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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 나이, 그 신화에 대하여

그냥 하루하루 꽁지 빠진 닭처럼 살아가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언제 서른을 넘기고 마흔 대를 지나 어느새 쉰이 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난다. 스무 살 어느 초봄,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던 날 새로 맞춘 진달래 색 코트를 입고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강대학교 교문에 들어온 그날 이후 내 삶의 필름은 색채를 잃어버린 듯, 희미한 흑백 영화로만 이어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쉰 살이 되어 지구상에 다시 떨어진 것처럼 아직도 나는 쉰이라는 나이에 놀라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 날 "아주머니"하고 부를 때면 익숙지 않아 주변을 둘러본다. (9)                                

 

어떤 이들은 나이 들어가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나이 들어가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고, 노년의 나이가 가장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살아보니 늙는다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니다. 그냥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발에 떨어진 불을 꺼가며 충실히 살아갈 뿐, 무슨 색다른 감정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13)

 

내가 살아보니까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조각조각 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16)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16)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내가 남의 말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모땅 망했지만, 내가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겨져 있다. (16)

 

스무살, 의존하지 않는 네 삶의 목표를 세워라. 남이 꽃을 꺾어다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네 정원을 스스로 가꾸어라. 아름다운 성 속에 갇힌 영원한 소녀로 남기를 꿈꾸지 말고 아파도 사랑할 줄 알고 네 안에 온 세상을 품는 성숙한 여인이 되거라. (17)

네에

 

 


김점선 ·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

여자. 그냥 자신히 무한히 매력적인 한 생명체라고만 생각하는 게 좋다. (22)

 

어차피 나의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니까. 인간은 누구나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고 인생은 어차피 허무하다. 내 스타일을 알아챌 사람이 이 세상에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시간이 강물처럼 흐른 후에 누군가가 알아채면 아는 것이다. 모르면 모르는 자의 몫일 뿐이다. (31)

 

우리의 위대한 손을 하릴없이 놀리는 데서 현대의 병증이 출발한다. 누구든 손을 놀리는 즐거움을 회복하여 생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의 핏줄 속 깊숙이 숨은 공예가적인 습관을 되살려내야 한다. 누구나 예술가였던 고대 사회의 좋은 점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37)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괜히 긴장하지 않겠다. 무작정 무서워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 않고 차분히 받아들이겠다. (39)

 

짧은 충고
아름답고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강하다는 것은 줄기차게, 열정적으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포기할 때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다 알아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떠나간다. 그런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짐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일에 숙련되면 차츰 명예와 부를 그 일을 통해 얻게 된다.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후에는 미친 듯이 그 일에 몰두해야 한다. 외부의 평가에 전혀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수십 년을 계속 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일을 정성껏 대하면 분명히 성공한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좋은 친구들을 평생의 친구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인간은 결코 우연히 인간을 만나지 않는다. 그렇게 만남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그 점을 깊이 새기고 살아야 한다. 만남을 진지하게 정성껏 대하면서 살면, 허무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자연사할 수 있을 것이다. (41)

무사히 자연사할 수 있을 것이라니ㅋㅋㅋㅋ너무 윾쾌합니다!!!!!

 

 


이은미 · 몸으로 이야기하다

나는 그때 하루에 열네 시간을 연습으로 보냈다. 눈 뜨면 노래 했고, 눈 감으면 노래하지 않는 나날을 보냈을 뿐, 하이힐도 미니스커트도 없었다. 내 젊은 몸이 한 것은 노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다 누리지 못한 미련이 젊은 이은미가 움직이는 회상 장면을 언제나 오버랩한다. 물론 최선을 다했던, 젊었기에 그토록 열정적이었던 기억이 앞서 말했던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음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에 그토록 매달렸던 기억, 열 시간의 연습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그때의 기억이 내게 엄청난 에너지를 보내준다. 그래, 난 하루 열네 시간의 연습이 고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것, 그러니까 젊음은 조금 지났지만 나는 또 할 수 있다고 안심하게 하는 것. 그것은 몸이 기억하고 있는 열정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 마음속의 당위가 아니라 경험에서 이뤄낸 결론으로 20대의 몸에 주목하는 것이다. (47)

 

나는 간혹 "죽으면 썩어질 몸이야"라는 말을 한다. 왜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려고 할까? 머리가 하는 일의 성취감보다 훨씬 강한 본능적 기쁨을 주는 일은 바로 몸이 한 일에 대한 성취감이다. (50)

