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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로운 아이들과 다시 호흡하고 리듬을 맞추고 그 아이들과 전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1년마다 새로운 세대를 만나서 변화를 수용할 수 있으려면, 심리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그 사람의 자아가 탄력적이어야 합니다. 변화에 익숙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감지력이 높고 융통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 아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선생님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충돌을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가 문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아이들 속의 어른이라는 사실이 주는 압박을 선생님들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 자신은 어른 세대를 대표하거나 지금의 문명을 표상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모든 어른들에게 낼 화를 오늘 교실에서 뿜어내고 선생님을 과거의 문명에서 온 사람처럼 대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시대에 관한 아이들의 공격을 받아 내고 처리하면서 지내야 합니다. 이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33)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긴장이 치유로 이어질지 상처로 이어질지는 교사의 이해에도 달려 있고 학생들의 경험이나 분위기, 상처에도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긴장과 저항이 벌어지는 극장인 교실에서 교사의 각본대로 되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실패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처에 강한 직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보면 교사의 실패는 늘 예정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상황에 잘 대처하기를 기대하면서 교사를 한다면 너무나 자주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49)
필립 릴라이라는 호주의 교육 이론가는 <애착 이론과 교사-학생 관게>라는 책에서 교사의 정서성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교사들이 정서적 영역에서 어려움을 갖는 이유에 대한 릴라이의 서술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교사들은 자신의 업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논제는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에게는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아주 감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떠밀려 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2. 교사는 한 명이고, 아이들은 여럿입니다. 여럿의 아이가 교사를 향하여 표현하는 것은 주로 감정입니다. 교사는 그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용량이 큰 감정 그릇이 있어야 합니다.
3. 교사는 감정의 도가니인 교실에서 정작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홀로 있지만 어른의 표상으로 서 있기 때문입니다.
4. 그런데 교사는 교무실에서도 감정을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5.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사에게 쏟아 내는 감정 중에는 교사가 당황할 만한 감정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상황을 교사가 어떻게 소화하고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은 거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6. 교사는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태도를 기대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교사마저 혼란스러워하면 비난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후략) (70)
교사는 준비된 수업을 하려고 하지만, 아이들 중 상당수는 학업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가정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어제의 감정을 더 가열시켜서 온 아이들도 있고, 형제도 없고 말할 대상도 없어서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다시 등교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감정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증가했습니다. (74)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는 1983년 비행기 승무원과 연체금 수납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개인감정의 상업화를 통해 발생하는 감정 노동이라는 개념을 창안했습니다. 모든 직장에서는 감정 표현 규칙이 있고, 노동자는 이를 따르도록 요구받으며, 이들은 직장에서 표면적 연기 또는 심층적 연기를 하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감정 노동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감정 부조화'는 감정 노동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신의 내적 감정과 조직에서 감정 표현 규칙을 통해 요구된 감정이 상충할 경우 겪는 불편과 갈등을 말합니다. (79)
파커 파머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에서 젊은 시절 우울증과 소진을 반복해서 경험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소진이 왔던 때를 기억하면서 고갈을 느낄 때 소진이 온다고 했습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 내적으로 충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 안에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주려고 할 때 소진이 일어나고, 소진은 자칫 거짓과 연결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일을 할 때조차도 자신에게 채워진 것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던 파커 파머는, 교사는 주는 일을 많이 하기에 더 쉽게 비어 있는 상태에 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주는 교사는 많이 채워야 하는데, 주는 일은 바삐 하고 채우는 일을 더디 하면 소진은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96)
돌보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토머스 스콥홀트의 말은 여러 번 인용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라고 말하면 지치고, '아니오'라고 말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 타인을 돌보는 것과 자신을 돌보는 것 사이에 끼어 갈등하고 있다." (105)
이 책의 한 문장 !
너무 좋아서, 읽자마자 라샘께도 공유했다. ㅎㅎㅎㅎ
학부모를 이해하는 열 가지 교훈
1. 개별 학부모의 불안과 걱정을 이해하고 공감하자. 요즘 부모들에게는 한 두명 밖에 안되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실패해 성공한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2. 학부모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최근 학부모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자.
