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그 소나타가 나를 부르는데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가 무엇이라는 말인가? 음악에는 나이가 없다. 마음과 정신의 성숙함은 달력의 햇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1
청중은 모든 시간을 가지고 너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여유를 가져라! 네 앞에 영원의 시간이 있으니! 너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라! 네가 원하는 대로 음악을 지휘하라! 연주하는 사람은 너니까 너 자신의 주인이 되어라. 너만의 고유한 소리, 너만의 고유한 음악성을 창조하라. 현재를 살라, 앞으로의 시간을 미리 생각하지 말라! 그러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서 연습해야 한다! 외적이 아닌 내적으로 표현하라. 외적으로 표현할 경우 건방지고 경박한, 즉 우스꽝스러운 음악이 되고 말 위험성이 있다! 2
음악을 수업으로 바꾸어본다면?
사실 엄청난 것이었다. 내 앞에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모든 시간을 가지고 내게 귀를 기울이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 그가 나에게 베풀어준 것은 단순히 한 번 연주하는 기회만이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직관을 따라야 하며, 나 자신에게 최대한 충실하고 솔직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신념을 확인시켜주었다. 그가 내게 준 것은 새로운 희망이었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솔직하게 들려주고 드러냄으로써 이해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3
나의 직관을 믿기.
경험적으로 말해보건대 정말 나의 직관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서우리만큼 예리한 것이 자신에 대한 자신의 직관.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온전하고 완전한 정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진정한 마음을 보호해주는 법 위의 법. 4
진정한 마음을 보호해주는 법 위의 법.
내가 막연히 하던 생각을 이렇게 예쁘게 표현한 부분을 보면 너무너무 신난다. 반갑고.
그 장소에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들과 동행한 부모들이 자신들의 신동 자녀들에게 불어넣는 어마어마한 긴장감을 관찰 중인 나에게 이런 부재는 오히려 그곳이 편안히 숨 쉬는 공간이 되도록 작용했다. 5
오랜 꿈을 이루었는데도 나의 목마름은 여전했다. 그 사실을 막 알아차렸고, 그것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진정한 꿈은 무엇이란 말인가? 갈증을 궁극적으로 해소해줄 샘으로 나를 이끌어줄 꿈은 도대체 무엇일까? 6
나만이 하는 고민이 아닌 것.
ㅜ_ㅜ 하물며 임현정 피아니스트도 이런데, 나는 오죽했으랴. 가끔 사고실험으로 해보는 '내게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돈이 생긴다면?'은 이러한 고민에 꽤 도움되는 결론을 준다.
나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육체는 하나의 옷에 불과하며,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해도 그것을 저세상에 가져갈 수 있는가? 나에게는 오히려 영원히 지속되는, 저 세상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함께하는 나의 영원한 본질을 풍성하게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지혜롭고 온당한 것이었다. 내면의 본질적인 아름다움, 보이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의 영원한 재산. 나는 그 재산을 끊임없이 늘리고 싶었다. 7
나도 같은 생각. 그치만 임현정씨는 무려 16살에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임.
나도 그 재산을 끊임없이 늘리고 싶다.
어느 날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소말리아에서 기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해서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그자에 따르면, 그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단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 아이들은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그자야말로, 그런 식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자야말로 자기 자신이 말한 그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8
자아의 소멸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자아는 환상 속에서 삽니다.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된 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산다는 말이죠. 모든 괴로움과 원망이 거기에서 비롯됩니다. 자아는 스스로를 독립적이라고, 자신의 힘만으로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산소와 햇빛, 바람, 흙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제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이런 자아-이렇게 보잘것 없는 소자아-를 버림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모든 것과 하나 된 큰 나'를 만나게 됩니다. 어린아이들이 쓰는 말로 하자면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나'라고 말입니다. 9
임용때 공부했던 대아(大我)와 소아(小我)를 여기서 만나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 경전들을 읽고 필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앙리 바르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을 다시 되새기며 더욱 당당하게 나아갔다.
