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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 만한데 왜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하며 아직도 저러고 사는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이 기쁨을 모르니까 그렇습니다. 자기 인생에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다 알아들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하면 됐어.' 하고 멈출 수도 있습니다. 대사 다 외웠고, 리허설 다 했으니 다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코 뛰어난 작품이 될 수 없습니다. (36)
거저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내 귀중한 것을 희생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습니다. 그것이 등가교환의 법칙입니다. 운이 좋았다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41)
신은 절대로 내가 경험한 삶이 그냥 없어지게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주 우울한 생각을 했든, 너무 슬픈 생각을 했든, 치졸하고 부끄러운 생각을 했든, 그 모든 것이 내가 역을 맡을 때 조금씩 도움을 주었습니다. 내가 겪은 모든 일과 감정들이 연기에 다 투영되었습니다. (57)
내가 한지민을 좋아하니까, 배우로서 자신을 찢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다시 또 꿰매면? 자신을 너무 찢지 않고 곱게만 내보이면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한계 속에 가둘 수 있습니다. 물론 나이를 더 먹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꼭 나이 더 먹어서 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91)
며칠 전 친구가 동영상을 하나 보내 주었습니다. 낙타들이 짐을 싣기 위해 일렬로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이 짐을 하나씩 다 실어 줍니다. 그러면 낙타가 묵묵히 일어나서 걸어갑니다.
낙타는 무겁다, 힘들다 불평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나에게 적당한 짐을 실어 준다는 것을 믿습니다. 나는 신이 나에게 시련을 주실 때도 있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신다고 믿습니다. 간혹 내가 너무 느슨하게 있으면 내 정신을 깨우는 일을 주십니다. (137)
누구나 날개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날개는 누가 달아 주지 않습니다. 내 살을 뚫고 나올 뿐입니다. 내 어깨에서 얼마나 아프게 나왔겠는가, 그 날개. 등가교환과 같은 것입니다. 날갯깃이 살을 뚫을 때 얼마나 아프겠는가.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되고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뚫고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139)
<전원일기>에도 내가 남편 김회장이 마시다 남은 소주를 찬장에 숨겨 놨다가 혼자 곳간에 들어가서 마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시골 촌부라 해도 똑같이 인생의 허무를 느낍니다. 배운 게 없어도 생각이 없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배움이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누구나 있습니다. 공부 많이 안 했다고 인생에 대해 모를 리 없고, 하버드 대학 나왔다고 더 알 리도 없습니다. (143)
딸의 아버지는 엄마의 남편과 동일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엄마는 눈물 때문에 흐려진 거실 유리창을 자꾸만 손으로 닦습니다. (180)
나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것입니다. 배우는 '이만큼 하면 됐다.'거나 '이 정도면 성공했다.'라고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서 해야 합니다. (213)
한편으로 생각하면, 배우는 어떤 면에서는 승려같이 살아야 하기도 합니다. 가슴속에서는 불길이 막 왔다 갔다 해도 평상시의 행동은 누구한테도 씹힐 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본래부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가슴속에는 백 명의 남자가 살아도 신부나 수녀님처럼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드라마 안에서 그 모든 것을 보여 줘야 하니까. 드라마 안에서 그 불꽃을 다 살아야 하니까. (332)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책상 위에 있는 달력에도 써 놓았습니다.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리라.' 라고. 피곤하고 귀찮아서 흐트러져 있고 쓰러져 있다가도 '아니야, 누가 보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 단정하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하면서 힘을 내어 일어납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싶습니다.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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