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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이 밤이 떠올라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동대문에서 잤던 일 년 전 오늘.
가족과도 오랜만에 다같이 뜨거운 방에서 잤고, 또 오랜만에 치킨도 가족과 먹고, 또 커피며 떡이며 귤이며 뭐든지 구비되어 있었다.

일찍 자야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정신이 또렷해졌고, 조금이라고 위로 혹은 응원을 받으려고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 잠깐 카톡하고 그랬었다. 그럼에도 계속 눈에서 뗄 수 없던 교육학 책 그리고 공책, 북한 통일, 그리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교과교육, 또 동양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으아악. 지금도 그때의 심정이랑 비슷해진다. 두근두근. 나는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심장이 기도까지 올라오는 기분이다.

정말 너무 또렷한 2016년 12월 2일 금요일의 날. 오늘이 그 날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기만 하다. Asmr도 들어봤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청주에 두고 온 내 쿠션이 그리워졌다가 어찌어찌 엄마 손을 잡고 잠에 든 것 같다. 거의 선잠을 자고 일어나 새벽부터 온 동기의 문자에 정말 많은 힘이 됐었다. 교수님도 물론이고. 그래서 오늘 나도 번거로울 수도 있고, 굳이? 하는 생각이 들어도 일일이 카톡하고 응원했던 것 같다. 주는 내 작은 마음에 비하면 너무나도 크게 고마운 수험생의 입장을 나도 아니까.

피곤하고 자야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쉽사리 잠이 오질 않는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야할 내일이 내가 일 년 전에 그토록 떨었던 그 날이라니.

매일 너무 그리운 그 날들이지만, 또 이렇게 가까이 떠올려보니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도 있구나. 그때의 뜨거운 하루하루와 열정이 너무나도 그립고 목 마른데, 그만큼 많이 녹아내렸을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하니 아쉬운 맘이 들기도 한다.


얼른 자자.
모두들 잘 자. 내일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다 잘 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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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예뻤구나.

아무리 수업이 늦게 끝나도, 마치고 왕천파닭 먹으면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은 하루가 되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립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이 그런 거겠지.

나는 여전히 예쁘다.

우연히 들은 성시경 노래는 많은 생각과 기억을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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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것이 좋다.


어린 마음에 작은 도시에서 크면서는 의도적으로 촌스러운 것들을 싫어했다. 더 크게 싫어하고 더 크게 벗어나려고 버둥댔다. 그래서 동경했던 도시 나의 서울.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촌스럽게 반가워서 포옹해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들이 좋고, 촌스럽게 모르는 이의 바닥에 끌리는 옷을 들어주고 말씀해주시던 그 아주머니의 모습이 좋았다. 또 촌스럽게 다른 사람이 말했던 고민들이나 상황을 잘 기억해주는 것도, 촌스럽게 선물을 주고 촌스러운 농담과 반응을 하는 것도 좋다. 촌스럽게 전통 시장과 낡은 가게들이 있는 길이 좋고, 촌스럽게 유성 기름집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좋았다. 촌스럽게 사람없는 조용한 카페가 좋아졌고 촌스럽게 조용한 골목길을 햇살 받으며 걷는 것도 좋아졌다. 촌스럽게 나의 속상한 일에 분개하며 길길이 날뛰는 모습도 좋다. 촌스럽게 야망없이 소박히 사는 사람들과 삶이 좋아졌고, 촌스럽게 '~할껴'하는 충청도의 사투리에 웃음이 났다. 촌스럽게 비상엘리베이터로 오라시던 아주머니의 웃음과 손짓이 자꾸 떠오른다.

매일 매일이 달라지고 내년의 나는 또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적어나가는게 나의 일이겠지. 아둥바둥하는 것보단 고요하고 조금은 뒤쳐지는 게 좋은 요즘이다. 이전에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 지금은 좋은 그것들은 대부분 ​​과 관련된 것 같다. 진짜 촌스러운 것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징징거림, 험담, 강약약강, 비매너, 이기주의, 아집, 독선, 불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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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로의 1박 2일 도덕과 연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돌아오는 버스에서 잘 자고 일어났더니 감기 기운이 쫙 돌고 있다.


그래도 너무 예뻤던 가을의 원주와 뮤지엄 산.

너무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됐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좋은 곳들도 다녔다.
그럼에도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이런 류의 여행?은-내가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엠티류-나의 에너지를 모두 앗아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은 얼른 집에 가 침대에서 뒹굴 뒹굴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하루하루 내가 규칙적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 나조차도 생경한 것은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 나는 늘 활발하고 시끄러운 편이었기에 내향적이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스무 살 이전까진..). 그런데 나는 엄청난 내향성 인간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것이 원래 내 성격인건지, 아니면 스무 살과 그 이전을 가르는 유의미한 기준이 생긴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것이 있다면 술일테지. 술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술자리가 고역이고 부담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이 관계에서 비유했던 것처럼 나는 술자리에서 쓸데없이 또렷하게 ​이성적이어진다. 거기서 오는 간극과 괴리가 나를 피로하게 한다. 그래서 얼른 내 침대로 달려가 이불을 부비고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된다.

