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0.토
1
라샘과 아주 잠깐 커피를 마셨다.
포크에서 나랑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해주시는데, 참 감사하고 감동적인 말이었다.
어짜피 모레면 또 GD와 함께 만날 예정이지만, 그날의 계획한 나의 의도마저 헤아리시곤 오늘 먼저 만나자고 연락하신 라샘.
나는 언제쯤 그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까.
더불어 더 넓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더 넓어져서 많은걸 품고 많은걸 배워야지.
2
왕보랑 정아랑 <온워드> 4D를 보고, 노량진까지 걸었다.
밤과 강이 만나 시원한 바람을 자아냈다. 한강대교를 건너는 내내 너무 행복하자-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건강하고 평온한 관계에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 경계했다.
용산을 지나 노들을 지나 노량진에 도착했고, 환히 켜져 있는 학원 건물들을 보며 이제는 아무리 떠올리려해도 아득하기만 한 수험생의 마음에 씁쓸해졌다. 내게 이미 너무 오래된 일이 되어버린건가.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일이 이제는 허위의식이 된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나 절박했던 때가 그리웠다. 그리우면서도 스스로 웃겼던 것은 이 여유와 자유가 좋으면서, 피.
스스로에게 물었다. 절박하고 몰두할 자신이 이 있냐고. 이모든 휴식과 쉼을 내어놓을 자신이 있냐고.
우연히 정아의 소개팅남이 남교사다. 올해 신규인. 그리고 그를 소개시켜준 왕보의 친구도 남교사. 올해 이년차.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유있게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이 쌓였다는 것이 참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시간 참 속절없이 흐른다.
또 월요일엔 우리반 귀요미들의 등교다. 아차, 물 사놨는데 냉장고에 안 넣어놨네. 월요일에 학교 가자마자 넣어놔야지.
물론 작년에 오셨지만, 올해 화은샘이 있어서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다행이야. 바이올린도 같이 연습하고 같이 욕해주고 같이 웃어줄 친구가 생겨서. 마흔의 친구라니! 더 소중할 수밖에❤️
청약과 쉬프트와 등등 배운다.
그리고 지난 주중 옐박과 프랑스 자수 마무리를 했는데, 퇴근 후에 미술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니. 물감이며, 연필이며, 지우개이며 전부 다 새걸 내주었다.
이 모든게 하나님이 혹은 신이 내게 준 선물 같았다. 절대 평범한 것들이 아니니까.
또 정아랑 나랑 모으는 돈으로 차이슨을 샀다. 하나 하나 자취가 아닌 독립을 위한 생필품을 사는 일, 이것이 아마 올해 나의 가장 큰 변화겠지.
건우는 어린이집에 완전 적응을 잘 했다고 한다. 심지어 옆반 누나를 좋아하기까지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귀요미❤️
건우가 자라는만큼 나도 자라야할텐데. 멋진 이모가 되어야할텐데.
왕보를 통해 전해들은 그 친구의 꿈의 변천(?). 로스쿨, 행정고시, 교수까지, 충분히 공감되는 고민들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달랐던 것은 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다. 출발선이 다르면 어때? 그리고 나는 나보다 전공 머리로 앞서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행인건지 아직까지는) 없다. 그래서 나는 교수를 할 거다. 내 야망 드러내는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무튼 나는 그치지 않고 멈추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