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부장님이 방학이 되기 전, 내게 준 책.
읽는 동안 꿈만 같았다고 하던 그.
ㅂ부장님이랑은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지만 같은 책을 읽는 자체도 즐겁고 설렌다.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나도 끊임없이 엄선해서 책을 넘기는 것일지도.
그리고 이 책은 정말 꿈 같았다.
가끔 꾸는 흥미진진한 꿈.
뚱보의 전횡이 심해질수록 주민들은 전임 읍장을 그리워했다. 실제로 뚱보에 비하면 전임 읍장은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임을 받았다. 그는 밀림에선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게 최선책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26)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것이 없었다. (72)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가 글을 읽을 줄 아는 일이라니.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이 연애 소설을 심장이 멎는 긴장의 대치 속에서도 읽는 이유와도 같다.
재밌어서 읽는 게 아니다. 살려고 읽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169)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를 아직 못 봤지만, 왠지 그와 비슷한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상아랑 보았던 연극 <모비딕> 같기도 하고. <노인과 바다> 같기도 하고.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연애 소설’이라는 도구가 눈에 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나와 겹쳐 보여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는 점.
앞서 나열한 류의 것들을 선호하지 않는 나임에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이 작가의 글을 정말 ‘잘’ 읽힌다.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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