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5.월
지난 주말에 청주에 또 다녀왔다. 지지난 주에도 본 사람들은 또 만나고, 또 좋았고 또 불편했다.
여러 사람을 만났고, 여러 길을 마주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역시 상아와의 대화였겠지.
원래 상아랑 밤을 새며 이야기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취직 후 청주에 내려가 상아 집에서 잘 때면 밤을 새워 이야기하게 된다. 이번에도 이틀 모두 새벽 4시에야 겨우-내일을 위하여- 잤으니 말이다.
평정에 대한 강박
내 이야기를 듣고 상아가 해 준 말이다.
혹은 평화에 대한 강박, 고요에 대한 강박, 담담함에 대한 강박.
그렇다. 그래왔다. 언젠가부터 나는 기준점 이상의 들뜬 상태를 원하기보다는 기준점 정도의 혹은 그 아래의 담백함을 갈망해왔다. 아마 기억하기로는 작년 2학기부터.
그때의 나는 줄곧 '설레기 싫어', '들뜨기 싫어'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내가 좋아하던 <독서와 글쓰기> 교양 수업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성격을 담백함이라 칭했었고.
아무래도 생각해보니 그러한 상태가 공부하기에 최적이었으리라. 너무 들떠서도 너무 가라앉아서도 안됐었다. 활자가 눈에만 스치지, 머리로 들어오지 않으니까.
상아랑 이야기하다 마주한 사실에 씁쓸해졌다. 작년에야 그렇게 잘 지냈다고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나와 앞으로 일상의 내가 살아가는 세계는 고요하지 않으니까. 우리의 삶은 깊이도 속도도 흐름도 매일매일이 다른 게 자연스럽지. 시험 준비라는 특수한 환경에의 스탠스를 일상생활에서도 희구하면서 오는 괴리를 그동안 힘들어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이 생각이 또 정답일 수는 없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의욕도 줄고, 헐렁해진 내 마음과 일상을 보는 건 속상하니까.
나만 그런걸까? 나만 이렇게 헤매는 느낌인가.
아마 서울에 오고, 일을 시작하면서 20살의 허둥댐-교야의 표현을 빌리자면 '알바 처음 하는 느낌'-을 또 겪기 싫어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더 여유로운 척, 더 담담한 척 했지만 끊임없이 허둥대는 내 모습에 좌절도 많이 했다. 딱 20살의 나처럼 지금은 뭐든 재미없고 의욕도 없고 당장 내년도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많~~~~이 자라고 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별 수 없는 나의 모습은 그대로인 건가, 또 씁쓸해진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우리 반 애들이 아니라, 내가 중2병 투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