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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꼬마대장님 2020. 11. 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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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의 1

아니, 역시 화석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우리 둘의 기분 좋은 의례이긴 했지만요. 누구와도 좀처럼 말다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좋아했어요. 농담으로라도 비열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배려해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라서 좋았어요. 오빠는 자주 아팠는데, 그래서인지 제가 조금이라도 아픈 날이면 귀신처럼 알아채곤 했었어요. (21)

 

그럼에도 늘 생각했어요. 기준 오빠는 저의 기준이 되어버렸던 거예요. 누굴 만나도 그때 오빠가 내 손에 작은 돌멩이들을 쥐여줄 때의 친밀감과 충족감을 느낄 수는 없었어요. 펭귄 수컷처럼 돌을 선물하던 남자 때문에 제 나머지 연애들은 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23)

맞아. 내 기준이 되어버린 지형이처럼. 

 

 


모조 지구 혁명기

천사가 나를 골랐다는 걸 안 이후로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122)

 

 


리틀 베이비블루 필

"우리는 지금 소풍을 왔어요. 밤에 혼자 깨서 무서우실 때 이 소풍을 떠올리시면 좋겠어요. 소풍 생각을 하시며 다시 잠드시면 좋겠어요. 이 날씨를, 이 나무 그늘을, 우리 표정을, 같이 부른 노래를 자꾸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130)

 

 

 

다정씨는 정세랑 작가와 그의 글을 참 좋아하지만, 나는 아주 매끄럽게 읽히진 않는다. 
그래도 글 사이 사이에 녹아 있는 그의 가치관 만큼은 나도 좋다. 
따뜻하고 섬세하고 예민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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