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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기획의 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요리라는 행위는 '계속 살아가겠다'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일 때가 많다.
바쁘고 지쳤지만 굳이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주방에 설 때. 재료를 손질하고, 냄비와 프라이팬에 쓸어 넣고, 불이 켜고, 중간중간 레시피를 확인하고, 시간을 재가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때.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마음과 시간을 들여 그 일련의 과정을 해내고 있을 때,나는 내가 아직 완전히 주저앉아버리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죽음에 맞서고 있다고 느낀다. 온갖 맥 빠지는 일들, 좌절, 실패, 낮아진 자존감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일을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느낀다. (6)
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다.
아직 요리는 하는 것보다는 먹는 것에 흥미가 있고, 과정이 다소 귀찮기 때문에... '요리 하는 일'을 숭고하게 바라보는 이 시선이 너무 새롭다.
에트르 :: 서유미
매니저는 부탁을 들어주는 건 당연하게 여기면서 찡의 굵은 주름만 못마땅해했다. 찡이 바게트 같다는 걸 왜 모를까.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웃으면서 미루고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면서 표정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냉정했다. 바게트에는 바게트만의 멋과 맛이 있지. (213)
나도 찔렸다.
계획과 달리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다 보니 취업에서 멀어졌다. 여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갈 바를 알지 못해 여기로 떠밀려온 사람의 몸 안에는 낭패감이 두텁게 쌓였다. (214)
내가 보지 못하고 놓치기 쉬운 마음.
더 촘촘해지고 싶어서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찡의 직장 고민에 나는 월세 인상 문제를 털어놓았다. 일하는 곳과 사는 곳,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물리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게 얼마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인생을 수시로 구겨놓는지 우리는 잘 알았다. 자연스럽게 이 문제와 저 문제가 섞였다. 누가 고민의 주체인가는 상관없었다. 우리는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을 공유했다. (218)
집에 대한 고민은 새해맞이 케이크로 어떤 걸 고를까, 처럼 간단하거나 달콤하지 않았다. 그대로 살겠다는 건 돈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고 이사를 가겠다는 건 서울 밖으로 밀려나거나 큰 방 하나에 거실 겸 부엌이 딸린, 두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했다. 휴식의 시간이 줄어들거나 휴식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나을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219)
믿고 보는 윤이형 작가님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단편 소설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입. ㅋㅋㅋㅋ
하지만 윤이형 작가님의 단편은, 다른 소설집에서 봤던 거라ㅠ_ㅠ 넘기고 읽었다.
그래도 대부분 좋았다. 특히 최은영, 황시운, 이은선, 김이환, 서유미 아니 노희준 작품 빼고 전부 좋았다.
모르겠다. 노희준 작가의 단편 '병맛 파스타'는 진짜 병맛이다. 다소 불쾌감을 느낄 만큼 지나치게 적나라한 표현과 굳이 안 해도 될 표현들이 너무 많았다. 그 또한 작가의 설계에 따라 적힌 문장들이겠지만, 그냥 읽는 동안 불쾌했다. 아직은 내가 주제를 찾을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 자체가 현대(문학으로서의)소설인건지.
대관절 윤이형 작가님이 어서 빨리 복귀하셨으면 좋겠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백수린 작가님이 생겼지만, 그래도 팬인 내 마음으로는 너무 늦지 않게 다시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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