가 여기 저기로 가는 일이 여행이라니, 이 문장이야 말로 가슴을 콩닥 콩닥 뛰게 만든다.

 

나는 아시타 마치 곤페이토 상점가의 여러 가게를 훔쳐보고 다니는데, 주인 같은 사람은 없다. 다들 조금씩 남자 냄새나 여자 냄새를 풍긴다. 그렇다. 모두 냄새를 가지고 있다. (195)

여기 책에서는 냄새와 자신의 성별은 무관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나는 어떤 냄새를 가지고 있을까.

 

어린 시절에 나는 굳게 믿었다. 고양이는 모두 인간의 손바닥에서 태어난다고. 10년이나 살다 보니 자연의 섭리를 깨달아서, 이제 고양이가 고양이에게서 태어난다는 걸 안다. 고양이의 출산을 본 적도 있다. 상점가 이발소의 도라가 아기를 낳았다.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는데 그게 진실이다. 아무래도 나만 주인에게서 태어난 것 같다. 나는 특별한 고양이다.
특별. 이 발음, 진짜 멋지지? 여왕이 된 기분이야. (196)

ㅠㅠ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내겐 엄마의 첫사랑인 셈이니 겸연쩍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하다. 게다가 걱정이다. 주인이 상처받지 않으면 좋겠는데. (199)

나의 아가들이 남친 혹은 여친이 생겼을 때 내가 드는 마음. ㅠㅠ 복잡한 마음인데, 그냥 가장 큰 마음은 내 아가가 상처받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

 

주인의 표정이 꼭 어린애 같았다. 상점가에서 종종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애들처럼. 어른을 전적으로 믿고 뭐든지 맡긴다. 그런 표정으로 아이자와 아줌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모습은 내게 충격이었다.
내 기억 속에서 주인은 처음부터 어른이었다. 냉정하고 침착하고 동요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공평하고 다정하게 대하서도 어딘가 차가웠다. 고집이나 갈등, 집착 같은 격정적인 감정과는 무관했다.
지금은 다르다. <어린왕자>에 푹 빠졌다.
그리고 아이자와 아줌마의 목소리에 의지했다.
처음 보는 주인의 어린애 같은 표정.
주인은 드디어 엄마를 얻은 것이다.
사람은 엄마를 얻어야만 어린애가 될 수 있다. (228)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지막 문장.

 

주인은 기다리지만, 비누 아가씨는 오지 않는다.
혹시, 내 탓인가?
배 속에 모래가 들어찬 것처럼 괴롭다.
이게 미안하다는 감정, 죄책감이구나. 비누 아가씨가 책을 훔친 죄책감을 품고 살아온 것처럼, 나도 이 감정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233)

배 속에 모래가 가득 찬 것 같은 느낌. 죄책감. 내가 정말 싫어하고 경계하는 마음.

 

책을 읽는 동안 참 따뜻했다.
읽으면서 나도 위로받는 기분.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내가 너에게 선물했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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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는 못할망정 계속 빵빵대는 젊은이들을 보며, '저 사람은 평생 문학 작품이라고는 한 번도 못 읽어본 사람일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뭐 맛있는 걸 먹을까,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랑 호텔에 갈까 이런 것만 생각하며 살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얼마나 당황하고 계실지 절대로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11)

 

문학은 그러한 인간의 공통적인 감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입니다. 여러분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남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겠구나' 또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으니 이 사람은 참 슬프겠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참 행복하겠다'하는 식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나를 이입시키는 것입니다. 이렇듯 문학 작품을 통해 나와 남 사이의 벽을 허물고 내가 남이 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15)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신은 인간을 만들 때 목에 보따리를 두 개씩 달아놓았다고 합니다. 보따리 하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결점으로, 또 다른 보따리는 나 스스로의 결점으로 채워지는데 그 보따리를 앞에 하나, 뒤에 하나 이렇게 두 개를 달고 다닌다는 거지요. 남의 결점은 앞에 있어서 아주 잘 보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보따리를 뒤져 가면서 험담을 해대지요. 아무리 평판 좋은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성향은 양면적이라 생각하기에 따라 상반되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17)

 

쌍둥이조차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릅니다. 인간 자체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또 다르면서도 비슷한 겁니다. 앞뒤로 보따리를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뒤적거리지만, 실은 앞 보따리나 뒤 보따리나 들어 있는 건 오십보백보 다 마찬가지라는 거지요.

