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구원 :: 임경선
수를 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요하는 일일까. 오랜 시간 무심한 표정으로, 하지만 애정만큼은 꾹꾹 눌러 담아 한 땀 한 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고 기성 제품처럼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애초에 효율이나 세련과는 거리가 먼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수 만들어서 주고 싶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일테다. (14%)
어쩜 이렇게.. 낭만적인 감정도 담백하게 써내려갈까.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내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실감뿐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랑을 믿지 못한다면, 혹은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죽음 앞에 백전백패다. 사랑은 우리를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고 우리의 인생을 의미 있게 해주는 유일한 가치이다. (32%)
자식도 저마다 겪은 부모가 다른 것이다. (33%)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이렇게 마주하니 생경했다. 그리고는 정아가 겪은 우리 부모님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또 나라는 딸을 엄마와 아빠가 겪은 것이 다르겠지? 신기하다.
우리는 결국 상대의 일면이 전부인 양 보고 살 수밖에 없다는게 씁쓸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감사했던 것은, 단 한 번도 자식들 앞에서 엄마와 다투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것.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내가 나중에 결혼 생활을 직접 꾸려가면서 새삼 깨달았다. (34%)
우리 부모님도 그렇다. 한 번도 우리 앞에서 싸운 적이 없었다.
'나도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음..
대답은 "자신없다."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이득과 손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살 것만 같다. 누구는 그런 성질을 두고 어눌하다 하겠지만 나는 지금 그런 다정한 너그러움을 그 무엇보다도 필요로 하고 있었다. (44%)
나는 이 어눌하지만, 다정한 너그러움을 참 좋아한다. 그런 사람에게 끌리고 매료되는 편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은데, 잘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리스본의 인스피라 산타 마르타 호텔을 먼 훗날 회상한다면 아마도 나는 조식 식당의 키가 훌쩍 큰 남자 직원을 가장 먼저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가 일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면이 있다. (중략)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서 격차를 깨닫고 나면, 세상엔 '단순 업무'란 사실상 없고 타인의 일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88%)
이 부분을 읽고 나도 이번에 갔던 코타키나발루에서 만난 호청년이 떠올랐다. 공주와 나는 씨푸드를 먹으러 차이나 타운? 같은 곳을 갔고 거기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청년을 보았다. 둘다 보자마자 "와 진짜 열심히다. 저사람 유노윤호 아니냐."할 만큼 열심히 그리고 친절히 진심으로 일하는 청년이었다. 또 공주가 그곳에 지갑을 두고 왔을 때조차 우리는 택시에서 불안했지만 "그래도 그 청년이 있으니까 왠지 보관해두었을 것 같아."라며 서로를 달랬고 실제로도 지갑은 카운터에 보관되어 있었다. 공주와 나는 그 청년을 보면서 "우리도 한국 돌아가면 정말 성의 있게 일하자. 저런 태도가 다 눈에 보이고 괜히 나마저 기분 좋아지네."하는 대화를 나누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까먹은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만나니 참 좋다.
또 이렇게 블로그에 옮겨적는 오늘(2019.09.25.)에야 생각나는 정반대의 인물로는 정동의 ㅅㄷㅁㅇㄴ 카페 알바생들이다. 사실 알바생인지 직원인지 잘 모르지만, 나또한 알바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알바생에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좀 심하다. 진짜로. 내돈내산인데도 불구하고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주문을 받고, 음료를 내어주고, 계산을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손님인 나는 위축되는데 그 감정이 정말 불쾌하다고 매번 느낀다. 접근성이 좋아 학습공동체의 모임 장소로 그곳을 자주 가는데, 가는 때마다 정말 별로다.
결국 나의 태도가 정말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ㅅㄷㅁㅇㄴ 카페 알바생 얘기 쓰다보니 기분이 잡쳐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스츄레스
그러므로!!!!!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자!!!
적어도 나는 코타키나발루 씨푸드 가게에서 만난 호청년처럼, 보는 이마저 기분 좋을 수 있게 살자!!!!!! 그리고 그런 태도는 절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오빠가 말한 기민샘도 호청년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열심히인 태도가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지는.)
가끔은 리스본에 살던 시절의 부모님보다도 지금의 내 나이가 더 많다는 게 불가사의한 기분이 든다. 나이상으로는 분명히 내가 더 어른이어야 할 터인데 그들 앞에서는 영원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다. (92%)
나도 비슷한 경험! 우리 엄마가 결혼한 나이는 26이고 나를 낳은 나이는 27인데, 나는 벌써 엄마가 결혼한 그 나이에 살고 있다. 내년이면 첫 딸을 낳겠네? 허허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생각을 하면 이상한 감정이 든다. 엄마도 매번 어렸겠구나. 내가 때때로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때문이겠구나. 그래도 잘 해내온 걸 보면 멋있고 대견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들.
그러니까 윤서야.
이제는 너의 시대야.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들을 다 너에게 넘길게. (92%)
윤서를 현아라고 읽어보았다.
든든한 응원을 받는 기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