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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문장이 오래 맴도는 경우가 있다. 요즘 내게 남아 자주 떠오르는 그것은 지형의 말이다. 언젠가 통화로, 지형은 매일 아침 2-3시간 정도 개인 업무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현아, 이게 쌓이면 엄청날 걸.”
그리고 그 말은 나의 어딘가에 콕 박혀서는, 때때로 물어왔다. ‘이게 쌓이면 어떻게 돼?’

종강이 다가오고 여름 방학이 머지 않은 이때, 자꾸 나도 모르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진다. 자꾸 시간을 뭉개고 싶은 마음, 아마 회피와 닮아 있을 테다. 또 막연히 뭉개면 무거워지니까, 책을 들고는 자꾸 도망가려 한다(내가 약 4년 동안 그랬듯이).

아침마다 샤워를 하면서 깊은 호흡을 한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더 친절할 수 있으며, 오늘도 잘 지내게 될 거라고.
그래도 어딘가 추동을 잃은 호기심은 쉽게 데워지지 않았다.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시민교육 수업이 있었다.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기도 했는데, 나는 (기특하게)페이퍼를 잘 완성해서 제출했다.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다가 갑작스레 팀이 생겼다(?). 4학년 학부생인데, 교수님께서 묶어주셨다. 이유는 뭘까? 비슷한 연령대라기엔 대부분의 연령대가 비슷하고, 비슷한 주제라기엔 많이 다른데… 어쨌든 교수님의 눈이 형형히 빛나며 공저를 제안하셔서, 수락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 눈빛에 조응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같은 정치팀이 될 것이라 그런걸까, 유의미한 연구자의 싹이 보여 그런걸까… 혼자 상상해보았다. 대관절 나는 팀이 생겼다. 내 연구 주제를 그대로 가져가 함께 빌드업하는 것이지만, 팀이 생기니 든든했다. 팀플이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왠지 팀이 생기니 학술대회도 맡을 수 있을 것 같고, 학회지 논문 투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새로운 활기가 주어진 기분이다. 기말 페이퍼를 잘 내고, 우리의 궁극 목적은 7월 학회지 논문 투고.

다시 지형의 말이 떠오른다.
“현아, 이게 쌓이면 엄청날 걸.”
맞아, 이번 기회와 인연도 아마 엄청날 것 같아. 그리고 이건 내가 모아둔 어떤 시간과 노력으로 인한 ‘엄청난 것’이겠지. 지형도 나도 쌓는 시간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지. 언제나 감사하며 묵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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