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2.금
1. 어머 밍주야.. 이미 따뜻한 겨울 개시했다ㅠ
ㅜㅜㅜㅜㅜㅜㅜㅜㅜ지금은 등교중ㅜㅜㅜㅜㅜ 종현아 따뜻한 겨울이야!! 오늘도 춥지말아!
잘 지내구💕
2. 정답은 늘 알고 있다. 외면하거나 보려하지 않았던 거지.
3. 집에 가는 버스에서, 독바위쯤 지나고 있었다. 추운데 남자애들이 껄렁 껄렁하며 모여있는 모습을 보는데 문즉 떠올랐다. 그러고보면 가장 방황했던? 12살 13살 14살ㅋㅋㅋㅋ 학교 마치고 에카라는 피시방에 자주 갔다.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싸이월드하러ㅋㅋㅋㅋㅋ 집에 컴퓨터가 없거나 느려서가 아니다. 그냥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친구들이랑 있는게 좋았고,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또 오며 가며 당시에 한두살 차이나는 오빠들을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ㅋㅋㅋㅋㅋ그래봤자 중1 중2 중3들ㅋㅋㅋㅋㅋ 예쁜애로 봐줘서 힐끗 나를 쳐다보는 눈들도 좋았고 그냥 재밌었다. 하루하루 성취(?)가 쌓이는 느낌. 그애들이랑 친해지면서 점점 상승하는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 글로 쓰니 정말 유치해서 미칠 지경ㅋㅋㅋㅋㅋㅋㅋㅋ윽..
그냥 아까 그 애들 중 어떤 애가 하트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4. 구파발에 내렸는데 너어무 추웠다. 코가 시렸다. 코가 시리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매번 겨울마다 코가 시리다고오오오오 했던게 생각났다. 그럴때 엄마는 늘 시려울 코가 어딨냐고 코도 쪼그만게, 라고 장난친다. 나는 너에게 속상하다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했었지. 그런 너는 현아 코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해줬다. 몇 번인지도 모를만큼 계속. 매번 처음 보다 더 예쁜 눈으로. 어쩌면 난 엄마의 장난이 속상해서보다는 너한테 그 말이 듣고 싶어서, 너한테 또 한 번 예쁘단 말 듣고 싶어서 자꾸 꺼냈었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오는데 오피스텔 아래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깜깜하고 쌀쌀하고 행인하나 없는 공원에는 정자도 아닌 정자스러운 벤치가 있다. 문득 또 생각이 났다. 어느날 교무부 회식이 끝나고 너무 속상하고 서러워 엉엉 울면서 ㅈㅁ샘 차에서 내렸던 날. 내리자마자 다짜고짜 너한테 전화를 했고 너는 놀랐다. 나는 한참을 너무 한다고 정말 싫다고 엉엉 울었고 너는 잠깐만 아래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때 앉아서 널 기다리던 벤치. 그때도 참 깜깜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너는 역시나 매번 그랬듯 저멀리서 뛰어서 내게 오고 있었다. 그리고 준 박스랑 엽서. 진작부터 주고 싶었는데 이제야 배송이 왔다고 머쓱히 꺼낸 박스엔, 너가 지갑 사줄테니 고르라고 해서 내가 지하철에서 골랐던 까만 지갑이 있었다. 헤헤 웃는 너랑 엉엉 울고 있는 나. 예쁘다 진짜 맘에 든다. 황급히 택배를 뜯고 막 엽서 쓰느라 늦었다고 미안하다는 너. 그리고 엉엉 운 채로 읽은 엽서. 엽서에서 너는, 선물을 주지 못할때는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선물을 줄때에는 더 좋은 걸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예뻐도 되는 걸까, 그때에도 난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더 엉엉 울었다. 오늘 힘들었다고. 나 너무너무 그사람이 싫다고. 정말 이기적이라고. 그런 너는 현아가 싫어하는 사람이면 정말 이상한 사람일거고 객관적으로도 이상한 사람 맞다고. 계속 눈물을 닦아 줬다. 차가운 니 손으로 눈물을 서투르게도 닦아줬다. 뚝, 괜찮아아 괜찮아아 현아.
다른 편지들도 종종 떠오르지만, 그 날과 그 엽서는 가장 많이 생각난다.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이미 버린 엽서인데도 자꾸 맴돈다.
그냥 문득 이런 저런 것들이 겹쳐 진하게 떠오른 우리 모습. 그날 난 뭐가 그렇게도 서럽고 속상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