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은 방 안에 뭔가 신경질적인 기류가 흐르는 걸 느꼈고, 몇 해 전 자신이 쑹메이링을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알란이 생각하기로는,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1
내가 요즘 많이 느끼는 것. 세상에는 자기가 짓고 싶은 표정을, 내뱉고 싶은 단어를, 찌푸리고 싶은 미간을 원하는 대로 행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참 인생 편하게 산다- 싶다가 알란 할아버지(그것도 100년 정도 사신 분)께서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걸 보면.. 멀리 봤을 때 이게 더 맞다는 거겠지.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왜? 언제부터? 어느순간? 내가 '왜저래'하는 류의 사람들 모습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는 것인가.
나를 지배하는 생각 '저 사람도 저러는데 나라고 왜 못해? 난 바보야?'. 정말 어리석게도 오래간 이 생각을 가지고 지내왔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아니 어쩌면 나도 알지만 모른체하며.
찬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에야 나또한 참 못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군보다 낫다며 자위해왔는데 나조차 그런 군을 이루는 개체에 불과했었다. 힝..
보세는 자신의 대꾸에 대해 베니가 한 대꾸에 내놓을 대꾸가 벌써 준비되어 있는 듯,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알란이 두 형제의 말을 끊으면서 말하기를, 자기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지구 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분쟁은 대개 <네가 멍청해! - 아냐, 멍청한 건 너야! - 아냐, 멍청한 건 너라고!>라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거였다. 2
이것도 그렇지만 최근에 상아가 말해준 <불행배틀> 또한 결코 이길 수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다시 들어도 웃긴 불행배틀ㅋㅋㅋㅋㅋㅋㅋ
가끔 걸어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 당신이 더 불행합니다. 좋으시겠어요.. ㅠㅠ
알란은 두 사람 몫의 일을 하는 것에 큰 불만이 없었다. 반면 그는 규칙을 하나 세웠따. 헤르베르트, 당신은 당신의 비참한 인생에 대해 더 이상 징징대지 말 것. 나는 무슨 얘기인지 충분히 알아들엇고, 또 기억력이 아주 좋으니까. 똑같은 얘기를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오. 3
정말 시원한 할아버지. 담백하면서 심플하게 사신다(이 멀리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나에게도 제발 징징대지 말아줬으면.. 또 나도 징징대지말 것을 다시 결심한당.
알란이 연극을 너무도 잘했다고 칭찬하자, 헤르베르트는 얼굴이 빨개지며 손사래를 쳤다. 진짜 바보가 바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러나 알란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른 바보들은 모두가 똑똑한 척하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4
ㅋㅋㅋㅋㅋㅋ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알란 할아버지의 팩폭.
정말 맞는 말. 역사적으로 현명했던 소크라테스마저도 등에의 논증을 통해 본인은 바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서로가 제일 진리에 가깝다고 외쳤었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란 어쩔 수가 없나보다.
항상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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