저마다 서로 경쟁하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이니 인간적인 보편성을 찾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바로 그것이 문학입니다. (19)

 

이 소설을 통해서 찰스 디킨스는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사실에만 얽매여 사는 삶이 얼마나 감옥 같은지를 간접적으로 얘기해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27)

 

"초음파 검사를 하다 보면 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점이 있어요. 마음이 아주 평화롭고 행복한 사람, 이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 마음이 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막 속이 타들어가고, 고뇌에 빠져 있고, 무언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 다 구별이 돼요.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거지요." (32)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남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가를 문학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이지요.
삶에 눈뜬다는 것은 아픈 경험이지만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꼭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예요.
(33)

그렇지만 똑똑히 직시하며 나아가기. 아픈 경험이지만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면! !!!! 히히

 

저는 여러분 안에도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나 혼자가 아니라 남을 생각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공부의 시작은 바로 그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34)

 

'시인은 바로 바람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이다.'
바람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 보인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느껴지니까요. 분명히 거기 있는 것을 압니다. 다만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인들이 거기에 색깔을 칠해 주면 '아, 그게 빨간색이었구나, 노란색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랑, 열망, 야심, 고뇌 등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있는데, 생활에 파묻혀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수업 듣고, 시험 보고, 밥때 되면 자장면 먹을까, 우동 먹을까 고민하고, 그러다 집에 오면 엄마가 컴퓨터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일상에 얽매여 내 마음을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64)

 

독서를 통해 지구력이 길러지고, 자기 안에 내용을 담아 두는 기간도 길어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영상이나 인터넷은 순간 보고 나면 끝이지만, 책은 긴 시간에 걸쳐 집중해서 보았을 때 오래 남습니다.(71)

 

얼마 전 20대의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스무 살이 된 여성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그들이 나중에라도 '그 말이 정말 맞았구나'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말은, '책을 읽어라'입니다. 아까 함민복 시인의 이야기처럼, 결국 사람은 밥과 소금으로 살지만 그것 못지않게 시가 우리에게 주는 영혼의 위로도 필요합니다.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도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75)

결국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책을 읽어라'라면 그게 맞는 거겠지.

 

이것이 바로 문학의 역할 아닐까요? 단도직입적으로 정보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결국 같은 인간이며 공동체 운명을 타고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가, 그것이 바로 문학의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86)

 

얼마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게 아니고 ...
입맞춤은 계약이 아니며
선물은 약속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머리를 쳐들고 앞을 똑바로 보며
소녀의 슬픔이 아니라
여인의 기쁨으로
너의 패배를 받아들일 것이다.

얼마 후면 너는 햇볕도 너무 쬐면
화상을 입는다는 걸 배우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꽃을 갖다 주길
기다리기보다는
너만의 정원을 만들어
네 영혼을 스스로 장식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이별할 때마다 너는
배우고 또 배우게 되리라 (89)

- 얼마 후면, 베로니카 쇼프스톨

 

만약에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을 당해도 거짓과 거래하지 않고
미움을 당해도 마음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꿈을 꾸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서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허리 굽혀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것을 한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그래서 패배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군중과 함께 말하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과 함께 같이 걸으면서도 민중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의 시간을
60초만큼의 장거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딸아, 너는 드디어 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93)

- 만약에, 루디야드 키플링

 

'생명'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 성공, 사랑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 벅차다. (98)

 

제가 지금 여러분 나이였을 때,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50대인 지금도 내일 어떤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바로 어제까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언제까지나 거기 서 있을 것 같았던 남대문이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인생도 그렇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짜릿하고 멋진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도, 운명은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의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운명은 울타리 위에 앉아 팔짱끼고 관망하는 이들을 가차 ㅇ벗이 내칩니다. 삶은 지도가 없는 여행입니다. 스스로가 길을 발견하고 닦아야 합니다. (103)

나만 모르는 게 아닌 것.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기대되고 짜릿한 것.
하긴, 2017년 2018년 2019년 내가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준 일이 참 많으니까.
삶의 해석을 건강하게 하자. 내가 아가들을 바라보듯이.