 

젊은 몸은 나태하기 쉽지만 나태한 몸이 젊음에게 주는 것은 없다. 도덕적 비난이 따르지 않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빼놓지 않고 해보라고 젊음이 몸에 깃드는 때가 바로 20대다. 젊음이 무기인 때는 20대가 지나면 오지 않는다. (53)

 

충분히 해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의 책임은 비단 임신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아니라, 섹스 후 갖게 될 상대에 대한 심정적 변화라거나 자신에 대한 심리적인 문제까지 모두 포함한 말이다. 섹스가 일상을 풍요롭게 할 수는 있지만 섹스가 일상을 잠식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54)

 

여기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한 가지다. 내 몸이 귀하다는 것이다. 귀한 몸에 대한 자각은 책임에도 엄중하게 작용하고, 즐거움에도 강력하게 반응하며, 섹스 후에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56)

 

그러면 내 몸의 곳곳을 탐하고 내가 육체적으로 가장 기뻐하는 순간을 아는 나의 연인이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인가? 밥을 먹고 하는 섹스보다 공복감이 있는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키스가 길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안다고 해서 나를 아는 것인가?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이 우주에 바로 나 하나밖에 없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 사람? 그건 유행가 가사이고, 연적의 허파를 뒤집어놓으려고 꺼내는 말장난일 뿐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내 생명이 붙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맞닥뜨리는 갖가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때 마음속의 변화는 어떤지, 그리고 몸은 어떤지에 대한 정보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57)

 

 


조은미 · 따져라. 결혼할까, 말까?

아이를 가질지 이야기해봤나? 이야기해봤다면 아이는 주로 누가 돌볼지도? 누가 돈 벌고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는? 집안일은 누가 할지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생각과 불만을 공평하게 받아들이나? 서로의 친구를 좋아하나? 서로의 부모는? 결혼해서 살더라도 포기하기 못할 게 뭔지? TV는 어디에 둘지? 상대방은 내가 바라는 만큼 애정이 깊은가?
이런 게 결혼이다. 연애가 낭만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의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대화순이다. 얼마나 말했냐에 따라 실체가 드러나고, 얼마나 나눴냐에 따라 결혼의 질이 달라진다. 물 하나도 깐깐하게 구는 판에, 평생 리콜도 리뉴얼도 안되는 남자야말로 깐깐하게 골라라. 고르고 따지는 여자에게 복이 있나니, 해피한 인생이 너의 것이니라. (64)

 

소크라테스 옹이 말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 장난하나?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후회는 필수, 결혼은 선택!
사람들은 왜 결혼할까? "결혼해" 소리 듣기 싫어서, 플러스 '혼자 살기 싫어서'다.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같이 살면 나을 줄 알았다.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오죽하면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명사분들은 요렇게 말했다.
"외로움을 두려워한다면 결혼하지 말라." - 안톤 체홉
"결혼은 외로워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76)

 

 


김현진 · '보이지 않는 손'에 개기기

멀리는 얄팍한 내 글을 읽어준 독자 제위 여러분, 가까이는 내 허랑한 술주정과 한숨과 신음을 참아준 주위 사람들, 그건 특히 여자들이었다. 물론 술 사주고 어깨를 토닥여줬던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남자 여러분들도 많았지만 그런 이벤트성 만남 말고 지속적으로 전화해주고, 문자 보내주고, 맥주 사주고 밥 사줬던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였다.
엄마, 편집자 언니들, 친한 언니들, 동생들, 친구들. 밤새 같이 이야기하고 메신저로 이야기 들어주고 나는 이랬어, 하고 이야기해줬던 그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나는 쓴다. 사계절을 불구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세요, 하는 정도의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헤매는 소녀들을 위해 한치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이 책을 만드는 필자 중 가장 젊고 미숙해서 더욱 초라하고 아는 것 없는 손으로 쓴다. (84)

맞다. 대부분 여자였고 여자다.

