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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모로 속상한 마음이 드는 날. 왜인지 좋은 선생님도 훌륭한 선생님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은 딸도 아니며, 좋은 언니도 아니고, 좋은 친구도 되지 못했다.

2. 나도 은지가 동주를 보며 하는 생각들을 했던 때가 있었다 분명히. 그래서 더 슬프고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르다는 게 확실해서.

3. 끝까지 본인은 하고 싶은 대로 하다 갔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자신에 의한 죽음이라는 그 말은 아직 너무 힘들다. 종현이가 생각난다. 외로웠을텐데. 많이 아팠을텐데. 제대로 슬퍼해주지 못하고 내 삶에 바빴어서 미안하다. 바쁘기만 했지 잘 한건 하나도 없는데.

4.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진짜 사랑이라는 건 있는 그대로를 보게 해주는 걸까? 나는 그랬던 적이 있던가? 앞으로는 그럴 수 있는가? ‘인간’의 범주에 나는 해당할 수 있는가? 나조차도 무서워서 비겁하게 행동하고 있는 담임이면서 무엇을 논할 수 있을까.

5. 서울은 반짝 반짝 꿈의 도시였는데, 언제 이렇게 무서워하게 된걸까. 얼마나 더 모나게 해야할까.

6.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건 뭘까.

7. 그래도 한형준이 회장됐다고 전화가 왔을 때. 기쁜 소식을 웃긴 소식인 것처럼 하는 널 보며 내가 다 행복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자랑을 기쁘게 들어주고 싶은데.

8. 왜이렇게 의심하고 경계하는걸까. 내가 그렇게 말했던 애들인데.

9. 이보다 잘 지낼 수 없으면서도 작년과 다름없이 슬픈 이유는? 그렇다면 16년까지의 나는 왜 행복했던걸까? 아니면 그 옛날에도 나는 때때로 슬프고 때때로 속상했지만 지금만큼 기록하지 않았던 걸까.

10. 종현아 다음 달이면 벌써 네 생일이다. 춥지 않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너에게도 일라이자의 아가미 같은 것이 생기면 좋겠다. 네가 진짜 마지막이 아닐 수 있게. 나는 참 이중적인 선생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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