 

삶의 조각은 퍼즐 맞추기 같은 것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마음의 조각이 여러분 삶 전체의 그림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긴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조금 아파도, 남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아도 바로 그 경험이 훗날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날개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105)

내가 가진 날개를 기억하는 일.

 

그런데 내가 살아 보니 늙는다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닙니다. 그냥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가며 충실히 살아갈 뿐, 무슨 색다른 감정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딱 한 가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즉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118)

 

그렇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입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샇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입니다.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습니다. 내가 남의 말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몽땅 망했지만, 내가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데에는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데에는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데에는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남의 마음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습니다. 사람은 단지 인人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122)

내가 어쩌면 가장 듣고 싶었던 말들. 나는 낭만을 잃고 싶지 않다.

 

쉰 살의 장영희가 스무 살에게 해주고 싶은 마지막 당부는 이렇습니다.
"스무 살, 의존하지 않는 네 삶의 목표를 세워라. 남이 꽃을 꺾어다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네 정원을 스스로 가꾸어라. 아름다운 성 속에 갇힌 영원한 소녀로 남기를 꿈꾸기보다는 아파도 사랑할 줄 알고 네 안에 온 세상을 품는 성숙한 여인이 되어라." (122)

 

삶의 한 장을 끝내고 좀 더 넓은 세계로 비상하는 문턱에 서 있는 네 얼굴은 미래에 대한 흥분과 희망으로 환하게 빛난다.
그러나 지금 네가 들어가는 그 세상은 이제껏 책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곳인지도 모른다. 진리보다는 허위가, 선보다는 악이, 정의보다는 불의가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이리저리 줄을 바꿔 서는 기회주의, 호시탐탐 일확천금을 찾아 헤매는 한탕주의, 두 손 놓고 자포자기하는 패배주의에 아직은 이상을 꿈꾸는 너는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124)

스무 살, 그리고 스물 네 살의 현아가 진작에 봤더라면 너무너무 좋았었을텐데.

 

<세비야의 이발사>를 쓴 보마르셰는 묻는다. "사랑과 평화는 한 가슴 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청춘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나는 네가 사랑 없는 평화보다는 평화가 없어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새뮤얼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일은 결국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26)

 

꿈을 가져라. 네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설사 1%뿐이라고 해도 꿈을 가져라. 우리 모두의 삶은 이리저리 얽혀 있어서, 공존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에야 결국 너의 삶이 더욱 빛나고 의미 있어진다는 진리도 가슴에 품어라. 그리고 삶이 너무나 힘들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고 투혼을 발휘하는 너의 용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모든 능과 재능을 발휘해 포기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네 삶의 방식을 믿는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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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금 여러분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런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별 뜻 없이 내뱉는 말은 무책임한 말이니 개의치 마세요."[각주:1]

 

저는 정신과를 병설한 하타노 병원을 무려 50년 동안 운영해 왔습니다. 그 세월은 아득하리만치 긴 시간이었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바로 '절대적인 건 없다'는 사실입니다.[각주:2]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참 오랜 세월을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아흔이 지나서야 실감한 인생의 법칙이 있습니다. 첫걸음만 내딛을 수 있다면 그다음은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각주:3]

 