아직 내가 방향을 정하지 못 했고, 뭐랄까 나조차도 고민하고 있기에 스스로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러니 이것도 힘들고, 저것도 힘들어, 하는 지금의 모습을 마주한다.

어쩌다 오는 길에 알게 된 블로그가 있다. 나랑 비슷한 면이 있는 분이라 반가웠다. 그녀가 선택한 "숙박캉스"! 아주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혼자 여행이 조금은 무서우면 숙박캉스 먼저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파주 출판 단지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것도 솔깃한 정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번 연수에서도 '역시 모든 선생님들은 힘드시구나. 교사는 극한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루하루 더 듣고, 들어주고,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도 간절해지고. 또 나의 뿌리깊은 열등감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었구나 하는 씁쓸한 반가움. 조바심도 역시나 한몫하고 있고.

이번 겨울 방학이 많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아,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 그래도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푹 쉬고 여행도 다녀오고 책도 많이 읽고 집도 가고 등등. 사실 얼른 쉬고 싶다! 몇몇 샘들께서 염려 및 질문해주신 게 맞다. "쉼없이 안 힘들어요?" 뭐, 다들 그런 것 아니겠어 했지만.. 다들 그렇다더라도 나 정말 피곤하다ㅋㅋ. 쉬고 싶다. 휴학 한 번만이라도 해볼걸. 이번 방학이 휴학만큼의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휴학처럼 트임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덧. 뮤지엄 산의 제임스 터렐은 .. 내 인생 최고의 전시였다. 단순 전시의 예술성 보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좋아서 더 좋았다. 에드워드 호퍼와 제임스 터렐, 많이 다른 둘 같아도 둘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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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졸려도 꼭 쓰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잠깐 끄적끄적..

나도 아기로 수용받는 느낌.. 엄밀히 따져보면 한.. 초등학교 5-6학년쯤? 부터 부재했던 것 같다. 그냥 늘 어른스러워야했다. 응석부린적도 거의 없고, 슬프거나 힘들다고 우는 법은 더욱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촌 형제(나와 같은 나이의)가 그녀의 부모님에게 공주 및 아기라는 칭호를 받고 대우를 받는 모습이 참 부러웠고 또 혼자 참 많이도 서운해했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네.. 정말 내가 기억하는 유년기의 가장 큰 감정이였었지. 아주 오래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수용되고 품어지는 경험을 했다. 신기하지, 맘 속 응어리들이 녹는 것 같았다.

부모로부터의 강한 독립.. 오늘 내가 들은 여러 말들 중에 가장 선명히 기억 남는 구절이다. 어제부터 차근차근 실마리들이 풀리는 느낌. 매일이 위태위태하지만 그래도 정답에 가까워져가는 느낌.

나에게 비어있는 부분이 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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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벌써 30일이라고? 벌써 10월의 끝이라고? ㅠㅠ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담..

02 오늘은 날씨가 정말 '추워'졌다. 쌀쌀해져서 좋아- 하는 정도를 넘어 추워져서 서글픈 날씨가 되었네.. 괜히 코끝에 찬 바람이 스치니 수능병이 도져버렸다. 왠지 무언가를 성취해내야 할 것 같고, 왠지 시간을 쪼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할 것만 같다. 어찌된게 수능 끝난지 몇 년짼데도 이럴 수가.

03 역시 기대라는 것은 무서운 괴물. 기대가 클수록 역시 실망도 크다.

04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더 믿게 된 날.
그동안 내가 괜히 그렇게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괜히 그렇게 미워했던 게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괜히 그렇게 슬퍼했던 게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괜히 그렇게 좋아했던 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나만의 답을 알고, 세포 하나하나에서 느끼고 있었으리라. 오늘도 역시 그러한 대답을 들으며 아쉽고, 왜 .. 저렇게 내가 생각한 바대로 하시는지 또 아쉬웠다.
생각보다 되게 좋았던 내 촉과 안목. 그냥 내 밖의 정형홛고 수용할만한 기준을 찾기보다 나를 조금 거 믿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사람은 없을까. 그리워진다.
예뻐서라니.. 전혀 위로 되지 않는 파편들. 그런 말들의 기저에는 사실 가학적인 시선이 배태되어있다. 그러니까 내가 또 열을 내는 것일테지. (그러게 왜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 ;; 예쁘게.......) 내가 잘못한 일인 건가. 내가 어디까지 더 검열해야하는 거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에고에 갇힌다 정말.

05 우리 반 일도, 내게 주어진 일들도 차근 차근 해나가자. 감사하는 법을 너무 많이 잊고 산다. 늘 놓치지 않으려하는 태도이지만 내 삶에 내가 매몰될 때면 첫 번째로 놓치는 것이기도 하다.

06 오늘 컨디션도 안 좋고, 이래 저래 안 좋아서 1-4에서 짜증을 팍. ㅜㅜ 못난 도덕샘이다. ​허용적이지만 단호한 교사. 존재하기나 하려나, 죽기 전에 만나서 많이 배우고 싶다. 어디계세요..

