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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꼬마대장님 2023. 6. 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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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나는 두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부모님을 미워하면 안 된다. 특히 언니가 죽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나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속에 담아만 두다 보니 분노가 잡초처럼 자란다. 누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는 줄 알았는데, 티브이에나 있는 일인가 보다. (39)

 

모든 학생들이 발표를 끝낸 다음 잉맨 선생님이 왜 이런 연습을 시키는 것 같으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몇 명이 어깨를 으쓱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너희가 선택한 단어는 너희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지." 선생님이 말한다. "나는 이 수업에서 너희들이 단어를 음미하는 법, 잠깐, 아니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어려운 텍스트를 읽고서 지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분석하는 법뿐만 아니라 새로운 단어를 수백 개 익히면 좋겠어." (41)

 

아마는 친구가 없고, 친구가 왜 필요한지도 모른다. 여자한테는 가족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아마의 말에 따르면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고아와 창녀밖에 없다. 아마는 일을 하거나 장을 보거나 집에서 요리와 청소를 할 때를 빼면 보통 티아들이나 코마드레이자 엄마의 사촌인 후아니타와 시간을 보낸다. 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성당에 간다. 우리 동네 밖으로는 거의 안 나간다. 내 눈에는 엄마의 세상이 너무 작아 보이지만, 본인이 그것을 원한다. 우리 가족의 내력일지도 모른다. 올가도 그랬고, 아파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우리 집 소파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혈연관계가 아닌 이들과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아마를 설득하는 대신 있지도 않은 숙제를 종종 만들어낸다. 통할 때도 있고, 안 통할 때도 있다. (71)

 

가끔은 호세 루이스가 눈빛만으로 우리의 옷을 벗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83)

 

그 마을을 그렇게나 사랑하면 왜 돌아가서 살지 않을까? 궁금하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도 되는 것처럼 항상 멕시코를 부르짖는다. (98)

 

작년에는 스타브드 록 주립공원에 갔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폭포 옆에 혼자 앉아서 노트에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떤 애들은 동굴에 들어가서 서로 얽혀 뒹굴었고, 어떤 애들은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아까워라. 어떻게 그런 식으로 아름다움을 무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145)

 

아마가 소파에 앉아서 담요를 뜨고 있기 때문에 나는 옷장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 잡동사니와 낡은 옷이 든 상자들 때문에 비좁지만 여기가 이 집에서 제일 사적인 장소다. (218)

 

문화 체험이 필요하다고, 이 동네 때문에 (감성적으로도 지적으로도) 질식할 것 같다고 끝도 없이 애원하자 아마가 결국 허락한다. (220)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상황이 더욱 나빠졌으니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 거다. 게다가 이제 코너는 분명 나와 함께하고 싶지 않을 거다. 내 모든 문제를 감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234)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내가 한 숨을 쉰다. "백만 가지는 돼요."
"나한테 말해 봐." 쿡 선생님이 빨간 원피스 밑단을 정리한다. 이렇게까지 완벽해 보이려면 피곤할까 궁금하다.
내가 생각을 정리하느라 다시 말을 멈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질문에 압도당한다.
"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내가 마침내 말한다. "독립하고 싶어요. 내 삶을 갖고 싶어요. 심문받지 않고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싶어요. 사생활이 필요해요. 그냥 숨을 쉬고 싶어요. 아시겠어요?" (242)

 

"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말해 볼래?"
"아빠는 종일 캔디 공장에서 일하신 다음 집에 와서 티브이를 보고 주무시러 가요. 제가 보기에는 좀 안됐어요."
"왜 그렇지?" 쿡 선생님이 꼬았던 다리를 풀고 다시 나를 향해 몸을 숙인다. 무척 진지해 보인다.
"삶에는 그보다 더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니까요. 삶이 아빠를 스쳐 지나고 있는데 아빠는 그걸 알지도 못해요. 아니면 신경을 안 쓰든지요. 어느 쪽이 더 나쁜지 모르겠어요." 내가 눈을 깜빡여 눈물을 삼킨다. (244)

 

아마 말에 따르면 티오는 아내가 죽은 이후 예전 같지 않다. 나는 어렸기 때문에 그 일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티오에게서는 어딘가 망가진 느낌이 난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절대, 절대로 사라질 것 같지가 않다. (271)

 

맨발에 닿는 땅의 감촉이 좋다. 티아 에스텔라가 뒤에 앉아서 내 머리를 땋아 주고 있는데, 뒷목에 닿는 티아의 손가락이 시원하다. 머리카락을 만지는 티아의 손길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가 어렸을 때 아마는 머리를 땋아 주면서 세게 잡아당겼지만 티아는 부드럽게 땋아 준다. (300)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할 수가 없다. 가끔 온갖 비밀이 덩굴처럼 내 목을 조른다. 무언가를 내 안에 가두어 놓는 것도 거짓말일까? 하지만 그 사실이 사람들에게 고통만 준다면? 올가의 불륜과 임신 사실을 알아서 좋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모든 사실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친절한 걸까, 이기적인 걸까? 나 혼자서 끌어안고 살기 싫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면 나쁜 걸까? 정말 지친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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