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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덕 님은 "사는 게 너무 고달팠어요"라고 말한 뒤 "그래서 더 힘든 사람을 생각했어"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두 문장이 나란히 이어지는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48) 

 

내가 신지한테 맨날 그래. 주는 게 주는 것이 아니라고. 주는 게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베풀라고. 금을 쥐고 있다고 해도 영원히 내 거는 아닌 기야. 불난 일 겪고 나서는 나도 자꾸 더 베풀고 싶어져. (96)

 

제가 신지 언니 책 읽으며 너무 놀랐던 부분이 또 있어요. 스트레스에 관한 인숙 씨의 대사였죠.

어느 날 퇴근길의 버스에서 인숙 씨의 전화를 받았다. 
"딸, 어디."
"버스. 이제 집에 가."
"아홉 시 넘었는데 인제 퇴근했나?"
"어. 야근했어."
"목소리에 기운이 없네."
"저녁도 못 먹었어. 요새 일이 너무 많아. 아, 스트레스 받아..."
"어마야. 니 스트레스를 왜 받나. 그거 안 받을라 하믄 안 받제."
"..."
아니 무슨 스트레스가 전화인가. 안 받을라 하믄 안 받게.
-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17쪽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빨리빨리 잊어버리려고 해. 스트레스를 안고 꿍해있으면 나 자신이 너무 상해버리잖아. 새 마음을 먹는 거지. 자꾸자꾸 새 마음으로 하는 거야. (97)

 

나는 손님 옷 버린 적이 없어.

비결이 뭐예요?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일해. 서둘러서 대충하지 않아. 손이 빠르니까 두세 시간 만에 완성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여유 있게 일정을 잡고 시작해.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완벽하게 할 수 있잖아. 손님이 찾으러 왔을 때 자신이 있어. 자신 있게 입어보라고 할 수 있어. (249)

 

가끔은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에서 내 삶이 필름처럼 돌아가

주마등처럼요?

응.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촤악 스쳐 가는 거야. 젊었을 땐 남편이랑 바람 피우고 살림 차린 젊은 여자도 참 미워했고, 우리 시어머니도 미워했어. 이제는 아무도 밉지가 않아.

왜 안 미우세요?

몰라. 어느새 이해가 돼. 안 미워. 그 여자들도 안쓰러워.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 거야. 그 사람들 삶도 기가 막혀. 그래서 안 밉더라고. (267)

 

 

이슬아의 인터뷰집은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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