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친애하는 벗이여, 자네게 나는 약속하겠어. 마음을 고쳐먹겠다고 말야. 내가 이제까지 늘 하던 대로 운명이 우리에게 마련해 준 조그마한 불행을 부질없이 되씹던 그런 습관을 이젠 더 이상 계속하지 않겠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겠어. 과거는 과거대로 흘려보내고 말야. 확실히 자네 말이 옳았어. 친구여, 만일 인간이 그처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나간 불행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려고 하지 않고 차라리 현재를 무난하게 참고 견디어나간다면 인간의 고통은 훨씬 줄었을 거야. 1
인간이란 어디서나 다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 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2
인간의 일생이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절감하였겠지만 내 주위에서도 그 느낌은 항상 그림자처럼 맴돈다. 인간의 활동이나 연구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사로잡히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모든 활동이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집중되고 있으며, 욕망이라는 것 자체에도 우리의 불쌍한 삶을 연장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목적이 없다는 사실을 통찰할 때, 그리고 또 연구가 어느 단계에 올라 만족할 수 있음은, 인간이 자신이 갇혀 있는 감방의 벽에다가 여러 풍경과 형상들을 화려하고 밝은 색으로 그려놓고 기뻐하고 있는 식의 허울 좋은 체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할말이 없어지고 만다. 3
어린아이들이란 스스로 무엇인가 원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원하는지를 모른다고 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박식한 교사들이나 사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도 어린애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상을 정처없이 비틀거리고 돌아다니며, 자기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이렇다 할 목적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과자나 흰자작나무 회초리에게 지배당하는 실정이다. 4
그렇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네들에게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겸허한 마음으로 인식한 사람, 여유 있게 사는 시민 하나하나가 그들의 조그마한 정원을 손질하여 낙원으로 꾸밀 줄 알고, 불행한 사람마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거리면서도 끈기 있게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이 햇빛을 다만 1분 간이라도 더 오래 쳐다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그렇지. 그런 사람은 말없이 자기 자신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리 제약을 받고 있더라도, 항상 마음속에서도 자유라는 즐거운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자기가 원하면 언제라도 감옥 같은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그런 자유의 감각 말이다. 5
자유의 감각.
그리고 그 자유를 즐기는 사람은 서로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반면에 뭐니뭐니 해도 모든 규칙은 자연의 진실한 감정과 자연의 정다운 표현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 말은 너무 심해 규칙이란 단지 제한을 하고 쓸데없는 덩굴을 베어낼 따름인데>라고 자네는 말하겠지. 이것 보게! 내가 자네에게 비유를 하나 들어주지. 그것은 사랑의 경우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청년이 어떤 아가씨에게 연정을 품고, 날이면 날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그녀를 따라다니며, 모든 정력과 재산을 쏟아부으면서, 자기가 그녀를 위해 온몸을 바치고 있음을 줄곧 나타내려고 한다고 하자. 그런데 그때 속물 하나가, 즉 어떤 공직에 종사하는 남자가 나타나서 그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여보시오, 젊은 양반, 내 말 좀 들어봐요! 사랑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단 인간다운 사랑을 해야 돼요. 자기의 시간을 둘로 나눠서 한쪽은 일하는 데 쓰고, 다른 한쪽, 즉 쉬는 시간을 여자에게 바치도록 해야지요. 당신의 재산을 헤아려보고 꼭 필요한 경비를 뺀 다음, 나머지를 가지고 여자에게 선물을 하는 것쯤은 나도 말리지 않아요. 그것도 너무 자주 해서는 못쓰고 여자의 생일이라든가 세례일 같은 날에만 해야지요.> 만약에 그 젊은이가 그런 충고에 따른다면 그는 쓸만한 인물은 될 것이다. 나도 그런 젊은이라면 어떤 영주에게나 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추천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애인으로서의 그는 그것으로 끝장이다. 만약 그가 예술가라면 그의 예술도 마지막이지. 6
아직 나는 낭만적인가보다. 현실 감각이 적으면 어때, 그게 난데. 살아보지 못했으니 미래에 어떤 생각을 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은 모든 것에 충실하고 충만해지고 싶다. 한없이 퐁당.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나는 아직 25살이니까..
