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선물하는 행위는 우연을 선물하는 행위다.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幸福)이라는 단어의 한자 풀이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이라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행복의 수준은 관계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고, 관계의 수준은 '그냥'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18)
선택이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형벌이다. (27)
습관은 몸이 아니라 공간에 밴다. 습관에 대해 버려야 할 가장 큰 오해는 습관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맥락에 구애받지 않는 행동이라는 착각이다. 습관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반복하는 행위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반복되는 행위가 아니다. 묘하게 거기만 가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행위가 습관의 본질이다. (42)
이걸 일찍이 파악한 사람이 지형이다.
내가 임용을 준비할 때든, 대학원을 준비할 때든, 그때마다 고민하는 내게 지형은 말해줬다.
"장소를 옮겨봐"라고. 비용이나 시간을 소요하는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니까"라고 덧붙여주었다.
내가 마음이 무겁지 않도록 "내가 대신 내줄까?"라고 더해주는... 소중한 예랑이.ㅠ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장소를 정했고, 집에선 언제나 쉬었다.
그런데 최인철 교수님의 글을 읽고 나니 무언가 정리가 된 듯하다.
특히 나는 공간에 배는 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던 것 같다.
잊지 않아야지.
실력은 알아야 할 것들을 알수록 커진다. 그러나 행복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을 모르수록 커진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만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아는 것도 행복감을 떨어트린다. (49)
알 권리와 알 가치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무식함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아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제가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겠어요? 하하!' 이 말을 자주 써야 한다. 소문에 느리고 스캔들에 더딘 삶이 좋은 삶이다. (51)
우리의 감정은 그들로 인해 혹사당하기 일쑤다.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다. 오해에 특화된, 오해가 특기인, 그래서 오해가 습관인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 중 하나다.
천국은 오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곳은 오해 청정 지역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해 무균자들이다. 오해 무균자들은 타인의 선의를 믿기 때문에 그들의 실수에 관대하다. 그들에게는 음모론이 설 자리가 없다. 오해 청정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기 행동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해명 요구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방어적이지 않으며, 매 순간 자기 행동에 최고조로 몰입한다. (60)
오해가 습관인 사람들을 멀리해야 한다. 혹시라도 그들로부터 침투된 오해균이 있다면 타인의 선의를 믿는 것, 그리고 타인의 행동이 실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의 여유를 갖는 연습을 해야 한다. (64)
돈으로 살 수 없고, 돈으로 지급되지 않는 보험이다.
좋은 인간관계(Intimacy)
자율성(Autonomy)
의미와 목적(Meaning & Purpose)
재미있는 일(Interesting Job)
이 새로운 4대 보험의 이름은 'I AM I(나는 나다)'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이다. 돈으로 드는 보험이 고통이 발생한 후에야 힘을 발휘하는 사후 처방 성격이라면, 이 보험들은 예방의 힘이 더 강하다. (73)
그가 새해 결심을 안 하기로 한 이유는 새해 결심이 주는 부작용 때문이다. 새해부터 잘하자는 결심과 새해부터 잘하면 된다는 위안을 핑계 삼아 12월의 남은 며칠을 쉽게 보내버리는 부작용. (97)
맞아. 정말 결심때문에 며칠을, 몇시간을 쉽게 보내버리고는 하지.
그가 깨달은 더 심각한 부작용이 또 있었다. 작심삼일의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새해 결심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새해 결심이 지난해에 저지른 과오와 나태를 반성도, 처벌도 없이 용서해주는 셀프 면죄부로 작동한다는 점을 통렬하게 깨달았다. 마치 이런저런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깎아주는 재판장처럼, 새해 결심을 굳건히 한 점을 참작해 자신에게 사면을 행사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98)
무언가 창조하는 사람들이란 자발적으로 고통의 세계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외부의 평가나 보상 그리고 위협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매일 백지의 원고와 악보, 캔버스가 주는 공포와 맞선다. 그들은 내면의 명령에 이끌리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핏속에는 보통사람들이 겪지 않는 불안과 좌절이 흐른다.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102)
맞아맞아. 정말 낮은 수준의 소논문을 작성하는 데에도 엄청난... 불안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또 이 불안과 막막함을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124
나이와 함께 찾아올 정신의 쇠락을 걱정하는 마음은 성찰적이다. 그러나 그 성찰이 스스로를 공포로 몰아 넣은 나머지 너무 일찍 퇴로를 준비하도록 밀어붙이지 않기를 소망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전투를 포기하고 있다. 나이와 함께 늘어나는 일상의 의무와 조직에서 맡게 되는 보직을 핑계 삼아 탁월성에 대한 추구를 포기한 채 조로(早老)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성과가 줄어드는 이유는 나이 자체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노력을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107)
조로(早老).
경계해야 할 어떤 느슨함과 유기.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다. 노안이 신체적 노화의 신호라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는 것은 정신적 노화의 신호다. (1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으면서 정말 빵 터졌다.
정신적 노화의 신호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결과, 우리는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많은 상황적 요소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그들의 행동을 쉽게 단정 짓는다. 그런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니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그들을 잘 안다는 확신에 속아 그들의 행동을 너무 쉽게 그들의 캐릭터로 설명해버린다. 그러니 이상해 보일 수밖에. (124)
맞아. 나도 모르게 캐릭터화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대범주를 만들어, 각각의 캐릭터군들을 넣어 수납해버렸다. 용이하게 간주하려고.
부끄러운 일이다.
