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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꼬마대장님 2024. 5. 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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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그가 왜 그렇게 두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가 자살하듯이 모험적으로 두고 있는 것을 어쩌면 그들은 예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도 장과는 달리 그 젊은이가 하듯이, 당당하게 승리를 확신하면서 둘 수 있기를 바랐다. 나폴레옹처럼 말이다. (26)

 


장인 뮈사르의 유언

마음의 평화가 소중하게 생각되면 내가 하는 말에서 도망쳐라! 무지는 수치가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 대부분은 행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사실 이 세상에서 가능한 유일한 행복은 그것뿐이다. 행복을 경솔하게 버리지 말라! (44)

 

그곳에서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돌조개의 형태로 최후의 안식을 찾게 된다. 
상상하는 것이거나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여기에서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네 몸이 화석처럼 굳어 가고 무감각해지며 육체와 영혼이 메말라 가는 것을 너 자신은 깨닫지 못하는가? 어린 시절에는 껑충껑충 뛰어오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구부렸으며, 하루에도 열 번 넘어지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열 번 일어났던 사실을 이제 잊었는가? 너의 보드라운 피부, 유연하면서도 건장한 근육, 양보하면서도 제압당하지 않는 생명력이 이제는 생각나지 않는가? 지금 네 모습을 한번 보아라! 피부는 크고 작은 주름살로 우글쭈글하고 얼굴은 식초병처럼 울퉁불퉁한 데다가 마음의 고통으로 여위었으며, 네 육신은 뻣뻣하게 굳어 신음 소리를 낸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고 한 걸음이라도 내딛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하다. 바닥에 쓰러져 오지그릇처럼 산산조각 나지 않을까 항상 전전긍긍한다. 너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가? 네 힘줄 여기저기서 그것, 네 안의 조개를 감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것이 네 심장을 공격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가? 그것은 벌써 네 심장을 반이나 에워싸고 있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58)

 


문학의 건망증

그런데 이런, <아주 훌륭하다!>라고 긁적거리기 위해 연필을 들어대자, 내가 쓰려는 말이 이미 거기에 적혀 있다. 그리고 기록해 두려고 생각한 요점 역시 앞서 글을 읽은 사람이 벌써 써놓았다. 그것은 내게 아주 친숙한 필체, 바로 내 자신의 필체였다. 앞서 책을 읽은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오래전에 그 책을 읽었던 것이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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