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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일

꼬마대장님 2019. 10. 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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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써 2년 전이네. 내가 만지작하까 “선물해줄까? 현아 읽을래?”하곤 선물해준 책 <82년생 김지영>
맨 앞 장에는 너가 짧은 편지도 써줬었다.
정말 빨리 읽혀 2시간도 안되게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너에게도 빌려줬고, 지현샘도 빌려갔었다.
그리고 며칠전에 영화가 개봉했다. 교회 다녀와서,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상냥한 사장님이 리필 해주신 것도 마시고, 시험 문제도 다 내고, 네일 케어를 받고, 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괜히 기분 무거워질까봐. 그런데 마침 30분 뒤에 시작하는 것이 있어 그냥 눈 딱 감고 보자- 하고는 영화를 보았다.
책을 읽었었는데도 같은 대목들에서 눈물이 났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온 여성분들이 참 많았다. 괜히 든든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훌쩍.
역시나 마음이 아팠다.
영화에서 남편의 역할인 공유는 참 좋은 사람같았다. 공감능력도 훌륭했고, 너만 힘드냐며 핀잔 조차 주지 않는 품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현실에 전혀 없을만한 -예컨대 아이언맨처럼-게 아닌데, 그런데도 현실에는 잘 없다. 저 정도만 되어도 좋은데 저 정도도 잘 없다. 그런 저 정도의 사람과 함께해도 힘들 것이 눈에 보였다. 씁쓸한 뒷맛이 났다.
사실 영화 속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다들 저마다 삶의 무게와 거칢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도 마음은 무거웠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그리고 뚜벅 뚜벅 걸어서 집에 돌아와, 윤경이언니한테 관람권이랑 팝콘이랑 콜라 세트를 보내줬다. 이 영화 보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이게 진짜 기혼자들에게 추천할만할까. 불행 전시는 아닐까, 후려치는 느낌은 아닐까, 보내놓고도 한참을 고민했다. 어렵다.
누군가 따끔거리고 매운 맛 나는 사탕을 나에게 준 것 같다. 목이 따끔 따끔하고 매운 맛이 난다.

공유 정도의 공감이든, 멋으로 이해하는 페미니즘이든, 그래도 노력하려는 너의 태도가 좋았다. 그런데 그게 좋은 작금이 슬프기도 하고 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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