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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라고 난 생각해요. 그리고 나는 줄곧 당신을 내가 좋아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 짐작해왔어요. 당신은 날 어떻게 생각했어요? 생각을 하기나 했다면요. (27)

 

넌 이곳 사람들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구나.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이제 안 한다. 그걸 배웠지. 
그녀한테서?
그래. 그녀한테서.
진보적이라든지 행실이 나쁜 아주머니로는 생각 안했었는데.
행실이 나쁜 게 아니야. 무지한 소리다.
그럼 대체 뭔데요?
자유로워지겠다는 일종의 결단이지. 그건 우리 나이에도 가능한 일이란다. (60)

 

안 물어. 루이스가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물지 못해. 갓난쟁이 새끼들이니까. 아직 젖을 먹거든. 이유가 안 된 거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
아니요.
어미가 더는 젖을 주지 않아서 새끼들이 다른 걸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란다. (77)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 다시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무슨 얘기 하고 싶어요?
당신 생각이 어떤지 알고 싶어요.
뭐에 대해서요?
여기 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게요.
견딜 만하게 됐어요. 이젠 정상으로 느껴져요.
정상, 그뿐이에요?
당신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는 줄 알아요. 진실을 말해봐요.
진실은, 이게 좋다는 것. 아주 좋다는 것. 이게 사라진다면 아쉬울 거라는 것. 당신은 어떤데요?
아주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 쉬는 소리를 듣는 것. 
나도 그래요. 그것들 전부. (102)

 

다이앤도 좋아하지 않았고요.
왜요?
모르겠어요. 일종의 위협처럼 느껴졌던 게 아닐까요. 시에 대한 나의 사랑을, 그것에 빠져 홀로 고립되어 지내는 시간을 질투했던 것도 같아요. 
당신이 시를 쓰고 싶어 하는 걸 지지하지 않은 거군요.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홀리를 기르는 일 말고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함께 만나는 여자들 사이에서 그런 생각과 의견들을 승인받은 거예요. (106)

 

하지만 이 아이는 달라요. 그녀가 말했다. 희망이 있거든요. 그녀가 두 손으로 제이미의 얼굴을 감쌌다. 너는 착한 아이야. 잊지 말거라. 그렇지 않다는 말은절대로 믿지도 말고. 알았지? (115)

 

다른 사람의 인생을 고쳐줄 수는 없잖아요. 루이스가 말했다. 
늘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156)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159)

 

애디가 말했다. 지금 괜찮아요?
그래요. 방금 막 이층으로 올라왔어요.
음, 당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정말이지 못 견디게 당신과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잘 지내요? (192)

 

 

책을 읽는 내내 지형이가 떠올랐고, 곧이어 안심했다. 다행히 지형이랑 나는 수많은 밤을 함께할 수 있어서, 고요한 숨 소리를 나눠 들을 수 있어서. 

이 책을 읽고 난 어느 저녁에, 책상을 정리하고는 지형이가 잠들고 있는 침대에 쏙 들어갔다. 그리고는 꼭 끌어안고 새근 새근 잠이 든 지형이의 숨소리를 오래도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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