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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는 매일매일 내 옆에서 같이 걸으며 나에게 용기를 주려고 애썼다. 부모님은 나를 달래서 학교에 보내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지만 토니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말해주었어. 그 시절에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다, 용기를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 말이야. 정해진 길을 가라고 윽박지르기만 했지.하지만 토니가 해준 말 덕분에 나는 매일 학교에 가서 그 암흑을 견딜 수 있었다. 답을 몰라 머릿속은 텅 빈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짐작하겠지만, 난 토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나도 내가 정말 멍청하다는 걸 잘 안다고 토니에게 알릴 수는 없었어. (51)

 

"곧 와요, 금방 올 거예요." 그러면 어머니는 만족스럽게 등을 기대고 앉았지만 이초가 지나면 또 물었지. "토니는 어디 있니?" 어머니를 더 일찍 데려가는 게 더 자비로운 처사였을 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정신으로 지냈던 세월 동안 어머니가 남편의 죽음을 어떻게 견뎠을까 궁금하구나.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고 어떻게 견디느냐고 어머니에게 한 번도묻지 않았어. 어머니라는 사람을, 어머니의 인간적 단점을 전부 받아들여준 사람을. 어머니를 조건 없이 사랑했던 사람을. 언제나 팔을 뻗으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사람을. 물어봤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85)  

 

"음주는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이 못 돼요, 해니건 씨." 그가 대답했지.
상실ㅡ그 의사가 그것에 대해 뭘 알겠냐? 세상에, 테일러는 이제 겨우 기저귀를 뗐어. 그가 겪은 상실에 가장 가까운 경험은 아마 동정을 잃은 거겠지, 그럴 나이는 됐나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상실을 몰라. 뼈에 달라 붙고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마음 깊이 우러나는 사랑은 긴 세월에 걸쳐 다져진 흙처럼 꿈쩍도 안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사라지면... 누가 억지로 뜯어간 것 같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낸 채 빌어먹을 고급 카펫에 피를 뚝뚝 흘리며 서 있는 거야.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은 채로, 한 발을 무덤에 넣은 채로 말이다. (264)  

 

또다시 외로움, 우리 유한한 인간에게 난동을 부리는 그 빌어먹을 외로움. 외로움은 그 어떤 질병보다도 나빠서 자는 동안에는 뼈를 갉아먹고 깨어 있을 때는 우리 마음을 괴롭힌다.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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