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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꼬마대장님 2019. 4. 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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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는 못할망정 계속 빵빵대는 젊은이들을 보며, '저 사람은 평생 문학 작품이라고는 한 번도 못 읽어본 사람일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뭐 맛있는 걸 먹을까,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랑 호텔에 갈까 이런 것만 생각하며 살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얼마나 당황하고 계실지 절대로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11)

 

문학은 그러한 인간의 공통적인 감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입니다. 여러분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남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겠구나' 또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으니 이 사람은 참 슬프겠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참 행복하겠다'하는 식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나를 이입시키는 것입니다. 이렇듯 문학 작품을 통해 나와 남 사이의 벽을 허물고 내가 남이 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15)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신은 인간을 만들 때 목에 보따리를 두 개씩 달아놓았다고 합니다. 보따리 하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결점으로, 또 다른 보따리는 나 스스로의 결점으로 채워지는데 그 보따리를 앞에 하나, 뒤에 하나 이렇게 두 개를 달고 다닌다는 거지요. 남의 결점은 앞에 있어서 아주 잘 보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보따리를 뒤져 가면서 험담을 해대지요. 아무리 평판 좋은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성향은 양면적이라 생각하기에 따라 상반되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17)

 

쌍둥이조차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릅니다. 인간 자체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또 다르면서도 비슷한 겁니다. 앞뒤로 보따리를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뒤적거리지만, 실은 앞 보따리나 뒤 보따리나 들어 있는 건 오십보백보 다 마찬가지라는 거지요.

저마다 서로 경쟁하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이니 인간적인 보편성을 찾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바로 그것이 문학입니다. (19)

 

이 소설을 통해서 찰스 디킨스는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사실에만 얽매여 사는 삶이 얼마나 감옥 같은지를 간접적으로 얘기해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27)

 

"초음파 검사를 하다 보면 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점이 있어요. 마음이 아주 평화롭고 행복한 사람, 이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 마음이 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막 속이 타들어가고, 고뇌에 빠져 있고, 무언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 다 구별이 돼요.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거지요." (32)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남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가를 문학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이지요.
삶에 눈뜬다는 것은 아픈 경험이지만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꼭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예요.
(33)

그렇지만 똑똑히 직시하며 나아가기. 아픈 경험이지만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면! !!!! 히히

 

저는 여러분 안에도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나 혼자가 아니라 남을 생각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공부의 시작은 바로 그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34)

 

'시인은 바로 바람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이다.'
바람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 보인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느껴지니까요. 분명히 거기 있는 것을 압니다. 다만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인들이 거기에 색깔을 칠해 주면 '아, 그게 빨간색이었구나, 노란색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랑, 열망, 야심, 고뇌 등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있는데, 생활에 파묻혀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수업 듣고, 시험 보고, 밥때 되면 자장면 먹을까, 우동 먹을까 고민하고, 그러다 집에 오면 엄마가 컴퓨터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일상에 얽매여 내 마음을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64)

 

독서를 통해 지구력이 길러지고, 자기 안에 내용을 담아 두는 기간도 길어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영상이나 인터넷은 순간 보고 나면 끝이지만, 책은 긴 시간에 걸쳐 집중해서 보았을 때 오래 남습니다.(71)

 

얼마 전 20대의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스무 살이 된 여성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그들이 나중에라도 '그 말이 정말 맞았구나'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말은, '책을 읽어라'입니다. 아까 함민복 시인의 이야기처럼, 결국 사람은 밥과 소금으로 살지만 그것 못지않게 시가 우리에게 주는 영혼의 위로도 필요합니다.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도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75)

결국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책을 읽어라'라면 그게 맞는 거겠지.

 

이것이 바로 문학의 역할 아닐까요? 단도직입적으로 정보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결국 같은 인간이며 공동체 운명을 타고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가, 그것이 바로 문학의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86)

 

얼마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게 아니고 ...
입맞춤은 계약이 아니며
선물은 약속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머리를 쳐들고 앞을 똑바로 보며
소녀의 슬픔이 아니라
여인의 기쁨으로
너의 패배를 받아들일 것이다.

