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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잠수 :: 하미나
꼬마대장님
2024. 7. 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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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그래야 할까? 왜 굳이 고통과 불편과 두려움을 겪으면서도 뭔가를 보려고 할까? 스스로 이 질문을 많이 했다. 생각해보니 이렇다. 아름다움을 직관하고 그게 얼마나 좋았는지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할 만한 게 있다면 오직 이런 것뿐이기 때문이다. (9)
지질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구는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판은 손톱이 자라는 속도로 움직인다. 판은 서로 부딪혀 더 무거운 판이 가벼운 판 아래로 잠기기도 하고(수렴 경계), 서로 멀어지며 그 틈에서 새로운 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발산 경계),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보존 경계). 고요해 보이는 물 아래에 해저 화산과 산맥, 깊은 골짜기, 평원, 동굴 등이 있고, 느리지만 끊임없이 지구를 이루는 땅이 생성하고 소멸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일상을 살아가며 편협해졌던 시야가 한껏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17)
"미나야, 나 진짜 잘 뚫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음이 빵 터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혼날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계속 다그치고 있었으니까. 나는 나한테 계속 실망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들은 밍 언니의 그 말 한마디가 무척 위로가 됐다. 누군가 내 실패에 책임을 느낀다는 것이, 그 짐을 같이 들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됐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를 기다려준 적이 별로 없었다. 밍 언니가 계속 격려해주지 않았다면 그날의 다이빙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66)
어느 날은 공원에 누워 있다가 옆자리에 누워 있던 현에게 우울증 작업을 한 뒤 행복하다고 느낄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단박에 말했다.
"말도 안 돼! 나는 젊은 시절에 베트남 전쟁 작업을 했잖아. 그러면 나는 뭐, 맨날 아이고 아이고 흑흑 너무 슬퍼요 하면서 울고 있어야 되냐? 네가 할 일은 책을 펴낸 걸로 끝난 거야. 나머진 세상의 몫이지. 발끝에서부터 차곡차곡 기쁨을 채우는 연습을 해. 그렇게 채운 힘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줘. 혹시 모르지. 그 힘으로 네가 나중에 세상을 구할지도.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해도 그 강아지의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이야."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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