3. 학부모들과 만날 때 안심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협력하는 방법을 파악하자. 요즘 학부모의 자기애를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자기주장을 잘해야 한다.
4. 몬스터 페어런트의 특성을 알자.
5. 자기애적 부모들의 자기애가 확장된 존재로서의 자녀를 이해하자.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격려하도록 하자.
6. 학부모 교육을 정례화하자.
7. 학급 운영에서 신뢰감을 얻자. 의사소통을 잘하는 신뢰 높은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하자.
8. 자기애가 만연한 사회에서의 학부모-교사 간의 협력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자. 모두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잘나기를 바라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비애, 어려움을 나누자. (후략) (129)
매 순간 힘든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어야 하는 의사, 간호사, 상담사, 사회 복지사나 재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 구조 요청에 반복적으로 응해야 하는 응급 구조 요원, 소방관, 경찰관 등의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 정신적 피로 중 하나가 '공감 피로'입니다. (154)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민원과 학교 폭력 사건에서 '소리 웍스(sorry works)'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1. '잘못했다, 죄송하다'라고 성급하게 말하기 전에 그것을 대신할 말이 무엇인지, 유감과 공감을 먼저 표현할 때 사용하는 언어와 태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2. 학교의 잘못이 없다고 할지라도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3. 학교에 명백한 잘못이 있을 때, 진심으로 사과하는 의사소통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명백한 과오가 있을 때에는 빠른 시간 안에 '죄송하다' '잘못이 있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죄송하다' '미안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유감이다, 애석하다, 안타깝다, 송구하다' 등의 표현을 쓰도록 합니다. 즉 불행한 상황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것과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의 언어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238)
1. 경청이 가장 치유적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해야 합니다.
2. 주장은 가능하나 설득과 강요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차이를 줄이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입장을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3. 차이보다 동의하는 것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어디까지 모두 동의하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맛보는 것에 초점을 두도록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4. "내 생각인데." "내 견해인데." "내 경험으로는." 등의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5. 희망과 기쁨, 긍정적인 것에 관해 더 많이 말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지어내고 짜내고 거짓으로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모임에 기쁘고 즐거운 소식이 있으면 사람들이 잘 모이는 반면, 언제나 무겁고 힘들고 괴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모임에는 책임자 외에는 잘 모이지 않습니다. 모임에서 유머, 웃음, 기쁨을 놓치면 안 됩니다.
6.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복, 치유, 성장, 등. 그 가치에 대해 논쟁할 필요는 없으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를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우리를 치유적 집단으로 묶어 줍니다.
7. 대화가 주를 이루어야 하고 대화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화를 단절시키는 방식의 일들은 줄여야 합니다. 논쟁으로 진영이 나뉘거나 침묵하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충격이 큽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관계를 이해하고 맺어 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255)
정말 동의해서, 가족톡과 독서모임 톡에도 올렸다. ㅎㅎㅎ
교사를 하는 동안 상처받지 않고 지내기란 불가능합니다. 현실은 진공 상태가 아니라 상처를 주고받고 살아가는 과정입니다. (285)
마땅히 분노하고 마땅히 미워할 수 있는 것들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정제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에게나 아이들에게 위선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불편한 감정(도덕 손상)이 생겨납니다.
교사들은 이 위선적인 상태의 감정들도 소화를 해내야 합니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들이 교사로서 소화되어야 하고, 교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자연인이자 개인으로 또 소화되어야 합니다. (287)
밤을 지새우며 교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식적으로 하는 힘든 작업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사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주된 작업으로, 낮에 받은 여러 상처를 분노와 앙갚음으로 배설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서 사랑으로 다시 되돌려 주도록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교사의 황금률 중 하나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어려운 도덕성을 지켜 내기 위하여 자신을 잘 살피고 정제하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중략)
상처를 받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돌려주는 숭고한 공정을 하기 위해 교사는 매일 내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힘든 내적 과정을 많은 교사들이 묵묵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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