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4.목
혼자 놀다가 네시를 맞이함.
신기하다.
새삼스러운 감정.
내가 정말 오래 좋아만했던 지형이랑 2021년을 보내고 있다니.
같이든 따로든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그리고 어렵기만 하던 오빠도, 어머님, 아버님도 모두 자연스러워졌다. (이건 내적으로 ㅎㅎ;;;)
삶 혹은 인생이라는 것이 진짜 공평하다. 놀랍거나 무섭기가 지겨울 만큼 공평하고 정직하다.
올해를 내가 잘 보내고, 내년에 결혼을 하면 또 많이 달라져있겠지.
오늘 새로운 너희 집에 낙오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ㅋㅋㅋㅋㅋㅋ
정말 ㅇㅂ랑 ㅇㅎ이는 왜 시기도 비슷하게 말썽이니.
이제 진짜 살금 살금 어른의 영역에 우리가 온 것 같다.
더 넓고 더 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또 다짐하면서, 그래도 언제나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지.
일어나서 정리를 하고, 널 만나고 오랜만에 집에 간다.
아빠 생일을 맞아서 가는 집.
작년 이맘 때에는 집에 갔다가 네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연락을 했었는데. 그것도 벌써 꼬박 1년 전이라니. 또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머리를 자른 것도 꼬박 1년 전.
내가 처음으로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기다린 것도 1년 전.
지지난주? 지지지난주? 너랑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장 나를 많이 그리고 잘 아는 너는 나를 오해했었다. 아주 오래동안 단단히.
그렇게 오해했다는 게 난 놀라웠다. 이제라도 아닌 걸 알았으니 됐지 뭐.
이번 주 내내 엄청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너가, 오늘 일이 잘 풀렸는지 웃으며 전화해주는데 내 마음도 금세 녹는 것 같았다. 표현 그대로 너가 좋으니까 나도 좋았다.
이런 순수한 마음이 꽤 오래, 이렇게 지속되는게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아주 아주 오래 헤맸기 때문일까?
가끔 엄청 재수없는 생각이지만, 너가 너무 과로해서 죽으면 어쩌지 하고 생각한다. 나는 살 수가 없을텐데.
너랑 오래 오래 살고 싶다. 함께이고 싶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의 내가 그랬듯 너와 결혼하는 모습을 자주 그려본다. 우리는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