끝이 안 보이는 듯한 고통스러운 시기도 언젠가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 시기를 지나면 밝고 즐거운 시기가 찾아 오죠. 그것이 인생의 법칙입니다. 물론 고통에 빠져 있을 때는 좀처럼 희망을 품기 힘듭니다. 하지만 괴로울 때일수록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터널 안에 있는 동안에는 누구나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니 평소 터널 밖의 밝은 풍경을 상상하는 힘을 단련해 두면 어떨까요?[각주:4]

 

삶의 기쁨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이것은 누군가에게 받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것입니다.[각주:5]

 

또 머리와 마음을 젊게 유지하고 싶다면 낯선 것에 눈길을 돌려 보세요.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 처음 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죠. [각주:6]

 

마음이란 참 신비롭습니다. 설령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날 격려해 준다는 확신이 들면 혼자일 때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각주:7]

 

더 좋은 인생은 더 좋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매일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아침을 가능한 한 의식적으로 보내면 됩니다. 의식儀式, 즉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 놓고 완수하는 걸 뜻합니다. 의식이라고 해서 결코 거창한 게 아닙니다. 지극히 일반적인 생활 습관이죠.

몸 상태가 심하게 안 좋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 의식을 실천해 보세요. 심신이 활발해지면서 그날 하루의 리듬이 원활해집니다. 아침 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식 1 매일 정시에 일어나기

의식 2 이부자리 안에서 그 날의 계획이나 즐거운 일 떠올리기

의식 3 온몸에 아침 햇살 쬐기

의식 4 신문 읽기

의식 5 간단하게라도 아침 먹기

의식 6 옷 차림 단정히 하기

의식 7 심호흡하기[각주:8]

 

특히 나이가 들어 혼자 살게 되면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감동할 일이 부쩍 줄기 쉽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대원칙이 있는데 마음 역시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고 맙니다. [각주:9]

 

인간의 마음은 고독한 상태로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둔해집니다.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의 파도가 잔물결로 변하고, 잔잔해지다가 결국 물이 말라 버리고 말죠. [각주:10]

 

거리낌 없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악의가 전혀 없습니다. 실례라고 생각하지도 않죠. 전 이런 말을 들으면 항상 담담하게 받아넘깁니다.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전 환자들에게 단 한 번도 화가 난 적이 없습니다. 화는 커녕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그들이 귀엽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 순간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걸로 됐다고 만족하는 것이죠. [각주:11]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들어 주고 웃는 얼굴로 맞장구를 쳐 주면 기뻐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죠.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 주도록 합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성숙함이자 남에게 힘이 돼 주는 일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정신과 의사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치유할 수 있습니다. [각주:12]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삶은 외로운 법이니까요.

도움이라고 해서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교에서 '화안시和顔施'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정한 얼굴로 상대를 대함으로써 베푼다는 가르침이죠. 상대의 마음을 단 1밀리미터만 흔들어도 그것은 어엿한 베풂입니다. [각주:13]

 

나이가 들수록 지나치게 겉모습에만 신경 써서는 안 됩니다. 물론 평소 단정하고 체형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 패션을 즐기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친다면 평생 미숙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좀 더 마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면 어떨까요? 마음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도 많을 듯합니다. 저는 타인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야말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주:14]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오로지 누군가의 행복을 간절히 바랍니다. 좀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참된 행복을 맛보는 길입니다.[각주: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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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껍질 속 사랑

이해심 많은 여인이어야 했다. 절대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질문을 해봤자 비참해지는 건 나다. 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바구니를 건네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것 좀 그냥 놓고 갈게요."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는 주인아주머니는 친절하고 쿨하게 별일 아니란 듯이 내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그게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주인아주머니의 직업적인 친절처럼 나도 그에게 애인이라는 직업적 친절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 [각주:1]

 

 

 


열정의 끝

그런 그의 모습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려는,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를 봤다. 그런 남자가 자신을 잊고 잠시나마 여자에게, 아니 나에게 에너지를 쏟았다. 그때의 느낌을 경험해본 여자라면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지 알 거다.