벗이여, 우리 어른들과 동등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오히려 본보기로 삼고 우러러보아야 할 이 어린이들을 사람들은 항용 하인처럼 다루고 있다. 어린이들은 의지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단 말인가? 도대체 어디서 그런 특권이 있다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더 현명하단 말인가? 하늘에 계신 거룩한 하느님, 당신의 눈으로 보시면 오직 나이 많은 어린애와 나이 적은 어린애가 있을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그 어느 쪽을 더 기꺼워하시는지는 당신의 아드님이 까마득한 옛날에 이미 일러주셨나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분을 믿고 있지만,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곤 하지 않고 자기를 표준으로 삼아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다. 7
그럭고 보니 인간이 서로를 괴롭히는 것처럼 불쾌한 일은 없다. 그중에서도 화가 치밀 정도로 지긋지긋한 일은 젊은이들이 온갖 즐거움에 스스로의 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인생의 꽃다운 청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얼굴을 찌푸리고 즐거운 나날을 망쳐버리는 일이다. 그들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돌이킬 수 없이 좋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8
그저 내 마음속에 다음과 같은 진리의 소리를 깊이 되새겼다. 즉, 우리는 신이 우리를 대하듯 어린아이들을 대해야 하며, 신은 우리로 하여금 꿈속을 헤매듯 비틀거리게 할 때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시는 것이라는 진리말이다. 9
오늘 나는 로테를 찾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겠나? 나는 하인을 그녀에게 보냈지. 그저 오늘 로테에게 다녀온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심부름 갔던 하인이 돌아오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는지, 그리고 또 그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뻐하며 반겼는지 모른다! 창피한 생각만 없었다면,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부둥켜안고 키스라도 퍼부었을 것이다. 10
얼마나 좋아하면, 그사람에게 다녀온 사람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 귀여운 베르테르.
자네가 주장하는 이론은 이것이지. 즉, 로테에 대해서 희망을 걸 수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없는가, 이 두 가지 중의 하나이다. 좋다! 희망이 있다면, 어디까지나 희망을 버리지 말고 그 소원을 이루도록 노력하라. 그러나 만일 희망이 없다면 용기를 내서 그 모든 정력을 소모시키는 비참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하라, 이 말이지- 친구,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11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요> 하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기쁨, 슬픔, 괴로움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참는 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고, 그 한도를 넘으면 당장에 파멸하고 말아요. 따라서 이런 경우 어떤 사람이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일이건 육체적인 일이건 간에 자기의 고통의 한도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지요. 따라서 나는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부르는 것은 마치 악성 열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12
불행한 일이다! 빌헬름! 나의 활동력은 방향을 바꾸어 불안한 게으름으로 변하고 말았다. 멍청하니 하릴없이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내게는 공상도 없어졌고 자연을 감상하는 정서도 사라졌으니, 이제 책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일어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자네에게 맹세코 말하거니와 나는 정말로 품팔이 노동자나 되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면 적어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날 하루의 전망과, 욕망이나 기대 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알베르트가 산더미 같은 서류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며, 내가 그를 대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해본다. 13
나를 잃었을 때, 가난함을 날카롭게 표현한 것 같다. 먼 이야기가 아닌 사실 내 이야기.
