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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금

꼬마대장님 2017. 10. 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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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인연도 머무는 인연도 새로운 인연도 생기는 요즘.

그중 어제 오늘 우리반 아가들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어제는 내가 봐도봐도 웃음이 나는 영상을 받았다. 또 누군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감정을 정말 오롯이 느꼈고. 또 음악과 같은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점. 낭만은 살아있다는 점. 등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열심히 준비한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날이었다. 처음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이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허우적대는 모습에도 엄청 예뻐했던게 어제같은데, 또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아이들은 백스테이지에서 핀 마이크를 꼽고 있었다. 우리 아가들, 다들 진지하게 한 것 같다. 준비도, 협동도, 무대도 전부.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계속 챙겨주고 (사실 내가 챙겨받은 것도 훨씬 많다) 마음을 나눴다.
무대에 오르고 아이들은 무대도 연습할 때보다 좁지, 핀 마이크도 처음이지, 하니 어색하고 또 많이 떨렸나보다. 연습때보다 못 했다고 하는데 내눈에는 그저 백점이다 ❤️ ❤️ 그런 아이들 영상을 찍고 있는데 손이 떨렸다. 내가 함께 무대에 있는 것처럼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평생 기억될 이 순간을 내가 촬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동적이었다. 그리고는 울컥. 나조차 스스로 당황했는데, 아마 그때의 생각을 떠올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내 새끼들 언제 이렇게 컸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일도 겪고 연습하며 해낸 모습을 내가 맨 앞자리에서 보게 되다니.. 그리고 내새끼들 정말 많이 아가야구나. 때묻지 않고 이렇게나 순수하고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구나. 앞으로 열 다섯 살을 지나 열 여섯, 열 일곱 쭉쭉.. 내가 밟아 온 시간들을 지나올텐데 얼마나 아프고 힘겨울까. 그저 예쁜 일만 예쁜 시간들만 가득하면 좋을텐데..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지금 내가 함께하고 있으니까 그자체로도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러 마음이 교차해서 횡설수설이다. 아마 다음에 내가 이 글을 볼 땐, 왜 이렇게 밖에 못썼지라고 생각하려나.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왜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고 무서운지, 왜 지금도 이 생각만으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픈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다.

작년에 <숨결이 바람될 때>를 읽으며, 내가 썼던 글을 기억한다. 폴 칼라니티가 환자들을 서류처럼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구절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 서류처럼, 생기부처럼, 치워나가야할 일처럼 대하지 말자던 그 때. 어찌보면 그동안 교사인 내가 벅차고 힘들다는 이유로, 지극히 내 개인적이고도 작은 이유로 언젠가부터 한 명 한 명의 일들을 귀찮고 성가시다고 느껴온 것 같다. 정말 못난 선생님. 아마 나의 눈물은 그간의 내 행동과 태도에 대한 반성이 담긴 것이겠지. 보다 더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고 안아줘야겠다. 사랑해주는 진심이 느껴지듯, 서류처럼 대하는 관료주의적 태도도 느껴질 수밖에.

선생님이 미안해.
내 삶이 바쁘고 내 고민이 커서 더 귀한 것들을 놓치고 지낸 것 같다. 나의 사명은 너희인데, 많이 잊고 지내온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빽다방에서 선착순 아이스크림을 펼치고, 기다리며 내새끼들 연습 영상을 보았다. 평소같았으면 책을 꺼내 읽거나, 단어를 외우거나, 휴대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겠지. 그런데 몇 번이고 지겹지도 않게 연습 연상을 재생했다. 엄마미소 장착은 필수이고.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영상과 순간을 갖게 돼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마 너희가 나에게서 얻는 것보다, 내가 너희에게서 얻는 사랑과 기쁨이 더 크단다. 무한해 너희가 맹목적으로 주는 행복은.

나는 오늘도 그저께와 어제와 같은 다짐을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보다 그릇이 깊고 넓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데 이유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내가 힘들지 않으려면 혹은 내가 상식임을 증명하고자였다면, 이제는 너희에게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하여 그리고 너희가 태어나 만나가는 사람 중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하여.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다짐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많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오늘이다. 감정과잉.
주말 간 잘 풀고 삼켜 나에게도 소중한 순간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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