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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은샘이 지난달쯤 건네준 책 <진이, 지니> 오늘에야 다 읽었다.
잠깐 잠깐 읽던 책이라 짧게 짧게 울었는데, 오늘은 책의 남은 1/4정도를 내리 읽었기 때문에 계속 울었던 것 같다. 슬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복잡했던 마음에 눈물이 났다.
공교롭게 우리반 아이들은 또다시 오늘까지만 등교를 하고 또 잠깐의 이별을 맞았다.
동물 이야기는 워낙 내게 흥미도 적고,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쭈욱 읽기가 사실 어려웠다.
다 읽었더니 16:30. 우리반 아가들과의 만남도, 진이와 지니와의 만남도 안녕.
일어나서 부장님이 안 계신 것을 확인하고 ㅂ부장님께 강추했다. 우리만의 윤독 도서.
아~~~~
설거지를 하고 체육관에 가 임원수련회를 하고 있는 아이들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다 나왔다. 장마 사이 뜨겁지도 습하지도 않은 공기와 그럼에도 강한 볕을 마주했다. 그리고 ‘행복하다’라는 감정이 은근하게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떤 관계에서도 온전한 충족을 갖지 못했던 나는, 그러고보면 꽤 종종 혼자 있는 시간에서(그리고 그 시간은 대개 밖에 있던 때였다) 행복을 만끽해왔던 것 같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 전체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음.. 러프하게 나열해보자면 낭만, 다정함, 따뜻함, 선과 정의, 자유로움. 이 모든 것이 적절히 조화될 때 진짜 행복을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좋은 ‘장편’ 소설을 읽고 나니 내리 소설을 읽고 싶어져서, 니트 가방임에도 무작정 소설책 한 권을 집어 왔다. 황정은 작가님의 단편 소설 책이긴 하지만, 뭐든 괜찮았다. 따뜻한 작가님의 소설이면 되었다.
2016년-
(와 이런. 쓰려고 보니 대체 몇 월인지가 떠오르질 않는다. 분명히 봄과 여름을 관통하는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수업의 발표를 임고가 끝난 다음 주에 했었다. 그렇다면 2학기인데, 나는 왜 강렬한 햇살을 떠올리는 걸까?)
-2016년 9월에서 11월 사이의 기억과 감정이 떠올랐다. 혼자가 무섭지 않았고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벼린듯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나의 현재 시간에는 유연한 마음이 일렁이는, 그 기분 좋은 느낌을 오늘 다시 느꼈다. 소설에 빠지면 또 이렇게 무서웠지, 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아아
오늘은 책을 마무리 하며 읽는 내내 빌리어코스티의 노래들을 랜덤 재생했는데, 결국 내가 이 책과 떠올리게 될 노래는 ‘보이나요’일테다. 사랑의 총체로써의 슬픔을 담은 곡.
최근 다소 슬프면서 기쁘면서 지겨우면서 즐거웠던 일요일의 끝에 우연히 본 빌리어코스티의 인스타 라방. 기타를 샀다며 자랑하는 그의 방송은 준 콘서트였다. 빌리어코스티의 공연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에 감동한다. 그리고 탁해서 더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까지. 그날 나는 한 주의 고됨이 씻기는 느낌을 경험했다. ‘아 .. 나는 정말 음악이 중요하구나. 내가 콘서트들을 가야하는 당위가 또 하나 생겼구나.’ 낭만이라는 단어에 대해 며칠을 곱씹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아무튼 아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하지. 내 심장, 가슴이 꽉 찬 기분. 어떤 따뜻한 솜사탕이 가득 부분 기분.
정유정 작가님께, 그리고 빌리어코스티께 감사하다. 내 삶에 이런 시간과 감정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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