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현규 부장님의 원두 선물.
포스트잇에 원두 종을 쓰시고, 지퍼백에 원두를 따라 담으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뭉근하게 피어나는 느낌이다.
50대의 남성분들을 보면 서툰 부분도 갖고 계시지만 꼭 우리 아빠를 보는 것 같아서 쉽게 미워하거나 재단하기가 어려워진다. 그 중 한 분이 현규 부장님.
마침 따님이 나와 동갑이고 사이즈도(?) 비슷하다고 늘 말씀하셔서, 나는 더 너그러워진다. 한 번이라도 더 인사를 밝게 드리고 커피를 내어 드리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런데 꼭 이렇게 투박한 손으로 무언갈 챙겨 우리 실에 오셔서 주시는 모습을 볼 때는 더 울컥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예가체프는 교무실에 두고 퇴근길에 엘살바도르만 챙겨 나섰다. 부장님께서 꼭 집에 가서 혼자 내려 먹으라고 하셔서 하나만 챙겨보았다. 특히 버번 허니가 맛있다며.

<빛의 과거>를 보고는 제대로 반해버린 은희경 작가님.
아아 이 단편을 읽는데 속이 상해서 꼭 페퍼로니에 가고 싶어졌다(앞 단편이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다).
아마 2-5에서 읽고 있었을텐데, 내 최애 귀요미 ㅌ결이가 다가와서 앉았다. 그래서 ㅎ서랑 ㅈ호 ㅁ서 ㄱ민 ㄷ환이 다같이 끝말잇기를 했다. 윽 …… 귀여워서 난 쥬금 ㅇ<-<
어떻게 15살에 끝말잇기를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는 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삼 내 직업에 또 감사해진다. 무료로 이 모든 걸 누리다니. 나는 너무 복이 많아.
그리고 오후에는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렸다. 텝스 보다는 연구 분야와 주제에 대해 천착하라는 조언을 김교수님께서 해주셨다. 음. 근데 그냥 텝스 올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쉬움을 두기 싫어. 이번 방학에 텝스 500 만드는 게 목표! 어차피 논문 내려면 또 점수를 맞춰야 하기도 해서.
그런데 교수님들께서 메일에 답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문득 너무나 감사했다. 그냥 졸업생 중 하난데, 그것도 모교에서 공부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역시나 나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인가보다. 더 쓰임 받고 살아야지.
문득 이렇게 쓰고 보니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떠오른다. 아 성함이 희미해지다니. 그런데 그만큼 희미해보이던 선생님이셨다. 당시의 고3인 우리에게도 전해질 만큼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역설적으로 모든 게 미숙하셨던 분.
그 분께서 내 서울대 자소서였나, 한 번 봐주시던 게 떠오른다. 아 서강대였구나. 본교에서 이러이러한 교육을 받아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어 “쓰임 받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마지막 문장을 적어주셨다.
당시 경쾌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쓰임 받는 존재?’
‘쓰임을 받나? 사람이?’
내 모교는 카톨릭 재단의 학교였으니까, 당시에 그 표현은 지극히 종교적인 색채로 다가왔다. 낯선 표현이기도 했고 그간의 야욕(?)에 가득했던 나의 사고를 일갈하는 표현이기도 했어서.
그런데 그 표현과 문장이 오래 남아 나도 모르는 새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여러 상황과 여건에서 자꾸 내 마음을 두드렸다. 쓰임 받으며 살라고.
지금은 완전하게, 쓰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곳이든 좋으니 저를 좋은 곳에 쓰이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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