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애한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 앨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드는 곳에 있게 될 모든 이들에게 미안해. 1
그건 친구에게 묻지 않는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서로 '다르다'라는 불편한 기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셔는 매일 아침 약을 먹었고 조너스는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런 일보다는 두 사람에게 똑같이 해당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낫고 덜 무례한 일이었다. 2
서로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 관계에서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건 몰라도 나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이 '커뮤니티'라는 사회에서는 이것이 규칙으로 정해져 모두가 준수한다는 점이 맘에 든다. 유토피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
조너스는 사람들로 가득한 방 안에 있었다. 방은 따뜻했으며 벽난로에는 불꽃이 이글거렸다. 창밖으로 어두운 밤하늘에 눈이 내리는 게 보였다. 빨강, 초록, 노랑 등 여러 가지 색으로 장식된 전구들이 나무에서 반짝였다. 하지만 나무는 이상하게도 방 안에 서있었다. 식탁에는 번쩍거리는 황금 촛대에 꽂힌 촛불들이 깜박거렸다. 음식 냄새가 방 안 가득 풍겼으며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노란색 털이 난 개가 마루 위에 잠들어 있었다.
마루 위에는 밝은 색종이에 싸인 채 번쩍이는 리본으로 묶인 꾸러미들이 있었다. 어린아이 하나가 그 꾸러미들을 들고 방 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 분명히 부모처럼 보이는 어른들, 그리고 소파에 앉아 함께 조용히 미소를 띠고 있는 나이든 부부에게 나눠 주기 시작했다.
꾸러미를 받아든 사람들은 한 명씩 리본을 풀고 밝은 색종이를 벗겨서 상자를 연 다음 장난감이며 옷이며 책을 꺼냈다. 그때마다 사람들을 즐거운 함성을 지르면서 서로 끌어안았다.
어린아이가 나이 많은 여인에게 다가가 그 무릎 위에 앉았다. 늙은 여인은 아이의 몸을 꼭 끌어안고 흔들며 뺨을 아이의 뺨에 비볐다. …(중략)… 조너스는 말했다. “이 기억은 정말 좋았어요. 왜 이 기억을 기억 전달자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지 알겠어요. 그렇지만 그 기억 전체에서 오는 느낌에 대한 적당한 단어는 알 수 없었어요. 방 안에 아주 강하게 퍼져 있던 느낌 말이에요.” 기억전달자가 조너스에게 대답했다. “그건 사랑이야.” 3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 좋다. 점점 지금의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 이를테면 색깔에서부터 감정, 욕구, 자연까지.
이미 너무 익숙해서 무뎌진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워준다.
이 부분이 너무 좋아서 애들 독서골든벨 문제로도 냈다. ㅎㅎ샘의 블로그를 안다면 이 문제를 맞출텐데. 킬킬
기억을 품는 게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함께 나눌 필요가 있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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