그 저릿한 충만감에 취해 한때 나는 그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갔다. 아무 때나 만날 수 있게 준비한 채 그를 기다렸다. 그의 스케쥴에 맞춰 살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일보다, 내 친구보다, 내 미래보다 그가 더 중요했다. 맹목적이고 찰나적인 열정에 도취해 살던 시절이었다. [각주:2]

 

 

 


크리스마스이브에 생긴 일

수현은 이런 남자와 사느니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각주:3]

ㅋㅋㅋㅋ 자주 곧잘 하는 생각.

본전도 안 될 거라면 하지 말자는 생각. 내가 유독 가장 차갑게 계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모든 여자들에겐 저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호정은 강조했다.[각주:4]

그래서 궁금해진다. 나는 도대체가 포기할 수 없는 단 한가지가 뭘까. 그리고 정말 그것만 있으면 나는 괜찮은걸까.

 

 

수현은 공적으로 접하게 되는 못난 남자들은 어떻게든 밟아야 직성이 풀리면서 사적으로 만나게 되는 못난 남자들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웬일인지 루저 앞에선 한없이 관대해지고 기꺼이 용서해주는 자비로운 여자가 되어갔다. [각주:5]

 

 

우진은 흔히 말하는 '좋은 남자'였다.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동성 친구와 얘기하듯 편했고 늘 마시던 커피도 훨씬 맛있었다. 문제는 즐겁고 기분은 좋은데 설레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안함과 공감보다는 설렘과 낯선 이질감이 수현에게는 더 섹시하게 느껴진다.

(중략) 그렇게 잘해주고 잘 이해해주는데도 수현의 마음은 동하지 않았다. 수현은 진심으로 자신이 우진에게 푹 빠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각주:6]

 

 

 


친구 이상 애인 미만

그 따뜻한 품에 안기면서 마리는 비로소 자신이 돌아갈 곳을 찾은 듯한 안도감을 아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마리는 그동안의 모든 방황이 오로지 요한이 왜 필요한지 깨닫기 위한 학습 과정이었다는 생각에, 또 오버하면 안 되지 하며 마음을 다졌다. [각주:7]

내가 돌아올 곳은 여기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는 품. 그 품이 가져다주는 신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너무 당연하게 돌아오게 되는 집같은 품.

그래서 참 어려웠고 어렵다.

세상이 무너질듯이 힘든 날에는 어김없이 그 품이 떠오르기 때문.

 

 

 


작가의 말

그녀들은 사랑 앞에서 드라마틱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라고 하면서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욕망과 체념 사이에서,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진심 사이에서 흔들렸다. 뜨거운 마음이 차가운 머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불안해했고 그것이 드러날까 시니컬하게 자기변호를 했다.

어렵사리 사랑을 시작해놓고는 머지않아 다가올지도 모를 이별을 예감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건조해지고 서늘해져갔다. 그렇지만 애써 숨기려 해도 사랑 앞에선 뼛속 깊이 약해지고 낭만적으로 바뀌었다. 이런 그녀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들은 물었다.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고. 해답을 알면서 묻는 그녀들에게 나는 아무런 대답을 줄 수가 없었다. 나의 우발적인 충동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내가 스스로 용기를 내 소설을 쓰기로 한 것처럼, 그녀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스스로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설렘과 열정이 머물다 지나가고 이별이 찾아오기까지 그 묵직한 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더 혹은 덜 사랑한 자의 무모함, 잔인함, 치사함, 처연함, 비루함 같은 것들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한다고.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다. 그것은 불완전해서 더 아름다운 나와 그녀들과 당신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 사랑스런 남자들도 함께 조금씩 철이 들겠지. [각주:8]

 

 

임경선님을 너무 좋아하다 못해, 예전 작품들까지 전부 읽어버리고 있는 나. ㅋㅋ

이런 나를 아시면 무서워하시려나. 근데 그렇게 해서라도 경선님의 생각을 듣고 싶고 알고 싶고, 그것을 두고 나 스스로도 생각해보고 싶었다.