 

이 경기의 주심이자 주관자인 물신은 오직 갖는 것만이 승리의 길이요, 가진 사람만이 이긴 사람이라 한다. 그렇다면 갖지 않음으로써그 승부를 파기하는 것이, 아예 장외인간이 되는 것이 우리가 유일하게 이길 길이다.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음으로 이겨야 하고, 불편하게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 이겨야 한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우리가 지지 않고 사는 길이다.
즐겁게 사는 사람, 웃는 인간,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을 이기는 것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 즐겁게 사는 시대,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힘은 결코 공짜로 오지 않으며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오직 스스로 행하여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함석헌 선생은 한 시대가 새로워지려면 결국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적을 행하는 것은 외물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하는 정신만이라 하였다. 그렇다, 이것이 기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다.
지금의 역사는 의기(義氣)있는 아가씨들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자기 몸을 불태우고 거리에 나가 외치는 것이 열사였으나 이제 적은 훨씬 교묘해졌다. 갖지 못한 것에 수치를 느끼게 하고 외롭게 만들고 슬프게 만드는 작금의 시대에는 다른 방식의 저항이 필요하다. 기적을 일으키는 힘, 기적이라 표현함은 거창하나 그 실행은 사소하다. 다만 갖지 않음으로써 이기는 것, 불편하게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으로써 이기는 것. 자본주의에서는 갖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갖지 않음에 개의치 않음이 우리가 이기는 일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음으로 이겨야 하고, 우리가 정녕 가야 하는 길을 아는 것으로 이겨야 한다.
아직도 말이 거창하지만, 별 거 아니다. 해답은 사람 냄새밖에 없다. 사람 냄새 나는 아가씩들이 씩씩해지면 시대가 달라진다. (92)

사람 냄새 나는 씩씩한 아가씨, 꼬마대장 아닐까요. 헤헤헤

 

이건 극단적인 예라 하더라도, 자학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 자학은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거미줄처럼 소리 없이 우리 모두를 사로잡아서, 몇 마디 하다 보면 도대체 거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난 아무것도 아닌 별거 아닌 여자라고 계속 말하는 여자는 정말 그런 여자가 된다. 난 정말 뚱땡이라고 계속 말하다 보면 평생 뚱땡이가 된다. 나는 정말 한심한 인간쓰레기라고 계속 말하다 보면 정말로 악취가 난다. (92)

으.. 내가 하는 건 둘째 치더라도, 누가 말하는 것조차 듣기 싫은 말들.

 

때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욕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차마 좋은 말이라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낫다는 거다. 그렇게 한일 자로 입을 꽉 다물고, 달콤한 자학의 단어가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오려고 해도 굳게 가두고, 두 발을 땅에 딱 버티고 서서 견디는 거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낫다. 하소연과 자학을 하지 않고 버티는 건 정말 힘들지만 - 그런 시간이 누적되면, 적어도 조금은 자기 자신을 존경할 수 있게 된다. (93)

 

인생 별 거 있나, 웃는 거다. 웃는 것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피부에도 좋고 소화 및 건강, 다이어트에도 좋은 건 없다.
웃자! 명심할 것, 역사는 진정 의기 있는 아가씨들을 필요로 한다. 그게 바로 당신이다. 남자 중심의 언론이 아가씨들에게 붙여준 수많은 이름, XX녀. 마음에 들고 예쁜 아가씨들에게는 '시청녀', '엘프녀', 마음에 안 들고 못나 보이는 아가씨들에게는 '개똥녀', '똥습녀', '된장녀', 별게 다 있다. 모난 짓 했다 또 무슨녀로 찍힐지 떨지 말고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주자. 대찬녀, 용감녀, 당찬녀... 이런 여자들은 아직 검색어에 없지만 우리가 그렇게 불러주고 서로 북돋워주는 게 연애보다 돈보다 더 믿음직한 구원이다. (96)

 

 


오지혜 · 신나고! 멋지게!

왜 그럴까? 뭐가 그렇게 겁이 나고 두려운 걸까? 나처럼 살라는 것도 아니고 넌 틀렸다고 충고한 것도 아니고 내 선택이 우월함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다만 '다른 선택'을 했다고 말한 것뿐인데. (1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요!! 정곡이십니다!!!!
그러네, 내가 그냥 내 선택을 말했을 뿐인데도 ㅂㄷㅂㄷ하고 절대 못 받아들이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냥 단지 '내' 선택인데. 함께 책임을 지자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심지어 어떤 지인은 "양평(우리가 이사온 곳이 용문산 근처다)은 추운 곳으로 유명해서 겨울마다 노인들이 얼어죽는다고 한다. 어쩌려고 거길 갔느냐. 그리고 주말엔 절대 나올 생각 말아라. 막혀서 꼼짝 못한다"라고 하는 거다. 이쯤 되면 걱정이 아니라 겁주는 형국이다. 그 정도의 걱정은 춥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곳에 집을 사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해줘야 할 걱정이다. 대안이 없는 비판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어? 나랑 다른 삶을 선택했네. 것도 재밌겠다! 행운을 빌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걸까?(오히려 현실적인 도움을 줬던 사람들은 후자 쪽이었다.) (131)

