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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추천으로 뜬 유튜버 돌돌콩님의 책.
마침 교보 이북 SAM 1달 무료 이용권을 사용중이라 읽어보았다.

 

모든 것이 명확한 날, 생은 안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상상과 확장의 여지가 적다. 과도기의 날들에는 생이 불안정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도 크다. (30)

 

그때 교수님을 보면서 배운 것이 있다. 비판 속에서 침착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도 없다는 것. 폭발한 화를 가라앉히는 데에도, 자기 연민에 빠졌다가 나오는 데에도 정말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그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서 논물을 고치고 보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수님은 몸소 보여주고 계셨다. 교수님을 보면서 '대체 저 많은 일을 언제 다 하시지?' 늘 신기해했는데, 그 비결 중 하나는 이제 확실히 알 것 같다. 교수님은 거절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정말 도사님이셨다. 취할 충고들은 취하고, 그 후 거절이 주는 상처나 감정적 여파로부터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빠져나오셨다. (51)

 

거절이 유난히 뼈아프게 느껴질 때, 지금도 가끔 교수님의 한 마디를 생각한다.
"답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거야."
요즘도 그 첫마디를 꺼내려면 속에서는 천불이 난다. 그러나 일단 그 말을 써두고 나면, 그 거절과 나 사이에 아주 작지만 분명한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생각과 에너지를 모아 부족한 부분들과 개선할 것들을 점검한다. 지치지 않고, 그만두지 않고, 그저 꾸준히 가다 보면 분명 닿는 곳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53)

 

그렇게 매일매일 공부하는 동안 꼬박꼬박 시간이 흘렀다. 생활 패턴은 조금씩 습관으로 굳어졌다. 시험을 본 다음날에도 가장 먼저 출근을 했다. 성적은 그대로였지만, 늦게까지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있는 것은 한결 수월해졌다. 어떤 날은 수업이 조금 쉽게 느껴졌다가, 이내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84)

 

그때 문득 깨달았다. 막막한 마음을 끌어안고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있었던 시간, 그 매일매일의 총합만이 정직하게 쌓여서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을.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급하게 머릿속에 쑤셔 넣었던 얄팍한 지식은 시간이 지나니 하나도 기억나질 않았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아는 척하기 위해 엊기로 외웠던 책의 몇 구절들도 결국은 모두 희미해지고 없었다. (92)

인정.
감히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임고 공부도 비슷했다.

 

인생의 아름다운 것들은 늘 그리 쉬이 찾아지지 않는다. 마치 끝없는 우울의 한 중간에 갇혀버린 것 같았던 시간. 그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내팽개치지 않고, 끝을 향해 매일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일. 가야 할 길이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지는 날에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그저 억지로라도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나오는 일. 그 짧은 순간들이 모이고 또 모여, 아주 조금씩 어둠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99)

 

결국엔 '매일 조금씩'이 모여서 논문의 모든 챕터가 완성됐다. 아주 작은 일을 오랜 시간에 걸쳐 매일 하는 것. 큰 목표를 이루는 방법으로 그보다 좋은 방법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15)

 

원하는 건 있는데 실패하는 건 무서워서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핑계로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그 길로 방송 세계에 그냥 풍덩 뛰어들었더라면 내 삶은 많이 달라졌을까?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다.
나이 서른둘이 되어 미뤄왔던 싸움을 하게 되었다. (124)

나도 너무 늦지 않길. 아니, 이제는 뚜벅 뚜벅 나아가길.

 

그날 아침 눈 덮인 캠퍼스를 가로질러 연구실을 향해 걸으며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원하는 것과 똑바로 눈 맞추는 용기를 낼 것. 지더라도 피하지 말 것. 이 싸움은 스물다섯의 내가 최선을 다해보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싸움의 연장이니까. 더는 미룰 수가 없으니까. (126)

원하는 것과 똑바로 눈 맞추는 용기를 낼 것. 지더라도 피하지 말 것. 이 싸움은 스무살의 내가 최선을 다해보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싸움의 연장이니까. 더는 미룰 수가 없으니까.

 

반대로 직함이나 감투, 출신 학교나 학위를 경력이나 실력보다 앞세워 자신을 증명하려는 사람들에게서는 특유의 조급함을 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상한 거부감을 느끼다가도 문득 "내가 그러고 있네" 싶을 때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내 정체성은 다른 사람이 나를 무엇이라고 부르는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몰두한 시간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내 자존감이 된다. 그러니 내가 지금 신분증이나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153)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날 때도 비슷하다. 처음엔 무겁고 부담스러워 보이는 일들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결국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러다 훈련을 게을리하면 이내 처음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일 년 동안 잊고 있었던 취업 준비와 비자 문제의 무게. 오랜만에 그 무게를 마주하니 두려웠다. 다시 매일 훈련해나가야 할 터였다. (162)

 

다만 아쉬운 마음을 처리하고 그 상황을 빠져나오는 데에는 나름의 요령이 생겼다. 아쉬움과 분노로 뒤범벅된 감정의 늪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과하게 술을 마시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징징대거나 혼자 침대에서 끙끙앓는다면 마음을 여미기가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172)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배움의 기회는 늘 완벽하게 온다.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비해 나는 의료비 분석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잖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내 발로 차버린 적은 지금껏 대체 얼마나 많았을까. (210)

 

나름 열심히는 해보고 싶은데 눈앞에 보이는 삶의 빈 곳이 불안해서일까? '일단 채우고 보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이것저것 욱여넣곤 한다. 그러다 나중에 정말 중요한 것을 발견했을 때는 삶에 그걸 넣을 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 이미 빼도 박도 못하니 "아, 뭐 이정도면 됐지"라고 합리화하며 포기하고 만다. 뭘 바쁘게 많이 한 것처럼 심신은 피곤한데 여전히 삶은 묵직한 알맹이 없이 여기저기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항아리. 누군들 구석 구석 숨은 공간까지 알아차려 야무지게 잘 채워가고 싶지 않으랴. 치열하게 전문성을 길러가면서도, 한편으론 세상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부지런한 시야를 가진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멋진 삶을 살고 싶은데... 이미 늦은 건 아닐까. 할아버지가 된 색스는 젊은 시절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을 '더없이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내가 <온 더 무브>를 썼던 때의 색스 박사만큼 나이를 먹게 되면 과연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더없이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헉헉대지 말고, 차근차근 순서대로 해나가보겠다. 꿈꾸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삶은 충분히 크니까. (216)

 

돌돌콩님 멋져요!

여기까지 오게 한 유튜브 알고리즘 칭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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