나는 이제 나 자신과 훨씬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 확실히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와, 그리고 우리를 모든 것과 비교해 보도록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행불행은 우리 자신과 비교하는 대상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독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문학의 환상적인 이미지에 영향받은 우리의 상상력에는 본질적으로 더 높은 것을 추구하려는 충동이 담겨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피조물을 한층 고양시킨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가장 낮은 자리에 놓이게 되어 우리 이외의 것은 모두 우리 보다 훌륭하고 누구 할 것 없이 우리보다는 완전해 보인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모자라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고 우리는 느낀다. 그런데 우리에게 부족한 바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까지 모조리 그 사람에게 주어버리고, 그 사람에게는 어떤 이상적인 삶의 즐거움마저도 부여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행복한 사람이 한 명 완성되는 것인데, 이처럼 완벽하게 이룩된 사람이란 사실은 우리 스스로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우리가 아무리 힘이 약하고 고생이 되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서 줄곧 앞으로 나아간다면, 비록 꾸무러리며 갈짓자 걸음으로 걸어간다고 하더라도 돛대를 달고 노를 저어가는 다른 사람보다도 어느 결에 앞서가게 된다는 것을 종종 알게 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서거나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갈 때 비로소 참다운 스스로의 감정이 생기는 법이다. 14
물론 나도 매일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터이지만, 자기 자신의 표준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을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내겐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 데다가 내 가슴도 이처럼 거세게 물결치고 있으니까. 아아, 나는 다른 사람이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나도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아무 참견도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15
우리 알아서, 저마다, 각자, 잘 삽시다! !!!!!!!
그 옛날 어렸을 때, 내 산책의 목적지이자 한계선이었던 그 지점, 이제 나는 그 나무 밑에 다시 서게 되었다. 그것은 지금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모른다! 그 당시 나는 철없이 그저 행복에 잠겨서 알 수 없는 세계를 무척 그리워했지. 그리고 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기만 하면, 동경하며 갈구하는 이 내 가슴을 가득히 채워주는 수믾은 마음의 양식과 기쁨을 담뿍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나는 넓은 세상에서 되돌아 왔다. 16
내가 동경하던 서울. 바라보고 떠올리기만 해도 벅찼으니까. 서울이라는 곳은. ㅎㅎㅎㅎㅎ 이제는 그냥 내가 살고 있는 한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그분은 그 뿐 아니라, 내 마음보다는 내 지성과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내 마음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이며, 오직 그것만이 모든 것의 원천, 즉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다. 아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17
나의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너무 좋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자랑인 사람이 좋다. 그 사람만의 것이니까.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참 매력적이다.
그녀는 알베르트보다 나와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알베르트는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은근한 소원을 남김없이 풀어줄 만한 그런 인물은 아니다. 감수성에 일종의 결함이 있지. 결함이라, 그 해석은 자네의 자유지만, 똑같은 느낌으로 가슴이 뛰는 그런 마음의 공감이라는 것이 알베르트에게는 없단 말이다.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과 로테의 마음이 하나로 부딪치는 그런 대목에 가서도, 그 밖에 수많은 여러 사건에서 제3자의 어떤 행위에 우리가 감동하여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18
또 너무 좋았던 부분!!
감수성에 일종의 결함. 똑같은 느낌으로 가슴이 뛰는 그런 마음의 공감.
스물 한 살 때였나, 노리터에서 몇몇 어쩌다 모이게 된 과사람들이 묻는 나의 이상형은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던게 떠오른다. ㅋㅋ 시간이 흘러 감수성이 있는 사람의 정의가 희미해져, 나의 이상형을 대변하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될 때쯤 이 글을 만났다. 베르테르 식의 해석이라면 맞다, 나의 이상형은 감수성 있는 사람. 나랑 똑같은 혹은 비슷한 느낌으로 가슴이 뛰는 마음의 공감. 무엇을 보고 마음이 하나로 부딪치는, 여러 사건에서 감동하며 함께 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는.
그 점에서 아마 베르테르가 말한대로, 로테는 덜 행복할 수도 있겠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은근한 소원을 남김없이 풀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로테가 결정한 것이니까 그것이 옳고 그르다고는 굳이 재단하고 싶지 않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벌써 행복에 잠긴다! 그런데 은근히 화가 치미는 것은, 알베르트가 -만약에 내가 그 사람이라면 행복해할 만큼-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9
그치.. 그럼 화가 나지. ㅁㅐ우매우ㅋㅋㅋㅋ.. 감사하기라도 하란 말이야!
나는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만다. 나는 이렇게도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20
나의 모든 것을 의미있게 하는 사람. 그래서 내가 '우주'라는 말을 좋아한다. 전부이니까. 나의 끝이자 마지막 전부라는 거니까.
우리가 진짜 가족이라면,
ㅋㅋ
말도 안되는 외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