참 좋다. 제 나이가 아닌 사람.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지.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다른 한 번의 경험을 쌓았을 뿐이고 한 번 더 반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오로지 반복이 부족했음을 발견한 위대한 순간이다. 언제나 다시 하면 더 나아지는 법, 포기하지 않는데 어떻게 실패가 존재한단 말인가. 11
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이곳까지 그 사람의 광대한 내면이 전해졌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주유하는 요기같다고 할까. 평범한 인간들의 "고만고만한 공통의 관심사"에서 저만치 비껴서 살고 있는 자유로운 존재라고 할까. 12
퀸 엘리자베스 뮤직채플에서 전개되는 나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늘 나를 따라다니던 두려움과 불안을 잊어버리고 처음으로 나는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음악은 아주 까다롭고 절대적인 예술이며, 영감이란 오직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투자하는 자에게만 허용된다는 그 엄중한 진실을 잠시 제쳐두었다. 일종의 편안함이랄까, 하여간 물질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어느 정도의 안락함을 즐기면서 그냥 사람들이 나에게 하라고 하는 것을 열심히 했다. 독자성, 그리고 나 자신이 그토록 악착같이 지켜왔던 정신의 독립을 손에 넣기는 어렵지만 잃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사실을 아직 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13
"예술은 사랑이다, 예술은 사랑이다, 예술은 사랑이다..." 나는 이 문장을 세상 사람 모두와 공유하기 위하여 만트라처럼 거듭 되뇌인다. 다시 한번 나는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나의 본능을, 나의 기질을 따르리라, 그래서 아주 멀리 가리라. 14
서로 사랑하는 도덕 이라고 내가 내 수업에 붙인 이유
사랑은 정말 정말 크고 위대하다. 모든 것을 품는 것.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가르침을 주려는 것은 그 아이들을 빨리 자라라고 억지로 잡아당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뜻한 격려가 회초리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당신의 아이들에게 절대로 바보라는 말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말은 긍정적이고 평온한 표정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다"라고 16세기 한국 문필가 퇴계 이황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15
문득 교실에서 아이들은 수행평가를 하고,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있는데 '안전한 교실'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가 앉아있음으로써 아이들이 안전함을 느끼고 안정됨을 느낀다면, 내가 우리 집에서 우리 부모님 아래에서 느꼈듯이, 그거면 내 소임을 다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든 생각. 그 안전과 안정 속에서 나는 크고 넓게 자랄 수 있었으니까.
열두 살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갔을 때, 자유롭다는 것은 곧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오직 하나의 자유만이 있다. 바로 내면의 자유이다. 내가 음악을 통해서 찾고자 하는 자유도 그것이다. 이렇듯 나의 추구는 완성되기는 커녕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다. 16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 "자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스승님에게 물어보았다.
"진정한 행복은 그 어떤 외부조건에도 상관없이 지금 여기 내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나 아닌 것이 없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깨닫는 순간 이 세상 모든 것과 나는 하나가 됩니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려면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요. 내가 행복으로 충만되어 있어야만 다른 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17
스승님은 또 우리가 도와준 덕분에 산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우리의 삶을 한번 관찰해보라고 하셨다. 즉 자기 자신이 했다고 뽐낼 수 있는 비율은 우리의 삶에서 고작 5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다. 스승님은 우리가 95퍼센트 이상은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것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셨다. 그때 우리는 "내가 했다, 내가 한다"라고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덕분에 했습니다, 덕분에 합니다"라는 관점으로 바뀌게 된다고 하셨다.
피아니스트로서 생각을 해보자.
어린 시절에 누가 나를 응원했는가?
누가 나를 믿었던가?
무대까지 누가 피아노를 옮기는가?
누가 그 피아노를 만드는가?
누가 연주회를 조직하는가?
누가 음반을 제작하는가?
누가 그 음반들을 듣는가?
누가 음악회장을 찾는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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