얼마 후면 너는 햇볕도 너무 쬐면
화상을 입는다는 걸 배우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꽃을 갖다 주길
기다리기보다는
너만의 정원을 만들어
네 영혼을 스스로 장식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이별할 때마다 너는
배우고 또 배우게 되리라 (89)

- 얼마 후면, 베로니카 쇼프스톨

 

만약에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을 당해도 거짓과 거래하지 않고
미움을 당해도 마음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꿈을 꾸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서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허리 굽혀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것을 한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그래서 패배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군중과 함께 말하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과 함께 같이 걸으면서도 민중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의 시간을
60초만큼의 장거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딸아, 너는 드디어 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93)

- 만약에, 루디야드 키플링

 

'생명'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 성공, 사랑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 벅차다. (98)

 

제가 지금 여러분 나이였을 때,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50대인 지금도 내일 어떤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바로 어제까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언제까지나 거기 서 있을 것 같았던 남대문이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인생도 그렇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짜릿하고 멋진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도, 운명은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의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운명은 울타리 위에 앉아 팔짱끼고 관망하는 이들을 가차 ㅇ벗이 내칩니다. 삶은 지도가 없는 여행입니다. 스스로가 길을 발견하고 닦아야 합니다. (103)

나만 모르는 게 아닌 것.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기대되고 짜릿한 것.
하긴, 2017년 2018년 2019년 내가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준 일이 참 많으니까.
삶의 해석을 건강하게 하자. 내가 아가들을 바라보듯이.

 

삶의 조각은 퍼즐 맞추기 같은 것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마음의 조각이 여러분 삶 전체의 그림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긴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조금 아파도, 남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아도 바로 그 경험이 훗날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날개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105)

내가 가진 날개를 기억하는 일.

 

그런데 내가 살아 보니 늙는다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닙니다. 그냥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가며 충실히 살아갈 뿐, 무슨 색다른 감정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딱 한 가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즉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118)

 

그렇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입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샇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입니다.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습니다. 내가 남의 말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몽땅 망했지만, 내가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데에는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데에는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데에는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남의 마음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습니다. 사람은 단지 인人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122)

내가 어쩌면 가장 듣고 싶었던 말들. 나는 낭만을 잃고 싶지 않다.

 

쉰 살의 장영희가 스무 살에게 해주고 싶은 마지막 당부는 이렇습니다.
"스무 살, 의존하지 않는 네 삶의 목표를 세워라. 남이 꽃을 꺾어다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네 정원을 스스로 가꾸어라. 아름다운 성 속에 갇힌 영원한 소녀로 남기를 꿈꾸기보다는 아파도 사랑할 줄 알고 네 안에 온 세상을 품는 성숙한 여인이 되어라." (122)

 

삶의 한 장을 끝내고 좀 더 넓은 세계로 비상하는 문턱에 서 있는 네 얼굴은 미래에 대한 흥분과 희망으로 환하게 빛난다.
그러나 지금 네가 들어가는 그 세상은 이제껏 책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곳인지도 모른다. 진리보다는 허위가, 선보다는 악이, 정의보다는 불의가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이리저리 줄을 바꿔 서는 기회주의, 호시탐탐 일확천금을 찾아 헤매는 한탕주의, 두 손 놓고 자포자기하는 패배주의에 아직은 이상을 꿈꾸는 너는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124)

스무 살, 그리고 스물 네 살의 현아가 진작에 봤더라면 너무너무 좋았었을텐데.

 

<세비야의 이발사>를 쓴 보마르셰는 묻는다. "사랑과 평화는 한 가슴 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청춘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나는 네가 사랑 없는 평화보다는 평화가 없어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새뮤얼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일은 결국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26)

 

꿈을 가져라. 네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설사 1%뿐이라고 해도 꿈을 가져라. 우리 모두의 삶은 이리저리 얽혀 있어서, 공존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에야 결국 너의 삶이 더욱 빛나고 의미 있어진다는 진리도 가슴에 품어라. 그리고 삶이 너무나 힘들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고 투혼을 발휘하는 너의 용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모든 능과 재능을 발휘해 포기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네 삶의 방식을 믿는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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