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우리의 정원 :: 김지현
꼬마대장님
2023. 5. 25. 20:54
반응형
SMALL
오늘 체육 수업은 배드민턴이다. 선생님은 둘씩 짝지어서 서브 연습을 하라고 말하고는 체육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 반은 총 스물일곱인데, 둘씩 짝지으라니. 선생님은 사소하다고 여기는 일들이 어떤 학생에겐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걸까? (13)
나는 흥미가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들어 주고 맞춰 주는 사람들의 표정을 잘 안다.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눈빛을 마주하면 어쩐지 좀,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나한테는 전부인 세계가 너무나도 보잘 것 없고 작아지는 것 같다. 나에게는 재미있고 중요하지만 상대는 시답잖아하며 금방 흘려버릴, 그런 얘기를 굳이 해야 하는 걸까? (16)
모든 것이 너무, 적막하기만 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너무 조용하고, 단조롭고,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것들, 반짝이고 화려한 것들에 그렇게 쉽게 흘려 버리는 걸까? (24)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이유도 없이 쑥스러워질 때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쑥스러워하고 수줍어하는 마음이 반가웠다. 그런 마음이라면 비웃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얼마든지 들어 주고 싶었다. (37)
친한 사람들만이 내뿜는 기운이 느껴졌다. 학년과 반이 바뀌어도 계속 유지되는 무리에 속해 본 적 없이, 그때그때 함께 다니는 친구가 달랐던 나는 각자의 무리에서 풍겨 나오는 공기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무리 밖에서 지켜봐야만 느낄 수 있다. 무엇을 해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자기들만의 역사와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어떤 견고함 같은 것. (40)
집으로 돌아와 새벽 늦게까지 지은이 빌려준 책을 읽었다. 어느덧 계절은 여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조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창문을 약간 열어 놓고 오래된 시골 마을이 나오는 책을 읽고 있으니 내 귀에도 여름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심장이 막 두근거렸다가, 고요하게 가라앉았다가, 울컥 치달았다가, 가만히 미소 짓게 되는 구간이 있다. 지금 지은이 내 옆에 있다면 말하고 싶었다. 이건 지은이 네가 좋아하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거고. (100)
나도 어떤 책들을 읽으며 ㅂ부장님을 떠올리는데, 우리도 친한 친구인건가?
"그런 걸 서로 견주어 보고, 영향도 주고받고, 또 닮아 가면서 친해지는 거 아닐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거고, 사장 언니가 덧붙였다. (148)
나는 가지고 태어난 온기가 많은 사람들만 그만큼의 애정을 나눠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일정한 온기의 애정을 널리, 꾸준히 나눠 준다는 건 끝없는 노력과 배려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레가 자신이 아끼는 대상을 바라보는 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184)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