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소박한 감동 하나.
점심시간에 상우가 나보고 와보라고 하도 소리를 소리를 질러서, 이놈시끼 또 웬 장난인가 했는데 저멀리 벤치에 지민이가 비둘기를 손에 안고(?) 있었다. 놀라서 으악 뭐냐! 하곤 얼른 보내주라고 하고 난 교무실로 왔는데, 5교시 203 수업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이상한 거다. 일단 지민이가 너무 화가나 있었다.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으려고 후다닥 출석을 부르는데, 예은이가 나와서 쌤 너무 속상하다며 말을 걸었다. 들어보니, 우리는 비둘기가 목과 배 부위가 상처나있고 아파해서 치료해주고 싶고 안쓰러운데, 보건실에 비둘기를 데리고 가니 보건샘께서 날아다니는 쥐라고 얼른 버리라고, 다른 선생님들도 얼른 버리라고 유해동물이라고 그래서 학교 옆 생태공원에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
사실 나도 비둘기를 정말 싫어한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이고, 똥도 싫고, 그냥.. 그랬다. 그리고 다들 싫어하니까.
그런데 그런 어른들의 말 때문에 눈물 글썽이며(그렇다고 수업을 그렇게 잘 듣는 모범생도 아닌데) 나한테 하소연을 하는데, 참.. 기분이 묘햇다. 이미 가르칠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도덕 선생님이라고 이들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세상에 그렇게 예쁜 눈망울을 또 볼 일이 있을까?
내가 작년에 인간 중심주의, 동물 중심주의, 생태 중심주의 등을 가르치면 뭣하나. 나는 그저 사고에서만 머문 수업을 했는데..
정작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하는 마음은 이미 아이들 마음 속에 있었다.
수업 디자인에 앞서서 관점을 조금은 변화시켜야할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심어주려하기 보다, 있는 것을 꺼내줄 수 있게. 그런 선생님이 되자. 그런 어른이 되자.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을 바라봐줄 줄 알고, 그것을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2. 어제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보다,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사람이 더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때에 들었다면 진부하다고 생각할 말인데 어제는 참 와닿았다.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과, 없으면 안되는 사람. 그동안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만 생각했다. 각설하고, 내가 재정의한다면 아마 저 말은 이와 같지 않을까?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은 애(愛), 없으면 안되는 사람은 애증(愛憎).
ㅋㅋ 사실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쓰는 와중에도 많은 생각이 스치고 간다.
3. 우연히 카카오 채널을 보다가, '혼자 사는' 어쩌고 글을 보았다. 순간 가슴이 콩닥.
?????????? 설렌건가. 나?
정말 나는 나를 알 수가 없다. 하하하하하하하 ㅠㅠ
4. 벌써 9월이다. 이렇게 벌써 0월이다 하는 말마저 몇번째인지 모를만큼, 시간은 빠르고 또 어김없이 9월이 돌아왔다. 이렇게 가을이 좋고, 시원하고, 예뻤던가? 올 여름 너무나도 더웠어서 더욱 소중한 요즘이다. 출근길 너무 힘들지만 시원한 바람을 가르고 걸으면 또 다시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에는 올해 지금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마 지금도 내년의 이 날을 상상할 수 없겠지.
그점에서 인생은 참 마음에 든다. 재밌고 호기심이 인다. 무척 궁금하기도 하고..
최근 지난 날 내가 쓴 블로그 글을 읽는 재미에 빠졌다. 지금은 우선 책 리뷰들부터 보는 중인데, 여전히 좋았던 구절은 좋고 그렇다. 그래서 더 남겨놔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일상도 빠짐없이 적어야겠다. 앞으로는. 내년의 내가 오늘의 나를 보며, 위로해줄 수도 귀여워해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내년의 내게 공부가 될테니까. !!
정말 문득 든 생각이지만, 이렇게 타자를 치는 시간이 참 힐링이 된다.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치는 타자가 아니라, 그냥 나의 말을 오롯이 글로 담는 토독토독 이 시간이 내게 살이 되고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날엔 너무너무 힘들면, 다 읽은 책을 가져와서 공강시간에 리뷰 쓰는게 가장 확실한 비타민! 휴대용 키보드를 사려고 하는데, 그건 작아서 또 불편하려나? 흠. 무튼 나의 시간을 늘려야겠다. 나의 시간이 곧 나의 중심이니까. 잃지 말고 잘 챙겨야지.
(정말 뭐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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