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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를 보면, 불행 속을 걷는 어린 주인공이 쓰러진 나무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이 나무는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거든."
산책길에서 쓰러진 나무를 볼 때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쓰러질 때마다, 이 대사가 떠오른다. (25)
성사를 집전하는 종교 시설에 앉아 있어도 큰 울림은 없다. 그러나 나는 나를 일부로 하되 나보다 큰 어떤 것이 있다고 느낀다. 그 점에서 나는 종교적이다. (93)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채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미하는 데서 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107)
부재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세상에 대한 독해력이 달라진다. 침묵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주장들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텍스트에 대한 독해력이 달라진다. (108)
학문의 길을 가고 싶으나 그 길이 멀고 위험해 보여,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다른 일에도 동시에 손대는 것은 공부를 시작해보려는 이들이 흔히 취하는 위험 분산 전략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학문의 길은 그런 전략상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따라서 이 딜레마를 하찮게 만들 정도의 결기, 훈련, 격려가 필요하다. (115)
너희가 고통을 사랑하느냐. 적성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괴로움의 종류를 찾는다는 것이다. (116)
입시를 위한 공부, 부과된 공부, 연구비를 위한 연구비에 의한 연구비의 공부, 발주된 프로젝트 따위에는 에로스가 없다. 그런 공부에는 지적 성욕을 느낄 수 없다. (148)
학자는 자신의 분야가 사유를 연마하는 분야thinking discipline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입에 걸리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분야나, 자료 수집에 불과한 분야는 사유의 훈련장이 아니다. (149)
책의 두께는 부차적이다. 과연 그 연구가 질문을 가지고 있기나 한지, 혹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는데, 연구자들은 현재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혹은 질문을 만들기나 하는지. (161)
다들 강해지고 싶어 하지 않나. 강해지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다. 강해진 다음에 상대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용서함으로써 강해진다. (182)
햄버거에서 패티만큼이나 빵이 중요하듯, 만두에서 만두소만큼이나 만두피가 중요하듯, 붕어빵에서 단팥만큼이나 붕어빵피가 중요하듯, 피자에서 토핑만큼이나 도우가 중요하듯, 논문에서는 본문만큼이나 서론과 결론이 중요하다. (187)
미국의 작가 매릴린 로빈슨은 고교 시절 선생이 해준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음은 평생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이니 아름다워야 한다." (204)
완성된 것은 그 나름의 심미성을 갖는다. 그래서 완벽한 천박함은 더 이상 천박하지 않다. 완벽한 멍청함도 더 이상 멍청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가 많은 일을 대충 한다. 대충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이 언젠가 대충주의를 완성하길 바란다.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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