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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꼬마대장님 2023. 5. 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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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라도 여행을 떠날 수는 있었지만, 막상 휴일이 되면 떠나게 되지 않았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타국으로 떠난다는 생각을 하자, 오랫동안 닫혀 있던 머리 위의 창문이 조금 열리는 것 같았다. 그 사이로 적당히 차갑고 낯선 공기가 드나들었다. (34)

 

어쩌면 모든 여행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발선을 넘은 게 아닐까, 하고. 여행은 이미 시작된 행보를 확인하는 일일 뿐. (35)

 

어쨌거나 요나는 이 비릿한 내음이 싫지 않았다.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마을에 다다를 때 후각이 자극을 받는 순간은 처음 한순간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낯설어지지 않는 한, 처음 접한 그 순간의 후각적 자극을 매 순간 인식하기란 어렵다. (44)

 

여행이 끝난 후에 이곳을 그리워할 감정을 미리 느끼는 자신이 낯설었다. 사람들이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들, 그러니까 일상의 공백을 통해 가벼워지는 무게들과 예기치 않은 변화들, 그런 가능성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는 동안, 타지의 첫 밤이 기울었다. (46)

 

"남해안 일대가 초토화됐더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여기까지 왔을까요?"
어느새 돌아온 교사가 그렇게 물었다.
"너무 가까운 건 무섭거든요. 내가 매일 덮는 이불이나 매일 쓰는 그릇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55)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61)

 

등에도 표정이 있다고 요나는 생각했다. 겨우 동작 하나에 어색해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색해하는 다른 사람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137)

 

연민에도 권태가 올 수 있으니까요. (중략)
마지막은,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바로 스토립니다. 재난이 벌어진 후에 사람들이 신문을 뒤적이는 건, 재난의 끔찍함을 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 만신창이 속에서 피어난 감동 스토리를 찾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그건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거거든요." (144) 

 

사람들은 과거형이 된 재난 앞에서 한없이 반듯해지고 용감해진다. 그러나 현재형 재난 앞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것이 재난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방관하거나, 인식하면서도 조장한다. (175)

 

k선생님의 추천과는 다르게, 나는 그저 그랬다. 
학술적인 글을 읽는 버릇때문일까 스토리 개연성과 서수 구조가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갑자기 과장되는 감정선도 조금 억지스럽게 다가왔다. 

마중물에 이 책을 읽어보자고 제안했는데, 왠지 뒤통수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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