참 신기하다. 경선님의 책을 읽으면 꼭 언젠가 내가 했던 경험들을 마주하게 되고, 또 언젠가 내가 친구에게 털어놓았던 고민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경선님만의 해답과 생각을 덧붙여주기 때문에 내가 그녀의 글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야말로 결혼을 꼭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하고. 그리고 또 나야말로 결혼을 급하게 바라보는 게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자주 조급해지고 조급한데에서 서운해지고 서운한데에서 마음이 건조해져 간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마음인걸까 나? '이사람 아니라면 어서 빨리 다음의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해.'

그래서인건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내가 상대방을 이해할 시간을, 기회를.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을 다듬어 보완'해나갈' 사람이 아니라,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 사람을 찾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그리고 어딘가에는 꼭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누군가의 말이 정말 맞다.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사랑할 사람을 찾고, 알아보느냐고.

맞다 맞아.

그렇다면 내가 나를 잘 아는 게 우선인데. 쉽지 않다. 나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 같으니까 흑흑.

 

오늘 본 영화 <어쩌다 로맨스>에서

주인공 냇의 말과 모습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I.. I... I love.. I love.. ME! I LOVE ME!!!!! YES I LOV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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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지님보다 지니지 않음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다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필요한 것을 비교적 고루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기보다 아무것도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가뿐하지 않은가. [각주:1]

 

내 집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의 그 해방된 느낌과 행복, 평온함은 말로는 다 할 수 없다. 따끈한 물의 질감, 그리고 피어오르는 김의 냄새.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어디를 가든 집의 욕실을 그리워한다. [각주:2]

정말 ㅠㅠ

언젠가 나도 꼭 욕조를 살 예정.

몇살때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자연스럽게 욕조 목욕이 좋아졌고 그래서 꼭 여행을 가서는 욕조에서 오래간 목욕을 한다. 온천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따뜻하고 노곤하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정말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케이크라는 말에서 환기되는 달콤하고 조촐한 행복의 이미지다. 그리고 그것은 실물로서의 케이크 하나와는 오히려 무관하다.

"뭘 좋아하나요?"

하고 물으면 주저 없이,

"케이크."

하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함으로, 나는 살아가고 싶다. [각주:3]

 

한편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책과 향수, 목욕할 때 머리를 묶는 핀은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을 이런 사소한 것에 의존하고 있구나, 하고 절실하게 생각한다. [각주:4]

ㅋㅋㅋㅋㅋㅋ 격한 공감!

나도 어디를 가더라도 꼭 책과 목욕할 때 머리를 묶는 핀과 앞머리를 고정할 핀을 챙긴다. 충전기를 안챙기거나 지갑을 안 챙긴적은 있어도 이 두개를 깜빡한 적은 없다. ㅋㅋㅋㅋ 정말 생활을 아주 사소한 것들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욕심이 지나쳤다는 생각을 또 한다.

 

 

읽던 책에서 꽃이나 잎이 스르륵 흘러 떨어지면, 정말 놀란다. 상상 이상으로 소스라친다.

책이란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므로, 읽는 동안에는 그 세계에 푹 빠져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꽃이나 잎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것처럼 기묘하게 보인다. [각주:5]

이 부분을 읽고 2017년 여름-가을쯤이 생각났다.

여느날처럼 연신내 알라딘의 중고서점에서 책을 샀고, 꽤 시간이 지나 책을 읽으려고 폈는데 잎이 스르륵.

정말 예쁘게 바래있고 말라있던 잎.

꼭 누군가가 내게 준 선물 같았다. 그리고 궁금했다. 주인은 누굴까, 언제 어떤 마음으로 잎을 넣어둔걸까, 잎을 넣어둔걸 알지만 그대로 책을 되판 것일까 등등.

