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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4.토

꼬마대장님 2017. 11. 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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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로의 1박 2일 도덕과 연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돌아오는 버스에서 잘 자고 일어났더니 감기 기운이 쫙 돌고 있다.


그래도 너무 예뻤던 가을의 원주와 뮤지엄 산.

너무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됐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좋은 곳들도 다녔다.
그럼에도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이런 류의 여행?은-내가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엠티류-나의 에너지를 모두 앗아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은 얼른 집에 가 침대에서 뒹굴 뒹굴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하루하루 내가 규칙적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 나조차도 생경한 것은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 나는 늘 활발하고 시끄러운 편이었기에 내향적이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스무 살 이전까진..). 그런데 나는 엄청난 내향성 인간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것이 원래 내 성격인건지, 아니면 스무 살과 그 이전을 가르는 유의미한 기준이 생긴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것이 있다면 술일테지. 술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술자리가 고역이고 부담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이 관계에서 비유했던 것처럼 나는 술자리에서 쓸데없이 또렷하게 ​이성적이어진다. 거기서 오는 간극과 괴리가 나를 피로하게 한다. 그래서 얼른 내 침대로 달려가 이불을 부비고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된다.

아직 내가 방향을 정하지 못 했고, 뭐랄까 나조차도 고민하고 있기에 스스로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러니 이것도 힘들고, 저것도 힘들어, 하는 지금의 모습을 마주한다.

어쩌다 오는 길에 알게 된 블로그가 있다. 나랑 비슷한 면이 있는 분이라 반가웠다. 그녀가 선택한 "숙박캉스"! 아주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혼자 여행이 조금은 무서우면 숙박캉스 먼저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파주 출판 단지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것도 솔깃한 정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번 연수에서도 '역시 모든 선생님들은 힘드시구나. 교사는 극한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루하루 더 듣고, 들어주고,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도 간절해지고. 또 나의 뿌리깊은 열등감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었구나 하는 씁쓸한 반가움. 조바심도 역시나 한몫하고 있고.

이번 겨울 방학이 많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아,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 그래도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푹 쉬고 여행도 다녀오고 책도 많이 읽고 집도 가고 등등. 사실 얼른 쉬고 싶다! 몇몇 샘들께서 염려 및 질문해주신 게 맞다. "쉼없이 안 힘들어요?" 뭐, 다들 그런 것 아니겠어 했지만.. 다들 그렇다더라도 나 정말 피곤하다ㅋㅋ. 쉬고 싶다. 휴학 한 번만이라도 해볼걸. 이번 방학이 휴학만큼의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휴학처럼 트임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덧. 뮤지엄 산의 제임스 터렐은 .. 내 인생 최고의 전시였다. 단순 전시의 예술성 보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좋아서 더 좋았다. 에드워드 호퍼와 제임스 터렐, 많이 다른 둘 같아도 둘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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