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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혔다. 3년 11개월 전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냥 "네네" 대답하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네네"만 반복하며 살다가는 뜨거운 증기를 가득 머금은 밀폐용기처럼 위험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여기가 비집고 나갈 숨구멍 같은 게 필요하다는 것을, 지난 3년 11개월간의 "네네" 끝에 스스로 깨우쳤다. 그런 구멍은 클 필요도 없다. 아주 살짝, 가느다란 틈새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감히 손대기가 두려울 정도로 위태롭게 들끓던 무언가가 그 실금 같은 틈으로 푸슈슈슈, 하는 시시한 소리를 내면서 빠져나간다. (14)

 

나는 말없이 팀장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동시에 광대의 힘을 뺐다. 억지로 올려뒀던 입꼬리가 중력에 의해 원래 있어야 할 위치로 되돌아 가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14)

이 표현만은 굉장히 날카롭고 참신했다. 
ㅋㅋㅋㅋㅋ정말이지 나도 매번 느끼기 때문.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다른 대리나 과장들은 팀장이 일을 아무리 못해도, 그야말로 이름만 팀장인 허수아비인 것을 알아도, 뒤에서 매일 욕해도, 적어도 앞에서는 최소한의 기를 세워줬다. 팀장 대접을 해줬다. 싫은 소리는 돌려 했고 이상한 지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다음 알아서 처리했다. 어차피 팀장은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일이 잘 굴러갔다. 그게 5년 차 이상 대리들, 10년 차 이상 과장들의 존경할 만한 기술이었다. (60)

ㅇㅈ
작년 2020년 내가, ㅂ부장님께 감명 받았던 태도............ ㅎ....

 

현관문 열자마자 침대가 보이지 않고, 자는 공간에서 부엌이 보이지 않고, 밥 먹을 때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휴식과 식사와 수면과 배설의 경계. 생활에 따른 공간의 분리. (70)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다 같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셋이 함께 카페에 가되 한명씩 도사를 대면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내 상식으로는 당연히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의외로 상식적인 사람은 굉장히 드물었다는 것을. 내 상식의 스탠더드가 너무 높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131)

매일 매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팔을 쭉 뻗어 사각거리는 커버가 씌워진 솜이불을 꼭 끌어안았다. 풍성한 부피감에 다시 나른해졌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밤새 약하게 틀어둔 에어컨 바람이 공기는 물론 이불까지 시원하고 바삭하게 만들어둔 듯했다. 나른한 잠결 위에 더해진 푹신하면서도 선선한 감촉. 부드러우면서 달콤했고, 동시에 짜릿했다. 앞으로는 이런 기분을 더 자주 느끼고 싶었고, 분기별로 한번쯤은 혼자서라도 이런 고급 호텔에 놀러와 묵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졌다. (197)

 

1.2룸에 살게 되자, 침대에 누워서는 현관과 부엌이 보이지 않게 되자, 이제는 먹고 난 음식 냄새도 침대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또 창문 두개가 마주 보고 있어서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런데, 고작 그런 게 욕심이락? 잘 때는 음식 냄새를 맡고 싶지 않은 마음을 욕심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이 욕심이든, 욕망이든, 나는 이제 방과 부엌이 분리된 투룸에서 살고 싶었다. (248)

 

"역시 90년대생이 해야겠지? 이런 건?"
그 말에 회의실에 모여 있던 팀원들의 시선이 죄다 내게로 향했다. 아, 너무 익숙해서 지겨운 저 표정들. 이른바 '요즘 애들'의 반짝이는, 통통 튀는, 재치 있는, 뭔가 색다른, 아무튼 그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 정말이지 너무나 부담스러운, 그 밑도 끝도 없는 헛된 기대들. (278)

으. 지겨워 지겨워!
그래서 저런 말을 하기 전에, 답변이 어떻게 되든 수용할 것이라는 다짐을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어놓고 자기 마음대로 할 거면, 왜 물음? 
진빠지게 고민했더니. 

 

생각해보면 회사라는 공간이 싫은 건 사무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탓이었다. 내게 일을 주거나, 나를 못살게 굴거나,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 회사 사람이 없는 회사는 귀신들이 퇴근한 귀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336)

 

 

 

 

총평.

음 역시 노잼.
진짜 읽은 게 아까워서 완독.
텝스 시험도 아닌데 내가 대강 스키밍하며 읽은 건 처음이네.
그래도 <언어의 온도>처럼 읽다 덮지는 않았음에 의의를. 

이전 작품도 갸우뚱? 했는데,
앞으로 장류진 작가 책은 절대 안 살듯.........

소재도, 깊이도, 전개도 죄다 얇다. 

차라리 누군가 공들여 쓴 독후감을 읽는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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