 

 

그런 데다 택시 안이라는 게 또 문제다. 그 협소하고, 생활 감각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공간. 밤거리를 이동하는 무수한 차들 가운데 한 대. 나와는 전혀 무관한, 운전사란 타인의 인격과 인생. 그리고 운전사와는 아무 관계 없는, 나란 손님의 감정과 그날 하루. [각주:6]

 

프렌치토스트가 주는 행복은 그것이 아침을 위한 먹을거리이며, 아침을 함께할 만큼 소중한 사람이 아니면 같이 먹게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각주:7]

 

자장가란 참 신기한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이제 막 자려는 참에 노래를 불러대면 시끄러워서 잠이 들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린아이들에게는 기분 좋게 들린다면, 그것은 역시 어린 아이들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기껏 노래를 불러주는데 들어는 줘야지, 하는 공연한 신경을 쓰지 않는 덕분일 것이다. 그런 것을 천진함의 미덕이라 해야 할까. [각주:8]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늘 우리 아이들에게 배우는 이유. 정말 깨끗하고 예쁜 마음이 가득하니까. 매번 그 마음들이 나를 놀라게 하니까.

 

 

문화와 풍경이 다른 외국에 즐겨 나가고, 다르면 다를수록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런 한편, 돌아가는 길, 대도시 주변의 드넓은 공항에 도착해 번듯하고 충실한 화장실과 커피숍을 보면 왠지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 일상적인 안도감이 좋으면 굳이 여행할 게 뭐 있느냐고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조금은 있기에, 공항에서 안도하는 나 자신이 늘 한심스럽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장소에 가고 싶어 떠나왔는데, 그 속을 알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안도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각주:9]

ㅠㅠ나다. 나는 대도시가 주는 안락함이 좋았고, 그래서 지난 유럽여행도 바르셀로나와 특! 히! 마드리드가 좋았다. 리스본도.

작은 도시도 물론 좋지만, 며칠이 지나면 조금은 갑갑?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전면허가 있으니까 지금 당장 핸들을 잡아도 법률 위반이 아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놀라워, 거의 어이가 없을 정도다. 놀이 공원에 가서도 미니카 하나 타지 못했던 아이였는데, 그리고 그 무렵의 나와 지금의 내 운동 능력에 별 차이가 없는 듯한데, 40년 가까이를 살다 보니 어쩌다 운전면허를 따고 만 것이다.

케이크 가게에 들어가서도, 진열된 케이크 가운데 어떤 것이나 얼만큼이든 사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때마다 놀랍다. 속에서 기쁨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절대 돈의 문제는 아니다. 케이크를 스무 조각씩 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움찔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손님이 꽤나 많이 오는 모양이지, 하고 상상할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움찔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건 참 마음 편한 일이다. 자유를 그렇게 정의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만큼.

운전을 하든 말든, 케이크를 몇 개 사든, 다 내 마음이란 사실이 때로 놀랍고, 실제로도 놀란다. 아직도 그 사실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말을 당당히 하는 것은 물론 부끄러운 일이리라. 하지만, 역시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복잡한 전철을 탔을 때면 간혹 생각한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어른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 과거 어느 때에는 모두 어린애였다. 거짓말을 하고 투정을 부리고 울고 떼를 쓰고 목욕을 싫어하고 잠자다 오줌을 싸고 이를 닦지 않는 어린애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 신기하면서도 끔찍하다. 말이 통하는 어른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어린애가 성장했을 뿐이다. 그러니 믿을 수 없다.

어린이에게는 세계가 온통 불합리하다. 내게는 그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절절하게 남아 있다. [각주:10]

내가 이 책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 마지막 글.

그리고 역시 에쿠니 가오리구나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나는 올해 어엿한 스물 여섯인데, 저엉말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가 없다. 흑흑.....

나는 아직 스물 셋, 혹은 스물 넷 같은데.... (혹은 스물 하나?)

 

유난히 기억이 많았던 나이의 나로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정말 신기하면서도 끔찍하다. 말이 통하는 어른 같은 얼굴과 행세를 하고 있지만, 나는 그저 말이 통하지 않는 어린애가 성장했을 뿐이다.

 

그래서 또 아이들에게 쉽게 화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쉽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아이들에게 나이와 직위를 이유로 권위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뭐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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