ㅋㅋㅋㅋㅋㅋ그러게요. 돈 안드는 말만 주구장창 구구절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려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나 눈치 볼 시간에 자신 안의 소리에 친절하고 진지하게 귀기울여봐야 한다. 내가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했는데 돈이 안 따라오면 어떡하냐고? '아님 말고'다. 비록 돈은 못 벌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재밌었으니까. 그럼 된 거 아닌가?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한 거라고 믿는다. 일은 별로 안하는데 돈만 많아서 놀고 먹는거? 그거 재밌을 것 같지만 인간 본성은 생각보다 놀고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금방 불안해질 게 분명하다.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불로소득으로 번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 그래서 스스로 '역시 난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라는 자뻑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보다는 '신나고 멋진'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거다.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이 없는 것이다. 일이 없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넌 우리한테 필요 없어'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134)

동의한다.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어여삐 여기지 않고 괜히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툴툴대는 사람이 난 제일 싫다. 복을 발로 차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남과 다르게 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유행하는 옷이라면 자기 취향이 아니어도 입어주고 남들 보내는 학원에 아이들 보내고 외국 유학 보내는 게 추세라고 하면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 대신 돈 꾸는 데 치열한 노력을 들이면서 사는 것, 그것이 '주류'에서 밀려나지 않는 길이라 굳게 믿는 한 '행복한 삶'과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나는 확신한다. (136)

어우 읽기만 해도 피곤.. 지쳐.. ㅋㅋㅋㅋㅋㅋㅋㅋ ㅠ_ㅠ
내 주변에도 여럿 떠오르는 분들이 계셔서 으으.. 조금씩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중이다.

 

자식은 그저 우리 집을 거쳐가는 '손님'일 뿐인 것이다.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리라. 그래야, 그렇게 유년기와 십대를 보내야 성인이 돼서 자신이 내리는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말은 너무 귀담아 듣지 말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면 하지 말라는 거 했다고 크게 미안해 하지도 말자.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큰 효도가 아닌가. 그리고 여러분이 앞으로 결혼을 해서 부모가 된다면 아이에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지 말고 아이의 꿈이 무엇인지를 묻자. 행여나 그 꿈이 내가 제일 끔찍하게 싫어하는 일이라도 죄 짓는 일만 아니라면 무조건 믿어주자. 그래서 제발 '자기만의 인생'을 '스스로' 꾸릴 수 있는 어른으로 키우자.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거, 그래서 인생이 아름다운 것 아닌가. (137)

크.. 정답입니다!!
근데 제일 어려운 거겠지? 내가 우리반 아이들에게 조차도 쉬이 되지 않는 일이니까.. 흑
하지만 진짜 정답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부모는 여유와 믿음이 필요한 거겠지.

 

 


최순자 · 남자의 세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카라즈 교수는 전 세계를 다니며 기술 자문이나 여행을 하는 반면, 맥나이트 교수는 현악기 연주 캠프에 들어가 예술 세계에 심취해 살고 있었다. 70세를 넘긴 두 노 교수의 자기계발을 위한 왕성한 노력에 감탄하며 나는 70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았다. (141)

 

그렇게 4년 동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피나는 노력 속에서 1975년 졸업을 했건만, 내가 그리던 여성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후 취업문은 더 좁아졌는데, 푸른 꿈을 갖고 사회로 진출하려는 내 앞에 주어진 가장 큰 장애물은 당시 우리나라 기업체가 공대를 졸업하는 여성 엔지니어를 직원으로 채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146)

