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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러니까 엄마 말은, 그 사람하고 결혼해도 되지만 안 해도 상관없다는 거지." 엄마는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저녁으로 샌드위치든 수프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툭 던졌다.
"엄마 지금 그이가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야?" 내가 물었다.
"아니, 그 사람은 좋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다만 곰곰 생각하다보니까, 결혼식을 취소하는 것도 강행하는 것만큼이나 별거 아니라는 걸 너한테 얘기해주고 싶었어."
"그건 또 뭔 소리래?"
"요는, 관성이 있다는 거지. 이왕 시작했으니까 쭉 밀고 나간다는 관성 같은 게 분명히 있어. 히틀러를 봐라, 레이철." (34)
"레이철 셔피로, 너 참 매정한 애구나." 미미 이모가 말했다.
"그게 현실주의자를 뜻하는 거라면, 응, 맞아, 난 '매정한 애'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보험은 아니다. 너." (98)
그러나 그동안 내가 배운 건, 아무리 불행한 결혼이라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33)
"괴롭힘 당해보셨어요?"
나는 브레이크를 콱 밟았다. 빨간불에 지나칠 뻔했다. 나는 길을 건너고 있던 조깅하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 입모양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조깅하던 여자는 내게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당해봤죠." 내가 말했다.
"믿기 힘든걸요. 워낙 강해 보이셔서. 철벽 같아요, 긍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철벽이라. 누구나 벽을 좋아하죠."
"흔들림 없는 천하무적."
나는 껄껄 울었다. "옛날에는 쉽게 흔들리고 쉽게 무너졌는데요."
"근데 어떻게 이렇게 됐어요?" 프래니가 말했다.
"철이 들었죠." 내가 말했다. (137)
"어떻게 하든 다 괜찮을 거예요." 내가 말했다.
"그건 귓등으로 듣고 있을 때나 아무런 책임도 지기 싫을 때 하는 말이죠.(후략)" (153)
"종종 결혼식이 트로이의 목마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결혼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고 내가 열심히 팔고 다니는 꿈. 그들은 딴 사람들과 차별화하겠다며 이런 것들을 선택해요. 되도록 평범해지지 않겠다며 이런 것들을 선택하죠. 하지만 결혼하기로 선택한 것보다 더 평범한 게 세상에 어딨어요?" (156)
당신은 공황 상태지만, 엄마가 전화를 받자마자 안도감이 밀려든다. 엄마가 무언가에 대해 걱정하게 되면, 당신은 그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87)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어젯밤 당신의 꿈에 아비바 그로스먼이 나왔다. 꿈에서 그녀는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당신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했다. "하나만 물어도 될까?" 당신이 말했다.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그녀가 말했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어떻게?" 당신이 물었다.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그녀가 말했다. (395)
제인이 스페인어로 인용한 구절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나오는 말로, 거칠게 번역하자면 이렇다. "인간은 어머니가 낳은 그날 영구히 태어나는 게 아니다. 생은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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