지고 싶다는 소망을 간절하게 가져본 적이 있는가? 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일부러 져주는 인정(人情)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인 전략적 상황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한 번쯤은 져주어야만 하는 호혜(互惠)의 상황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기려는 욕망이 괴물처럼 자라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이 이겨야만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중략)
이겨야만 큰 성공이 뒤따르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절대 지지 않는다. 아니 지지 못한다. 사소한 영역에서 조차 그렇다. 자신이 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들은 본능적으로 편법을 도모한다. 천성이 약해서가 아니라, 이기는 습관이 DNA처럼 새겨진 탓에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불행한 괴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137)
지난 산책에서 정아랑 나눴던 이야기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불행한 괴물의 모습으로 정아한테 응얼댔던 게 떠오른다.
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져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져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연습 방법은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영역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초보인 영역에 직접 들어가 고수나 스승들을 만나봐야 한다. 내 삶에 내가 중심이 되지 않는 영역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지 않는 괴물들은 그런 영역조차 자기가 주도해서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가 주도해서 만든 초보 영역은 또 하나의 지지 않는 영역이 될 뿐이다. 주도하지 말고 끌려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140)
그러게. 좀 끌려가는 연습을 해야 하겠네.
지는 연습을 해야 하겠네.
일상생활에서의 비인간화는 타인을 자신에 비해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동기가 약한 존재로 보는 것으로 발현된다. 타인은 그저 동물적이고 신체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심미적 욕구나 자존감 욕구 그리고 자기실현 욕구 등과 같은 정신적 욕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상대를 비인간화하고 있는 것이다. (150)
게을러 보이는 자녀에게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느냐'며 핀잔을 주면 자녀들은 '나도 다 계획이 있다', '나도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런 자녀에게 '퍽도 고민하겠다'라고 무시한다면, 어쩌면 그 부모들은 자녀를 비인간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152)
그들도 우리처럼 정교한 존재다. 그들의 행동도 우리의 행동만큼이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복잡한 정신 작용의 산물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원초적 본능 외에도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이고, 누추한 곳에 눕더라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존재다.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경비원, 택배 배달원, 정치적 반대 세력, 기간제 교사, 부하, 노숙자... 그 누가 되었든 그들도 깊고 복잡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153)
좋은 삶에 대한 추구도 육하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목표가 좌절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사람(누가)'의 문제인지, '시기(언제)'의 문제인지, '장소(어디서)'의 문제인지, '과제(무엇을)'의 문제인지, '방법(어떻게)'의 문제인지, '동기(왜)'의 문제인지를 균형 있게 물어야 한다. (177)
<부자가 위험한 이유>
소소한 즐거움을 놓칠 가능성이 수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소한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을 '음미(吟味)하기'라고 한다.
부자들은 거대한 것들만 음미하기 쉽다.
한 페이지 요약으로 책 읽기를 대신해버리는 것처럼
자칫 하면 한 페이지짜리 요약 인생을 살기 쉽다. (194)
비밀이지만 행복 천재들은 경이로운 잠꾸러기다. (1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혹쉬.. 행복 천재..?!!!!!
<인생의 시크릿>
인생의 시크릿이 무엇이냐고 묻자 슈바이처 박사가 답했다.
"A야말로 인생의 시크릿입니다."
철학자 키케로도 말했다.
"A는 인간의 모든 덕목 중 최고의 덕목이며, 다른 모든 덕목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지요."
또 다른 철학자 흄이 그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B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들 중 가장 사악한 것입니다."
그러자 칸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B는 사악함의 본질 그 자체입니다."
슈바이처와 키케로가 말한 A는 '감사'였다.
흄과 칸트가 말한 B는 '감사하지 않는 것'이었다. (203)
나중에 수업에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행복은 마음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묘하게도 마음 관리는 공간을 정리할수록 쉬워진다. (211)
"당신은 행복합니까?"
이 말은 "당신은 영감을 받았습니까?"라는 말과 동급이다. (213)
오!
요즘의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
영감을 찾아서 사람을 만나고, 무엇을 보고, 시간을 보낸다.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길로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심리학은 이런 상상을 빼기 상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이 인생에 나타난다면'
'돈이 더 많다면'
이런 '더하기 사상'만을 하는 삶에는
감탄사가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놀라운 감탄사로 받아들이는 것
행복의 비결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228)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당신,
당신의 회복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소한 어려움에 미리 겁을 집어먹거나
하찮은 시빗거리에 흥분할 필요는 없다.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당신의 회복 능력을 믿어보라. (239)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것 같지만
나이가 들면 행복으로 크게 보상받는다.
당신이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이라면
노후의 행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누군가에게 불친절하다면
당신은 큰일 났다. (2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일 났다'에서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날의 벚꽃처럼 가끔은 시간을 어겨도 된다>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심각한 시간 기근(time famine)에 시달리고 있다.
시간의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거꾸로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원봉사를 하거나
친척을 만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주는 사람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늘 바쁘다고 느끼는 까닭은
우리의 시간이 온통 자신의 일들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을 오히려 누군가에게 내본 사람이라면
비움으로써 채운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 시간에 관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에게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시간이 더 많았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들 말한다.
시간이 많아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 인해
우리는 늘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243)
농담은 관계의 척도가.
상대의 짓궂은 장난에 너털웃음을 터뜨린다면
그가 던진 농담에 미소 짓는다면
두 사람은 친해진 것이다.
짓궂게 구는 행위는
호감의 시작이면서 호감의 완성이다.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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