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이 글을 통해 많은 말을 전하게 될텐데, 딱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은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니까요.
일단 어른이 되고 나면, 모든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 시절의 감각이죠. 인생을 헤쳐 나가기 위한 길잡이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몇 살이든 직업이 무엇이든 그건 다르지 않아요.
다만 어린 시절에 체험한 일의 가치와 자신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것의 중요함은 어른이 되지 않고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인생이란 참 절묘한 것 같습니다. 2
하지만 저 역시 그때는 그때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어 하루하루를 헤쳐 나갔습니다.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나날이었죠. 그래서 온갖 것들이 귀찮아지고, 모든 일에 수동적으로 변하고 말았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는커녕, 눈앞에 있는 일을 간신히 해 나가기도 힘에 부쳤는지 모르겠군요. 3
그때, 병원 문 앞에서 불쑥 깨달았습니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야. 같이 와 준 이 두사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하루였어.
그런데 나를 위해 복도에서 줄곧 기다리고, 같이 결과를 들어주고, 그러느라 내내 서 있었잖아. 난 같이 와 주는 걸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를 생각해서 같이 와 주었다는 거, 정말 소중한 일이네.
나도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이와 같은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지는 느낌.
그것을 분수령으로 전과 후가 크게 나뉘는 것은 살아가면서 때때마다 절감한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때에 감사하다.
"오늘은 정말 감사합니다. 국숫집까지라도 제가 들고 갈게요"
그리고 다 같이 메밀국수를 먹을 때는 검사를 받으면서 짜증스러웠던 기분도 몸이 안 좋다는 사실도 다 잊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엉엉 우는 어린아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요. 애써서 거기에 없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요. 그러면 마음 속에 공간이 생겨, 자신을 든든하게 붙잡아 주거든요.
나이를 얼마나 먹든 그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두가 말하는 '어린 시절'이란,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와 풍요로운 공간 아닐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유로운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다.'하고 생각해 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8
굳이 친구를 찾지 않더라도 그런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얻는, 여유 있는 마음을 지닌 자신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9
아무리 정체를 알 수 없어도,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어 기분이 영 찝찝하더라도, 직업이 뭔지 말해 주지 않더라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열린 마음으로 밝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 직장에서 반드시 성공을 했고, 행복한 결혼도 하더군요. 10
그러니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지는 시점이 다가왔다고 생각되면 차분하게 생활을 다잡도록 하세요. 아침에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최대한 몸을 움직이고, 잠이 오지 않더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하세요. 인터넷에 허비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담백하고 질 좋은 음식을 먹고, 번잡한 인간관계와 술, 성욕 같은 것은 잠시 접어 두고 저금통을 다시 채우는 거에요.
우선 간단하게, 손윗사람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정말 편해집니다.
아무튼 상대의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 신나게 얻어먹으세요. 하하.
그렇다면 사람은 뭘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저는 각자가 자기 자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끝까지 관철하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더군요. 인간이란 애당초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13
하지만, 작가로 데뷔한 당시 나이가 어린 탓에 인생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죠. 취직도 하지 않았고 말이에요. 무슨 수를 써야겠다 싶어서,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려면 차림새나 행동거지, 예의 등 주의해야 할 점이 많으니, 그런 것들도 배우게 되었죠. 돈이 좀 들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인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일이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일과 생각이 존재합니다. 한 사람의 인간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보며,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네, 하고 느끼는 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좋아요. 보러 떠다는 것만 해도 신이 나고, 아는 세계가 넓어지고, 또 겸허해질 수도 있습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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