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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가 이집트까지 간단 말이에요?"
"난 그저 해몽만 할 뿐이야. 그걸 현실로 만드는 건 내 일이 아니야." (37)
항상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산티아고가 신학교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면 불만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겐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현실로 끌어낼 방법이 없는 꿈 속의 여인 같은 것이니 말이다. (40)
"어째서 왕께서 양치기와 더불어 이야기하십니까?"
너무도 놀라 당황하고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산티아고가 물었다.
"이유야 많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걸세."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노인의 이야기는 젊은 양치기에게 그리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무언지 알고 싶었다. 가게 주인의 딸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놀라워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46)
"왜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포기하려 하고 있어."
"영감님은 사람들이 그런 순간에 처해 있을 때면 항상 나타나시나요?"
"늘 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안 나타난 적은 없지. 때로는 순간 순간의 훌륭한 생각과 좋은 해결 방법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사람들이 중대한 순간에 처해 있을 때 그저 그 일들이 조금 수월해지도록 돕기만 한다네. 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지 못하지." (49)
"보물들은 사나운 홍수로 파헤쳐졌다가, 다시 홍수에 의해 땅 속에 파묻혔다네. 만약 자네가 그 보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내게 자네 양의 십분의 일을 주어야 할 걸세."
"제가 찾게 될 보물의 십분의 일이 아니구요?"
산티아고의 말에 노인은 실망한 것 같았다.
"아직 손에 넣지도 못한 것을 두고 약속을 하겠다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50)
'난 보물과 양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셈이군.'
산티아고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물론 양털 가게 딸도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그의 사람이 아니어서 양들만큼 중요하진 않았다. 이틀 후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다. 그녀에겐 모든 날들이 다 똑같을 것이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55)
매몰되지 말자.
이 바람에는 미지의 것들과 황금의 모험, 그리고 피라미드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꿈과 땀냄새가 배어 있었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56)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62)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73)
산티아고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보석을 주워 다시 배낭 안에 넣었다. 보석들은 원하면 그 구멍으로 다시 빠져나올 수도 있었지만, 그는 배낭을 꿰맬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남에게 물어봐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이해했던 것이다. (75)
'아, 만약 그들이 배로 겨우 두 시간 걸리는 곳에 이렇게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76)
그러고 보면, 부산 가는 거리만큼에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정말 지금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야.' (76)
물론 양들은 그에게 중요한 다른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바로 그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가게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건 사랑, 열정, 무언가를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의 언어였다. (107)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142)
이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아의 신화를 추구하는 사람의 끈기와 용기를 시험하는 시련뿐이라는 것을. 그때문에 그는 거두를 수도, 초조해할 수도 없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신이 그의 앞길에 준비해놓은 표지들을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153)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172)
"왜냐하면 제 두눈은 아직 사막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너무 자주 봐서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제 눈에는 보이는 것이겠지요." (175)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183)
"제가 이곳에 남기로 한다면요?"
"그후 일어날 일을 그대에게 말해줌세. 그대는 오아시스의 고문이 될 걸세. 그대에게는 많은 양과 낙타를 살 수 있는 충분한 돈도 있어. 그리고 그대는 파티마와 결혼하게 되지. 처음 일 년간은 두 사람 모두 행복할 것이네. 사막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오만 그루의 야자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알아가게 될 걸세. 그 나무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네. 그러면서 표지를 이해하는 능력도 조금씩 나아질 걸세. 사막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지.
이년 째 되는 해, 그대는 보물의 존재를 기억하게 될 것이네. 표지들은 집요하게 보물의 존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할 테고, 그대는 그것을 잊으려 무진 애를 쓸 걸세. 그대는 그대의 지식을 오직 오아시스와 오아시스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만 쓰겠지. 부족장들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할 것이고. 그대의 낙타들은 그대에게 부와 권력을 가져다줄 것이네.
삼 년째 되는 해에도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과 자아의 신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이네. 그대는 밤마다 오아시스를 배회하고, 파티마는 자신이 그대의 길을 가로막았다는 자책감으로 번민하는 슬픈 여인이 될 것이네. 그럴수록 그대는 그녀를 더욱 사랑하고, 그녀도 그대를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야. 그러다 어느 순간, 그대는 그녀가 한 번도 그대에게 오아시스에 머물러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걸세. 사막의 여인은 남편이 돌아 오기를 기다릴 줄 알기 때문이지. 그러니 그대는 그녀를 원망할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숱한 밤, 모래 사람과 야자나무 숲을 배회하면서, 그대는 그대의 길을 계속 갈 수도 있었다고, 파티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좀더 믿어도 좋았으리라고 생각하게 되겠지. 그대를 오아시스에 머물게 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대 자신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럴 즈음,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이 영원히 땅속에 묻혀버렸다는 걸 알려줄 것이네.
사 년째 되는 해, 표지들은 그대를 떠날 것이네. 그대가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부족장들은 그걸 알아차리고 그대에게서 고문의 자리를 빼앗아갈 걸세. 그때쯤 그대는 아주 부유한 상인이 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대는 밤이면 사막의 야자나무 숲을 서성거리며 번민하게 될 걸세.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으며 말이지." (195)
현아에게.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208)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209)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에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 테니까.'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마음이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달이 뜨지 않은 어두운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던 어느 날 그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연금술사는 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인 거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 매시간은 보물을 찾고자 하는 꿈의 일부분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보물을 찾아가는 길에서, 나는 이전에는 결코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어. 한낱 양치기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들을 말이야.' (213)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는 연금술사에게 물었다.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그날부터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마음에게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꿈에서 멀어지려 하면, 자신을 가슴 속에 꽉 붙잡아두고 경적의 신호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음의 신호가 들릴 때마다 꿈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겠노라고 맹세했다. (214)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다'는 게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216)
"그대에게 아주 간단한 세상의 법칙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네. 눈앞의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218)
"눈은 영혼의 힘을 보여주지." (221)
눈이 반짝반짝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대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지 말게. 그것은 그대가 그대의 마음과 대화하는 걸 방해만 할 뿐이니."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230)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241)
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들어가,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244)
중간 중간 내가 중학교 2학년이던 때에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무려 10년 전. ㅋㅋㅋㅋㅋㅋ으악
다시 읽으니 처음 보는 것 같았다 ^^
무튼 읽는 동안, 15살의 나도 생각나고 26살의 내가 응원받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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