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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회를 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일어나서 버스를 기다리는 지금. 역시 일어나면 별 게 아닌데, 왜그렇게 침대 속에서는 모든게 무섭고 귀찮은 일이 되어버리나몰라.
지난 주에는 엄마아빠이모이모부가 놀러와서 못 갔더니, 오늘 마저도 쉽게 빠지고 싶었다. 진짜 관성의 중요성이 또 여실하다. 그만두는 건 너무나 쉬운데 다시 시작하기란 이르케나 어려워용,,

2. 진짜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중은 타인에 치여 산(?) 날들.
아니 내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험 기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위로해주고 나도 위로받는 시간이었음은 확실하다. 그래도 지치는 건 매한가지. 그래서 정말 어제 밤~오늘 아침 한 15시간 잤나?
나는 육체적으로 지칠 때나 정신적으로 지칠 때나 잠을 자는 것 같다. 몇년을 내가 두고 지켜본 결과. 그래서 잠이 많아지는 때는 나의 어딘가가 조금 지친 것.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나에 대해 알아가는 일도 좋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 시간과 관심을 마음껏 내어줄 수 있는 점도.

3. 가을이 너무너무 좋아졌다. 이유는 단감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감이 너무 좋다ㅠㅠ 너무너무 좋다ㅠㅠ 작년에? 너희 어머니가 단감을 일일이 깎아서 통에 담아 널 주신걸 나눠먹은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 나는 엄마가 단감 깎아줄 때 잘 안 먹었고, ‘단감은 맛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먹은 단감이 정말 맛있었고 처음으로 ‘단감이 맛있다’는 생각을 가진듯하다. 그리고 올해 가을이 되고 정은샘이 단감을 깎아 오셨을 때 먹었고, 사서샘이 깎아 오셨을 때 먹었고, 엄마아빠 왔을 때도 깎아먹었고, 쓱배송으로도 두번이나 시켰다. 진짜 단감 쏴라해
너무너무 맛있다. 그래서 단감 때문에 이 가을이 영원했으면 좋겠닥 생각했다. 난생처음으로.
단감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앞으로도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좋아하게 되겠지?

4. 처음 설교를 듣는 목사님이셨다. 벌써 한 달 전, 식사때만 뵈었던 분. 자격을 주지 않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 가서 공부하셔서 자격을 받아오신 여자 목사님.
말씀에 대한 이해가 쉬운 예시, 그리고 수려한 문장을 구사하시는 모습이 나로 하여금 정말 매료될 수밖에 없게 했다. 대단한 신앙심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우연히도 세 분의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고, 그 중 두 분이나 여성 목사님이셨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데, 다들 지난 주 부모님과 서울 구경 잘 했냐고 여쭤봐주셨다. 아니 한 주만에 소문이 이렇게 나다니. ㅋㅋㅋ
그리고는 저마다 다들 보고싶었다며 환영해주셨다. 경란님은 부담스러울까봐 말할까 말까 고민했다고 하시며, 다들 지난 주에 현아샘 보고싶어하는게 느껴졌다며, 현숙님은 손도 안댄 장조림 주겠다며 통에 담아두시기까지.
그런 말씀들이 어떤 선물보다도 참 따뜻하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다음주면 추수감사절이다. 그래서 나는 맛있는 과자를 준비해가기로 했다. 교회라고 하면 교회지만 나한테는 그냥 즐거운 가족(?)이 생긴 느낌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매일 맛난거 챙겨오시고 나눠주시는.
특히 오늘 수강님은 딸래미 하자며 정말 정말 예뻐해주셨는데, 파우치며 뭐며 잔뜩 쟁여주셨다.


그리고 알고 보니 원배님께서 카페에서 직접 머신을 가지고 오셔서 내려준 커피였다ㅠ 오마이갓ㅠㅠㅠㅠㅠ 원두까지ㅠㅠㅠㅠ
두 잔이나 마신 나는 그저 감사..😭
추수감사절을 맞아 대청소를 다같이 하고, 라샘 나 허욱님 재숙님은 마지막 가을을 느끼고자 진관사에 갔다.


아주 옛날(고작 작년이네) 부처님 오신날에 갔던 진관사인데, 가을에도 이렇게나 예쁘다니! 진짜 절경이었다. 오늘 날이 좀 흐려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너무 예뻤다. 특히 진관사 가장 안 쪽의 마당(?) 같은 곳은 북한산이 전체적으로 보이는데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ㅋㅋㅋㅋㅋ 흡사 가족사진 같지만...?
언제나 젠틀한 허욱님과 우리 라샘. 진짜 두 분을 보면서 항상 사람이 배워야겠구나, 그리고 겸손해야겠구나, 나도 나이듦에 대한 태도를 저렇게 해야겠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따뜻한 차도 예쁜 다실에서 먹었다.
​‘영역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공부하기’
오늘 내가 차관님께 배운 점을 요약하자면 그렇다. 참 신기하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서는 같이 있다보면 오히려 내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 든다. 학문적 공부든 인생 공부든 어느 것이든.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나는 메뚜기 다리에서부터 롯데몰로 걸어가 네일 케어를 받았다. 아무리 봐도 네일 언니 소정이 닮았다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해. 웬만하면 나는 어떤 서비스든 받으면서 대화를 잘 안하는 편인데, 오늘은 간략하게 (?) 나눴다. 샘은 남자친구가 있으신데 주중 휴무이기도 하고 거리가 되는 편이라 자주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주 보려고 노력해서 한 주에 1-2번은 본다고 했다. ‘그래 그정도 노력은 있어야 연애가 가능하지’라고 혼자 생각했다. 어쩌면 연애에 있어서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은 노력일지도.

한가득 쌓아둔 빨래를 세 번에 걸쳐서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
샤워 가운도 빨고, 청소도 하고, 대파도 썰어 냉동실에 담아두고, 오는 길에 또 사온 왕단감도 깎아 통에 담아 넣어두고, 쇼팽 발라드 4번을 들으며 등 따뜻하게 데워 <시절일기>를 읽는 중이다. 비가 오는(혹은 왔던) 밤이라 한껏 열어둔 창문에서는 차가운 바람과 내음이 들어오고 있다. 바람이 널어둔 빨래와 만나 섬유유연제 향을 자아내고 있다. 잘 말리려고 보일려도 켜뒀으니 내일 아침이면 보송하길 바라본다.
김연수 작가는 나와 동향인데, 사실 아직까지는 큰 감명이 있었던 분은 아니다. 그냥 네가 좋아하는 작가, 정도로만 인식됐던 분. 그런데 우연히 학교 도서실에서 집어든 이 책을 읽고 이제야 나도 김연수 작가님이 좋아졌다. 참 섬세하고 따뜻하면서 담백한 사람같다. 왜 네가 좋아했었는지 너무나 당연한 분이다.
반 정도 읽은 지금, 한 페이지 넘기기 아쉽고 이미 읽은 부분들에는 노란색 플래그잇이 덕지 덕지 붙어있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 되게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실은 엄청난 것을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건, 함께 하고 있지 않은 시간들도 함께 하는 것처럼 메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게 되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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