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어쨌든 바빴던 일들이 모두 끝났다.
언젠가 이곳에 대학생 때 썼던 일기의 내용처럼, 숨가쁜 두 달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잠들기 아까운 밤이 되었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생일 축하를 위해 예약해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리는 비와 함께 성시경과 나윤권 노래를 들으며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집에 다녀와 오늘 이것저것 운동하느라 피곤했던 남편은 잠에 들었고, 나는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둔 집안을 돌보았다. 바닥도 닦고, 소량의 것들을 쓱주문 하고,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고, 생일선물로 받았던 꽃다발을 화병에 꽂고, 책상에 부려둔 책들을 정리하고.
그리고는 나만의 리츄어, 침대에서 책을 읽고 싶었는데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의 눈 위에 빛을 늘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리클라이너도 아니고, 책상도 아니고, 에어컨 옆 어느 벽에 기대어 간접들만 켜고 책을 읽었다. ‘살 것 같다’는 안도가 절로 나왔다. 이게 삶이라는 생각. 여름마다 열심히 입어 내 몸에 맞게 낡아진 잠옷과 아름답게 직조된 글을 보며, 행복과 평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더는 시간을 재지 않아도 되고, 더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내게는 이 두 사이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근래 2년 동안 많이 깨닫는다.


반응형
LIST

' ::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9.25.월  (0) 2023.09.25
2023.9.17.일  (0) 2023.09.18
2023.8.30.수  (0) 2023.08.30
2023.8.28.월  (0) 2023.08.28
2023.8.21.월  (0) 2023.08.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