영웅에겐 시련이지.
진짜.. 그래도 너무 화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옛말을 상기하며 또 다른 길을 찾고 있던 중, 경기도 교육청에서 교사 임용고사를 볼 기회가 생겼다. 당시 공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졌던 준교사 자격증으로 교사 임용시험을 봤는데 다행히 합격하여 졸업한 지 한달 반 만인 1975년 4월 강화도의 한 중학교에 부임했다.
내가 그리던 꿈은 아니지만 1년 동안 최선을 다하여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면서도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서 탈출하려 했고, 이듬해에는 부천공업고등학교로 전근했다. 공업고등학교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 달리 전공별로 운영돼서 교사 시절의 어려움은 없었다. 부천공고에서 3년여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특히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기능사 시험에 통과하도록 돕고 산업 현장에 취업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중략)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면서도 나의 미래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였는데,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때 마침 고등학교 3하년 학생들이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공헌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교장 선생님의 특별한 배려로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일주일에 두 번이나 대학원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대학원 학업에 열중하기 위하여 교사로서의 생활을 그만두었다. 1979년 3월이었다. (148)

찌르르.
저 당시에도 교직을 관두는 용기를 보여주었는데, 2020년 지금에야 못할 이유가 있는가?
너무 안일하고 배부르게만 해내려는게 나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

 

꾸준한 자기계발은 새로운 학업의 도전으로 이어졌고, 학업의 종착점인 대학 교수가 됨으로써 나는 결과적으로 엔지니어보다 훨씬 넓은 분야의 일을 하게 되었다. 대학의 강단에서 인생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은 엔지니어만큼 값어치가 있어 만족한다. 교수의 미션이 그러하듯 미래의 후배들을 가르쳐서 좋고, 늘 연구하고 그 결과를 만들어내니 좋다. 또한 봉사의 일원으로 많은 여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멘토로 존재할 수 있어 좋고, 아직은 부족한 여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천에 옮기니 좋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아 나를 멘토로 여기니 좋다. 지금의 나의 교수 생활, 즉 교육과 연구, 사회활동과 봉사,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나는 만족하며 사랑한다. (153)

 

그들의 위협을 느끼면서 아직까지 남성이 중심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철저한 준비와 실력을 다져 지속적으로 도전한다면 기회는 오히려 우리 여성들의 것이라고 본다. 능력으로 차별화되지 못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배려받고 지원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성 중심 사회의 대명사인 정치에도 야당의 여성 대표와 여성 국무총리가 훌륭하게 일을 해내는 시대가 도래했는데 공학계의 여성들이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154)

철저한 준비와 실력을 다져, 지속적으로 도전하기.

 

이 중에서 현재 20대의 미흡한 점을 찾는다면 열정과 협동적 조화이다. 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으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약한 의지로 변화에 도전하지 않고 아예 시작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 (중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가 우리 여성들에게 필요하다. 20대 여성들이여,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쉽지 않은 일을 해냈을 때, 그 결실과 보람은 분명 돋보일 것이고 백만 배 값질 것이다. 남성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158)

 

 


이나미 · No Pain, No Gain

여성의 관계지향적 삶은 여성들에게 이로운 면과 해로운 면으로 모두 작용할 수 있다. 주의해야할 것은 관계지향적 삶의 장점들이 지나치면 모두 단점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정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관계지향적 삶은 따뜻한 배려와 나눔의 태도로 작용할 수 있다. (164)

이 부분과 연결된 뒷부분 정말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 제발.. 읽어 책좀..ㅠㅠ

 

남성 아니면 여성, 신세대 아니면 구세대 어느 한 쪽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혼자, 또 더불어 행복한 여성성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 첫째 조건으로는 소유와 행위를 넘어 여성으로서의 존재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여성이 되는 것이다. (중략) 소유와 행위는 삶의 한 조건일 뿐이지, 존재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제3의 길을 가는 여성들이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173)

소유를 통해서도 아니고, 행위를 통해서도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넓게는 국제 무대에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여성들을 직접 간접적으로 만날 때마다 필자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들이 저렇게 성공하는가 자세히 들여다본다. 공통적으로 그들에게는 한번 이겨보겠다는 승부욕과 오기가 있다. 아쉬운 것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부잣집 아드님보다는 뭔가 부족하게 자란 집 딸들이 어려운 과정을 참아낼 수 있는 지구력이 있는 것 같다. (177)

 

성인이 되어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려 하는 새내기 여성들, 또 늦깎이로 자신의 일을 사회 속에서 찾으려 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상투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다. '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다. (180)

 

 

 

보는 내내 힘이 난 책.
서영이가 제출한 독서기록장을 보고 궁금해서 찾아보았고, 절판되어 중고서적으로 구입한 책이다.
너무 감사하게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책을 만났다.
역시 스승에는 나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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