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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꼬마대장님 2017. 12. 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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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했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사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각주:1]

내가 꽤 오래 생각했던 생각을 마주했다. 반가우면서도 이상한 느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내 생각을 들을 때면 반갑다. 꼭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마음과 생각이라니. 그것도 내가 태어나기 한참 이전의 서머싯 몸에게.


그러니 말일세, 머리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닌가 보아. 인격이 중요하지. 아브라함에게는 인격이 없었어.[각주:2]


나는 다시는 이 섬을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 인생의 한 장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느꼈다.[각주:3]



앞 쪽에 내가 스티커 붙혀둔 것들은 청주에 있기에.. 이 정도밖에 쓰지 못해 아쉽다. 

대학교 1학년 여름쯤이었던가, 아 아니다 2학년이구나! 그당시 평생사제 티타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원호오빠랑 나 그리고 성태였나.. 누군가 함께 교수님 연구실에 있었다. 루이보스 차를 주셨었지 아마(그 후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루이보스가 됐다). 요즘 뭐하고 있냐는 물음에 원호오빠는 '달과 6펜스'를 읽는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동기였지만 원호오빠가 문학소년인 것을 몰랐었다. 정말 나는 지극히 나밖에 모르고, 나라는 우주 안에 갇힌 인간이었다. 교수님 연구실을 나오고, 오빠한테 그 책 재밌냐고 물었었다. 오빠가 말하길 "응 진짜 재밌어. 달은 이상을 의미하고 6펜스는 현실을 의미해." 당시에 나는 스스로는 언젠가 읽어보아야지 하고는 상아에게 어서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그걸 이제야 읽었다. 대부분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들, 특히나 외국 문학의 경우-은 가독성이 그리 높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수월하게 읽혔다. 내가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보다 더. 그리고 몰입도도 상당했다. 정말 재밌었다. 이제야 나는 3년 전 원호오빠가 가진 생각과 감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야 3년 전의 나보다 조금은 나아진 점 하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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