07 지난 주엔 컨디션이 짱짱이었는데!! 아쉽다. 이번 주는 왜 좀 힘들지. 역시 주말에 잘 쉬었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일까. 정말 간사한 나란 사람ㅋㅋ

08 왜 저말을 전하는 걸까. 오늘도 느끼지만 말을 되도록 적게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서도 느끼도 사람에게서도 느낀다. 조금은 널찍이 멀어져 관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09 오랜만에 내가 보고 싶지 않아하는 3월의 기억을 꺼냈더니, 온 몸이 소진된 기분이다. 그런데 그걸 또 겪고 있자니 정말 싫다 !!! 친절과 호감의 구분. 왜 모두가 같은 모습을 하게 되는지. 왜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게 되는지. 나조차도 점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학교에 오면 매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만 늘어가는 기분이다.
으엑..

10 나도 사실 힘듭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11 그래도 감사해야지. 이 순간들에 이 삶에. 따뜻한 커피 먹으며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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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인연도 머무는 인연도 새로운 인연도 생기는 요즘.

그중 어제 오늘 우리반 아가들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어제는 내가 봐도봐도 웃음이 나는 영상을 받았다. 또 누군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감정을 정말 오롯이 느꼈고. 또 음악과 같은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점. 낭만은 살아있다는 점. 등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열심히 준비한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날이었다. 처음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이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허우적대는 모습에도 엄청 예뻐했던게 어제같은데, 또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아이들은 백스테이지에서 핀 마이크를 꼽고 있었다. 우리 아가들, 다들 진지하게 한 것 같다. 준비도, 협동도, 무대도 전부.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계속 챙겨주고 (사실 내가 챙겨받은 것도 훨씬 많다) 마음을 나눴다.
무대에 오르고 아이들은 무대도 연습할 때보다 좁지, 핀 마이크도 처음이지, 하니 어색하고 또 많이 떨렸나보다. 연습때보다 못 했다고 하는데 내눈에는 그저 백점이다 ❤️ ❤️ 그런 아이들 영상을 찍고 있는데 손이 떨렸다. 내가 함께 무대에 있는 것처럼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평생 기억될 이 순간을 내가 촬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동적이었다. 그리고는 울컥. 나조차 스스로 당황했는데, 아마 그때의 생각을 떠올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내 새끼들 언제 이렇게 컸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일도 겪고 연습하며 해낸 모습을 내가 맨 앞자리에서 보게 되다니.. 그리고 내새끼들 정말 많이 아가야구나. 때묻지 않고 이렇게나 순수하고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구나. 앞으로 열 다섯 살을 지나 열 여섯, 열 일곱 쭉쭉.. 내가 밟아 온 시간들을 지나올텐데 얼마나 아프고 힘겨울까. 그저 예쁜 일만 예쁜 시간들만 가득하면 좋을텐데..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지금 내가 함께하고 있으니까 그자체로도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러 마음이 교차해서 횡설수설이다. 아마 다음에 내가 이 글을 볼 땐, 왜 이렇게 밖에 못썼지라고 생각하려나.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왜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고 무서운지, 왜 지금도 이 생각만으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픈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다.

작년에 <숨결이 바람될 때>를 읽으며, 내가 썼던 글을 기억한다. 폴 칼라니티가 환자들을 서류처럼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구절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 서류처럼, 생기부처럼, 치워나가야할 일처럼 대하지 말자던 그 때. 어찌보면 그동안 교사인 내가 벅차고 힘들다는 이유로, 지극히 내 개인적이고도 작은 이유로 언젠가부터 한 명 한 명의 일들을 귀찮고 성가시다고 느껴온 것 같다. 정말 못난 선생님. 아마 나의 눈물은 그간의 내 행동과 태도에 대한 반성이 담긴 것이겠지. 보다 더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고 안아줘야겠다. 사랑해주는 진심이 느껴지듯, 서류처럼 대하는 관료주의적 태도도 느껴질 수밖에.

선생님이 미안해.
내 삶이 바쁘고 내 고민이 커서 더 귀한 것들을 놓치고 지낸 것 같다. 나의 사명은 너희인데, 많이 잊고 지내온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빽다방에서 선착순 아이스크림을 펼치고, 기다리며 내새끼들 연습 영상을 보았다. 평소같았으면 책을 꺼내 읽거나, 단어를 외우거나, 휴대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겠지. 그런데 몇 번이고 지겹지도 않게 연습 연상을 재생했다. 엄마미소 장착은 필수이고.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영상과 순간을 갖게 돼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마 너희가 나에게서 얻는 것보다, 내가 너희에게서 얻는 사랑과 기쁨이 더 크단다. 무한해 너희가 맹목적으로 주는 행복은.

나는 오늘도 그저께와 어제와 같은 다짐을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보다 그릇이 깊고 넓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데 이유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내가 힘들지 않으려면 혹은 내가 상식임을 증명하고자였다면, 이제는 너희에게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하여 그리고 너희가 태어나 만나가는 사람 중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하여.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다짐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많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오늘이다. 감정과잉.
주말 간 잘 풀고 삼켜 나에게도 소중한 순간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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