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ㅂ부장님이 꽤 전에 주신 책인데, 이제야 펼친다. (아마 올 1-2월쯤 받았던 것 같군.)
편독이 상당히 심한 나는, 이 책을 받고서도 펼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
그런데 첫 문장에서 마음을 끈다. 과학은 팩트이고 과학을 하는 인간의 품격이 과학의 품격이라는 것.
이 책과는 무의미하지만 ㅂ부장님은 책도 참 깨끗하게 보시는 것 같다. 다 읽고 건네주신 이 책이나, 내가 읽고 빌려드리고 되돌려 받는 책이나, 읽은 흔적 없이 깨끗하다. 낙서를 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깨끗함이 아니라 펼친 흔적이 남지 않는 수준에서의 깨끗함 말이다.
어떤 모습으로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아마 양 손에 책을 쥐고 든 채로 읽으시나보다).
오늘 오전에는 현규부장님, 오후에는 교장선생님이 각각 우리 실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가셨다. 짧은 담소도 같이. 아 그러고보니 마지막엔 숙직 선생님도.
커피 잠깐 마시며 나보다 오래 고민하고 앞서 고민한 분들의 생각을 엿듣는 건 상당히 값진 시간으로 여겨진다.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에 위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혜안도 얻을 수 있어 기쁜 구석이 참 많은 시간이다.
3학년 여자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나의 비슷했던 때를 떠올려 보기도 했고, 부모와 자식의 합은 참 알 수 없는 것임을 또 느꼈다. 또 수민, 승범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아주 못 살고 있진 않구나 생각했다. 잠시 와서는, 기억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는 듯 안도하는 눈망울을 보면서 나는 또다시 넓은 품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학교를 마치고는 다정씨랑 망원 롯데리아에서 저녁을 먹었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 햄버거에 다이어트 식단이라며 기뻐했다. 그리고는 퀜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수다를 나누고 연습실에 갔다. 지난 시간의 마지막 곡이었던 바흐의 미뉴에트가 꽤 어렵게 기억에 남았어서, 다소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숙제는 재밌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즐거운 레슨을 하는데, 스즈키의 에뛰드 연주를 할 땐 행복한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이 내 손가락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기쁘고, 마음이 무궁해지는 것 같았다. 레슨을 마치고 나온 저녁 하늘도 쾌청하고 맑았다.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었다.

7612를 타니 이렇게 푹신한 저상버스였다. 바이올린을 메고는 좌석에 앉기가 어려운데, 벽쪽에 쿠션이 있어서 서 있기가 참 편했다. 꼭 아가가 있는 방의 바닥 매트 같아서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 때껄룩의 플리를 들으며 집에 가는 중,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근사했다. 새삼 충만하고 아름다운 저녁을 내가 누리고 있음이 지극히 감사했다. 내가 그동안(언제부터인지는 세보아야 겠지만) 무감했음을 깨달았다.
어제 아침 준비, 출근길에서 들은 켈리의 영상이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되어준 것 같기도 하고.
혹은 2+1 기간의 1이 주는 여유와 그에 따른 낭만일지도 모르고.
이제 3분만 걸으면 집에 도착한다.
매일 생생하게 감응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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