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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독서 모임을 위해 책을 읽다가
어 문득… 생각이 났다.

2007년,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도 그냥 선생님과 수업만 따라가면 시험(아마 쳤겠지?)을 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결과가 아주 나빠 혼나거나, 아주 좋아 엄청난 기대를 받지도 못했을 거다. 그러니 시험에 큰 기억이 없는 게 아닐까.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 다들 호들갑을 떨며 곧 치른다는 중간고사, 를 나는 감도 잡지 못했다. 첫 중간고사를 치른 첫째 날, 그제서야 일찍 마친다는 걸 알게 되어 친구들에게 노래방 가자고 했다가 시험 끝나고 가자는 답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난다. 나는 “그” 날 시험이 끝난 거였는데, 그조차 생각이 달랐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치른 중간고사의 결과는 놀라웠다. 아마 본인에 대한 자아 인지 부조화의 첫 번째 기억이리라.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해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게 그 결과로 재단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부라는 것을 해보려하니 막막했다. ‘어떻게 시작하는 거지?’ 그래서 공부를 잘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질문만큼이나 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내가 고른 인물은 열심히 하는(중요한 건 시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공부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듣는 인강을 알려주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인강을 듣고, 문제집을 풀고, 그것을 계획적으로 이어나가는 일. 전부였다. 그러니 공부를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공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하는 거니까. 마땅한 방법이라기 보다 그냥 앉아서 읽고 쓰고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오늘 문득, 나의 현 상태가 열 네살의 그때와 어쩌면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처럼 누구를 잡고 “공부를 어떻게 해요?”라고 묻지는 않지만, 마음으로는 계속 찾고 있었다.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그런데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있을까. 그리고 명확한 방법이 있을까. 그냥 내가 하다보면 또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겠지.
난생 처음 주입식 교육에 헤맸듯이, 난생 처음 주어진 자율식 교육에서도 나는 해매고 있다. 그리고 동일하게 나는 뭔가를 모르고 있다는 모종의 불안함이 이를 가중하고 있고.
그런데 나야, 돌이켜 보면 그렇지. 내가 뭘 몰라 공부를 잘 할 수 없었던 게 아니잖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차곡차곡 매일을 쌓아가는 일.
이번 방학이 또 내게는 새로운 도약점이 되겠구나, 생각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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